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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Nov 09. 2024

자아분열_작별을 고한다

떼어내다_독립

'영성이는 스쿠터에서 떨어지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 순간 기절했다고 한다. 몸 다른 부분의 외상은 출혈에 비해 다행히도 깊은 상처는 없었다. 수애는 전문의가 말한 것처럼 영성이 바로 회복해서 곧 교양 교실을 찾을 수 있다면 다시 나눌 생각이다. 영성이 던진 스쿠터의 속력을 기나긴 우리 삶에 옮겨 삶의 평균 속력과 특별한 순간의 속력으로 찾은 삶의 기울기를.

미시적 관점에서 보면 아주 짧은 찰나로 나누어야 찾을 수 있는 특별한 순간 기울기를.


영성의 사고 이후 토론 동아리의 분위기도 어딘지 좀 달라졌다. 특히 토론의 현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토론의 방향이 서로의 생각에 대하여 비판이나 비난의 태도로 직관적으로 서로에게 다가섰다. 감정을 드러내는 소리 끝에는 거친 신경질이 몰렸고 서로 다투던 단어들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었윤이가 그랬다. 아빠로부터 관계를 배워나가는 한결은 불안했던 감정이 해소되지 못한 듯 자잘한 것에서부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벌써 일상에서 다른 모습보였다. 대표적으로 토론이 있는 날에도 점점 늦어져서 토론이 진행되는 도중에 겨우 도착해서 토론의 흐름을 깨거나 다른 소리로 멤버들의 감정을 흔들곤 했다.


윤이는 영성과 각별한 관계에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부터 두 사람의 관계에서는 관계를 잇는 다른 힘이 있었다. 각자 서로에게 의지했던 힘든 시기에 윤이는 영성에게 많이 기댔고 한 번씩 가벼워 보였던 영성은 해소되지 않은 가족의 서사와 삶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했다. 윤이가 자신의 고민을 쏟아냈던 어느 날, 영성은 엄마가 의지했던 하나님을 찾아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다녔던 교회 모습과는 다르게 그날 영성이가 찾았던 교회는 그 시간 더 고요했고 조용했다. 진심을 다해 기도 후 대 예배실 밖으로 나오며 뭔가 새로운 감정이 벅차올랐다. 이후로도 윤이가 한 번씩 마음을 기대어 여러 감정을 뱉어낼 때면 엉성은 그때마다 자신의 하나님을 찾았다.


윤이에게 영성의 사고는 견디기 힘든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찾아왔다. 갑자기 세상에서 혼자가 되어버린 윤이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학교 일정인 시험기간도 한몫했다. 파도처럼 거세지던 스트레스는 시험과 함께 사라질 줄 알았다. 수애는 그렇게 믿으며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윤이의 방황은 점차 더해져 자신이 좋아했던 토론 참여 시간에도 급기야 영향을 미쳤다. 계절이 바뀌며 몸이 안 좋은 할머니에게조차도 짜증이 늘었고 표현도 거세졌다. 윤이는 영성의 사고 전 숨이 안 쉬어 질만큼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했었다. 바빴던 부모님이 요즘 윤이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였을까. 시험이 끝나고 윤이는 입버릇처럼 "집어 들어가기 싫다." "집에서 나오던지 해야지." 하며 부모님과 싸움에서 거친 자신의 태도에 겁이 난다는 고백을 했었다. 부모님이 모순적이라고. 그쯤 수애에게도 폭발하는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며 속내를 보이곤 했었다. 사람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함께 나누는 두 분이 왜 자식인 자기 얘기는 진심으로 듣지 못하는지 화가 난다며 그날은 집에 아주 늦게 귀가하리라는 다짐으로 선언다.


수애 역시 복잡했다. 충격적인 영성의 사고와 자신의 심경의 변화 또 그동안 봐왔던 윤이의 모습과 많이 달라진 윤이의 태도 거기다 한결의 얽히고설킨 관계까지. 그 몇 가지 사례를 본다면 부모, 특히 엄마와 자식의 관계를 다시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수애는 요즘 부쩍 말수가 줄어든 엄마 경옥을 보며 두 사람 사이 벌어지는 엄마와 자식의 독립과 사랑에 대해 다시 살펴본다. 부모가 자식을 자신과 분리한다는 건 진정한 독립이 될 수 있다. 그토록 분명한 독립이 가능할까.


