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축복이다! 행운을 찾아낸 것보다 더 특별하다. 세잎, 네 잎 클로버들 사이에서 변이를 일으킨 다섯 잎 클로버를 찾아냈다. 다른 의미에서 그건 불행일지도...
'이름'은 사람이나 사물에게 다른 사람, 다른 것들과의 구분을 위해 우리가 정한 고유한 것이다. 우리의 이름은 첫 번째 이름과 두 번째 이름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이름(성)은 가계에서 그냥 집단적으로 나의 의지나 선택과 상관없이 정해진 것이라면 두 번째 이름이야말로 지극히 개인적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 두 번째 이름조차도 개인의 선택 여부와는 상관없이 지어지기도 한다.
우리의 관계 속에서 정보를 통해 소통을 편리하게 하고자 지어지는 일상의 이름들도 많다. 그 이름들은 처음부터 특별함이나 의미를 부여해서 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름이 불리고 이름을 불러주면서 그 이름은 더 이상 나에게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정보를 가지며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에게만, 그녀에게만 그리고 나에게만 특별한 의미가 된다.
예컨대 이름이나에게 무엇보다도 특별해진 사연이 있는 신사역 8번 출구처럼... 또는 고등학교 시절 비단안개 가득했던 비 내리던 어느 날 내 이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수학 선생님 덕분에 나는 이름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수학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특별해진 것도 그때부터인 걸로 기억한다. 평소 여러 수와 수학적 용어들에서 보여주듯 단어에서 오는 다양한 의미를 그것들에게 부여하면서 수학이라는 공간 내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혹자들은 삶을 왜 그렇게 불편하게 사느냐고 힘들지 않은지 묻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모든 경험들은 의미 있고 가슴을 뛰게 하는 일들이다.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서 그것이 즉각적으로 그 의미나 의도한 대로 움직이거나 변화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부여한 그 이름으로서의 가치를 소중함으로 때론 귀함으로 더 나아가서는 특별함으로 의미를 지니고 점차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독서 토론 중에 행복과 행운을 대표하는 '클로버'의 의미에 대해 소통을 하며 나눴던 적이 있었다. S 작가님의 네 잎 클로버도 모자라 다섯 잎 클로버를 찾아낸 사연이었다. 그 작가님의 눈에 띈 다섯 잎 클로버를 찾기 전의 신기한 상황과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름에 대한 의미부여는 우리의 삶 곳곳에서 실례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도 주인공 파이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게 다가온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파이는 아버지가 지어주신 자신의 이름이 주변 친구들에게 놀림거리가 되자 자신의 이름을 재치 있게 바꾸고 또한 주변인들이 인정하고 부를 수 있게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무리수인 원주율의 소수점 이하 아래수를 끊임없이 암기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결국 친구들은 그를 노력과 인내로 다듬어진 특별한 이름의 파이로 인정하게 된다. 파이에게서 이름은 어떤 의미였을까?
D작가님은 이름을 그렇게까지 해서 찾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노력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자신에게 주어지고 부여된 이름을 그냥 부르고 불리면 안 되냐고... 삶이 더 꼬이지는 않을까 하고 염려를 한다. 간단명료한 삶을 살고 싶다고 의지를 보이신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에 의미부여를 하는 나와는 매우 상반되지만 나 역시도 명료하고 정리된 삶을 살고 싶다.
그렇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마주하는 많은 것의 이름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사람들은 왜 그렇게 이름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집착하는 것일까?
나에게 자신의 이름이 소중함을 일깨워준 고교시절 수학 선생님처럼 이젠 나도 모든 자연과 사물의 정보화를 위한 이름이든,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새로운 이름이든 그것이 나라는 존재와 결합되었을 때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선생님 역시도 그것을 일찍이 경험을 통하여 알고 계셨던 건 아닐까?
S작가님이 발견한 클로버도 네 잎과 다섯 잎 클로버의 의미는 각각 다르다. 그 의미 또한 우리들이 부여한 것이니까. 이유에 대해 들어가면 풀꽃들의 생태계까지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클로버가 즐비한 그들의 세상으로 나아가면 세잎은 행복이고 네 잎은 행운 다섯 잎은... 이건 단지 시작은 희소성이었을 테고 그다음은 변이를 일으킨 그것들에게 사회적 배려, 제외가 아닌 특별함으로 더 귀히 여기자는 의미였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아울러 그 다섯 잎 클로버는 희소해서 가치와 의미가 생긴 것이다. 물론, S작가님의 눈에만 띈 것 그리고 그녀와 결합을 하게 되면서 서로에게는 더 특별한 의미가 되었을 거라 여겨진다.
일반적 명사인 꽃과 나의 딸, 남편 또는 사랑하는 이들이 선물한 꽃은 전달자가 누구인가, 전달할 때의 맘이 어떤가에 따라서 의미가 모두 다르고 특별해지는 거처럼 표면적으로는 모두 같은 이름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합된 사람 사물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의미가 부여되며 사람들은 그와 같은 다름으로 추억이나 기억들을 통해서 행복을 쌓으며 살아간다.
봄이면 봄마다 나에게 찾아온 벚꽃처럼.
해마다 봄이면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보기에 예쁨과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온 팝콘처럼 탐스러운 벚꽃을 구경하기에 정신이 없다. 팝콘 기계 안에서 바쁘게 여기저기로 튀어 오르는 모습을 아름다움으로 승화해서 연출했다. 나에게는 그런 일반적인 아름다움이나 관심의 벚꽃이 아닌 떨어지는 벚꽃잎에 대한 특별한 사랑이 있다. 내 눈에는 탐스러운 예쁜 벚꽃보다는 떨어지는 그 꽃잎들이 신기하고 눈길이 간다. 다소 불규칙하지만 마치 함수의 곡선을 그려내는 아름다운 선율들이 강하게 들어온다. 마침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원주율이 보인다. 반복되는 원주율이 전하는 수학적 언어는 순환하지 않은 무한한 특별한 움직임이다. 마치 무리수의 정의를 뿌리듯. 나에게 벚꽃은 그런 특별한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이와 같이 나에게 이름이 갖는 질량은 정보화의 편리성과 의미부여의 특별함 두 가지 모두가 당연하게 필요하고 중요하다. 정보화나 의미부여의 그 체계 안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거처럼 사람들은 이름에 대한 정보화나 의미부여라는 보편적 사실들의 균형을 잘 맞춰가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