자유_기울기는 여전히 같은가?

10년 후 떠오르는 오늘은 여전히 자유로울까

by 무 한소

프레임 속 자유가 과연 자유일까? 고민해 오던 어느 날 경험해 보지 뭐 하는 생각과 함께 프레임 밖으로 뛰쳐나갔다. 오늘은 그것을 실천해 온지 3년째. “지금 행복한가?”, “여전히 자유로운가?” 다시 한번 되묻는다.


강한 아침 햇살이 지나치게 청명한 하늘에 담긴 구름을 흘러가지 못하게 잡고서 잠시 놀이에 푹 빠졌다. 오늘 이렇게도 예쁜 구름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하늘의 농도는 얼마일까?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보는 시각에서의 범위가 표본이라는 것이다. 잠시 후 하늘의 농도에 대해 사유해온 시간이 무려 10년이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년 동안의 하늘 속과 주변 많은 것의 변화.


그때부터 나는 사유하며 글을 썼고 지금은 6번째 책을 집필 중이다. 책 쓰기는 계속 도전 중이며 이번에 집필할 책은 새로운 분야의 도전이라 두려움과 설렘이 반, 반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처음 만나는 하늘과 태양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글쓰기를 시작할 때부터 강해졌고 태양이 내게 다가오는 강렬한 기울기와 빛의 세기, 속력을 확인한 다음에야 자연이 주는 사랑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8월의 끝자락에 가을이 살짝 걸치고 있던 발을 내딛는다. 맑은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순간 멍함과 함께 즐겼던 사유의 시간이 끝나고 현실과 직면하자 몸은 자동 반사적으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책과 노니는 집]에서의 첫 강의가 있다. 외부 강의를 여러 번 해왔지만 우리들의 공간에서의 첫 강의다. 명목은 강의지만 사실은 나눔을 하는 시간이고 오늘의 타이틀은 《수로 소통이 가능할까?》이다. 더불어 두 번째는 《나를 웃게 한 수학, 우리를 웃게 할까? 》이다. 처음에는 수학으로 소통 하기, 커뮤니티 가능한 수학, 자연으로 도피한 수학을 찾아 나서며, 수학에서 본 수는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등 여러 제목의 넓은 범위에서 좁혀 보기도 했고 범주를 점점 확장시켜서 고심 끝에 뽑은 강의 주제이다.


지금까지의 생활의 ‘습’이 여전히 오늘도 이 시간 이후의 흐름을 정신없이 만든다. 사유의 시간을 지나치게 보내다 보면 한결같이 시간에 쫓기듯 출근을 하거나 약속 장소로 가곤 했다. 빠르게 씻고 양치를 하고 옷을 걸쳐 입는다. 그리고 집을 나서기 전에 준비해야 할 정리 노트 그리고 캡슐 커피 한잔을 내린다. 지금 이 순간 나른해지고 느슨 해진 내 영혼을 탄력 있게 만들어줄 커피는 한결같다. 커피는 10년 전에도 오늘도 내 영혼을 더 탄력 적이고 쫀득하게 조여주고 늘려준다. 그래서 커피는 나의 극진한 사랑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책과 노니는 집]으로 가는 길은 매번 희망을 품게 해 준다. 최선의 노력을 하듯 정도를 지키며 가는 길에서 늘 새로운 희망을 본다. 가끔 커피 한 모금이 그 희망을 더 밝게 해 준다. 이제 그곳에서 일어날 여러 가지 가운데 사람들과의 소통이 기대되고 내 가슴을 더 뜨겁게 해 줄 일들을 생각하니 순간 나도 모르는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큰 소리로 웃게 된다. 프레임 밖에서 자유롭게 주변을 보고 나를 살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특별한 순간에 달라진 내 모습이 자세히 비쳤다.


이제는 자신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세상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아들과 딸을 바라보며 나의 삶과 나의 프레임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고 그것은 곧 확신으로 간다. 그들이 내게, 내 삶에 길들여지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살다 보면 길들여지는 것에 많은 것들이 들어가 숨어 있더라고. 원하든 원치 않든 길들여진다는 것은 명목상 스며들고 익숙해진다는 의미이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과 공기를 잃게 되는 것이 싫다. 우리 아이들은 강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처럼 비록 험난한 길을 걷더라도 자신들의 고유성을 지켜 나가기를 희망하는 맘에서 좀 더 의도적으로 내가 정해둔 프레임 밖으로 내쫓으려 애써왔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콧노래를 하는 동안 이미 나의 공간이 눈앞에 보인다. 먼저 오는 도중에 준비해 온 카사블랑카와 안개꽃을 적당히 손질해서 그들을 가장 조화롭고 향기롭게 만들어 줄 자리를 정해서 꽃병에 꽂아둔다. 그리고 오픈과 함께 정리한 도서들을 눈으로 확인했다. 철학, 문학, 수학, 과학 등 제대로 정리를 한 건지? 무엇보다 지금 행복한 건 그것들과 함께하고 있고, 오늘 있을 나의 장소에서의 첫 강의도 설레고 떨리지만 두려움과 함께 벅차오르는 감정을 지금 순간에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 내가 규칙처럼 정해 놓고 지키려고 했던 건 억압되어 있던 감정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과 감정 수업을 스스로 하는 것이었다. 이젠 그게 나도 모르게 된다는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오늘 내가 누릴 수 있는 많은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을 이룬 셈이다.


두 시간 후면 강의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이성은 감성보다 느슨하다. 지금은 강의 준비나 강의를 위한 마음가짐보다는 10년 전 처음 글쓰기에서 많은 것들을 뱉어내고 나의 것을 찾아갈 때, 행복하게 해 주었던 5월의 봄날 달콤한 크로플과 함께 내 귀에 들려왔던 모차르트 교향곡 21번을 먼저 들으려고 한다. 그리고 직접 내린 커피와 크로플을 함께 먹으며 그날의 아름다운 수식을 다시 정리해 보고자 한다. 강의를 시작하기 이전에 벅차오르는 감정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잠시 후에 있을 강의의 소통으로 연결해 보려고 한다.


오늘 이 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있고 이것이 10년 전 내가 힘들어하면서 찾아 나섰던 자유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오늘은 참 아름답다. 내가 나의 삶의 주인으로 살고자 애쓴 지 벌써 10년이 되어 가지만 그 노력 속에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고스란히 감정까지도 오늘의 나를 끌고 나간다. 주변과 자연이 나의 자취로 아름다워 보인다.


좀 더 자유로운가?


진정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