며칠 전 고민으로 잠들지 못한 깊은 밤 뒤척이다 *플릭스를 켰다. 초점 없이 채널을 오르내리다  '지옥'이라는 단어에 꽂혀 확인을 눌렀다. 단테의 신곡에 많은 지분을 지닌 지옥은 괴로워하던 수애를 단번에 낚아챘다. '지옥'이 화면에 나타났으며 시즌1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순차별로 보거나 관심을 두었던 드라마가 아니라 2~3일에 걸쳐 잠이 안 오던 밤 습관처럼 드라마를 켰고 수애의 시선은 화면에 무심히 던져졌다. 마침내 마지막 회를 보자 작가의 메시지가 강하게 와닿았다. 인간의 자아분열, 자신과 자아를 분리하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해 나가야 하며 우리는 평생 그 과정에 놓여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았던 절대강자 신을 대신한 세상이 믿고 있는 권력자가 지옥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작가는 다중적 인간의 모습 가운데 절대 변하지 않고 지키려는 자신과 자신의 욕망 또는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분리하려 하나 결국 욕망의 자신을 쫓아 변해간다. 본연을 지키려는 자신은 살라달라고 몸부림친다. 그 과정에서 수애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진정한 독립이라는 건 자아 분열만큼 힘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모는 경제적 정서적 육체적 모든 부분에서 독립을 꿈꾸고 시도한다. 지혜로운 부모라는 틀 안에 자신을 가두고서. 과정에서 끝없이 자신과 싸워야 하며 온전히 제대로 된 독립이 있을까 의심이 될 정도다. 자신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은 자신의 죽음을 찾아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수애는 문득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부모는 자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또 자신의 기대치 이하라고 자식을 수선하고 고쳐 쓸 수 있을까. 살아 있는 자면 자식이고 부모고 간에 무조건 수선이 가능할까,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이기에 자식과의 관계에서는 강제적 절대적 독립이 쉽지 않다.


윤이가 오늘 또 늦은 토론 시간 수애는 공간에서의 두 직선의 위치관계를 다시 정리하면서 친구들에게  가볍게 묻는다. 위치관계를 정리해 줄 누군가를 향해 무언의 도움을 청했다. 계절의 영향인지 환경 탓인지 요즘 무척이나 깊어진 현중이 그래프를 그려가며 네 가지 관계를 간략히 정리했다. 삶에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도 네 가지 관계에 집중해서 정리했다. 네 가지 관계 중 두 직선이 일치하는 관계는 두 직선이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포개지고 겹쳐져 한 몸과도 같은 사람말한다고 정리하며 수애를 향해 피식 웃어주었다.


현중이 정리한 세상을 들으며 수애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세상 부모들은 말했다. 자신의 프레임에 가둔 진실에 귀 기울이고 자식을 자신에게 기대하듯 떼어내지 못한다고. 사람은 각자 즐기고 나누기도 하며 일단 벽 안에 가두어 새로운 세계를 계획하고 디자인한다. 거부하는 자식에게 자신이 짜둔 프레임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새로운'또는 '다른'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자신은 예외라고 생각하고 말한다.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한 자아분열의 예가 아닐까. 수애는 여전히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이 세계 안에 존재하는 프레임을 깨야 새로운 다른 세계에 닿을 수 있는 그곳으로 나아간다.


수애는 친구들과 영성을 기다리며 토론이 끝난 어느날, 매끈하지 못한 마음을 훑으며 친구들의 마음을 살피며 자신이 쓴 편지 시 글을 낭송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참석하지 못한 영성과 윤이 한결을 머릿속에서 그리며 고민하던 나날 시상이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0'의 경계에서


안과 밖을 바라보며


아침이 고요했다

아침이 고요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다른 세계 안에서

느껴지는 숨 막히는 한기


그건 이 세계 안을

지배했던 공기

빛의 속도와 겨루기라도 하듯

배려 없는 시간


목요일에 만난 그녀들


목요일에 만날 그녀들


소리 내어 환영하는 아침 인사와

따뜻함에 지어 흐르는 눈물


오늘쯤이면 가능할까

상처가 더 깊어질까

얕은 아픔에 눈동자를 굴려본다


오늘 나는

소리 내어 읽고 담고

농도 짙은 호흡으로

무게 실린 숨을 뱉어내리라


벌써 손끝 발끝이 시리다

낭만으로 무장한 듯

따뜻함이 넘쳤

내친김에 '공허한 마음'을 전한


쓸쓸한 날에 느껴지는 포근

누군가의 아침인사가 그랬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나아

많은 것을 담은 

멀리 보이는 그곳으로


삶 속 자신에게

작별을 고한다

준비된 유서는 찢기고

다시 찢고


목적지를 모른 채 가상의 목표가

존재하는 것처럼

헤매고 다녔다


성근 시간 속에

가을을 온전히 담아낸 이 계절에

다시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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