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을 열다_브런치 스토리
관계의 불안에 놓인 모든 미지수에게
수애는 차단이라는 극단적 대처대신 동아리 친구들과 영성을 간절하게 기다렸다. 토론이 끝난 어느 날, 매끈하지 못한 마음을 훑으며 친구들의 마음을 살폈다. 건네받은 마음이 심장을 건드리며 자신이 쓴 편지 시를 낭송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녀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들여다보며 수학 토론에 퐁당 동아리에 참석하지 못한 영성과 윤이, 한결을 복잡한 머릿속에 끼워 넣고 그리며 고민하던 어느 날, 시상이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교양교실에 모인 친구들의 불안한 마음은 그들 각각의 방법으로 해소했고 불길한 예감을 덧씌운 감정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수애도 부정적 시선에 이어 '믿음' 의심의 씨앗을 만드는 믿음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불안이 시작되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이들도 그런 걸까. 이제 그 불안을 어떻게 풀어 가야 하는 걸까. 수애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러 날 고민이 풀리지 않았다. 토론 동아리 친구들 중에는 입시를 앞둔 학생이 없었으나 그녀의 또 다른 공간에서는 현역 입시생들이 진지하게 수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삶에서 몇 가지 테스트로 기억되는 수학능력 시험을 치렀다. 수애의 마음씀은 이미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애의 눈빛은 이미 빛을 잃은 지 시간이 지났고 손놀림과 발걸음에도 에너지가 사라졌다.
한 달 전 수애에게 다른 지역 도서관에서 강연 요청이 있었다. 인문학 특강으로 첫 번째 주제는 관계이다. 관계를 확장하고 풀어나가는 요청이었다. 수애의 고민은 토론 동아리의 불편한 여러 일과 강연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거였다.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관계 회로'를 A4지에 옮겨 정리하며 마인드 맵을 그렸다. '관계 회로'를 그려놓자 그녀가 가장 힘들어하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바로 '불안'이었다. 그렇다면 그 불안을 끊임없이 안고 가야 하는 걸까. 타자들보다 긴장감이 특별히 높은 그녀였기에 불안은 수애의 감정에서 떨어지지 않은 한 몸 같은 존재였다.
관계를 제대로 살펴본 결과 그녀의 관점에서 관계는 수로 선택되어 직선으로 두 사람 사이 서로를 회피하지 않으며 바라보았다. 수애는 생각이라는 영상을 통하여 수에서 선으로 그리고 우리의 관계 확장으로 그려 나간 관계를 나, 너, 우리를 향한 사랑으로 다시, 발견의 사랑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까지 그려내었자. 이내 요청받은 도서관에서 풀어야 할 관계의 확장을 떠올렸다.
수애에게 [틈]이란 브러치 스토리에서 얘기하는 '틈'과 얼마만큼 같고 얼마의 큰 차이가 있는 걸까.
수애가 도서관 인문학 특강 신청자를 대상으로 했던 강연에서 풀어낸 [틈]은 먼저 연결과 이음에 있다. 경계에서 단절이 아닌 이어짐을 의미한다. [틈]을 열어야 한다. 삶에서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최소한의 대답은 '열다'에 있다. 정체나 단절을 의미하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감으로 연 틈을 새롭게 채운다. 자신의 강연을 열심히 집중해서 듣고 있던 세미나실에 모인 그들을 향해 수애가 전달한 수, 선, 원으로 그려낸 관계에서는 나, 너, 우리의 발견을 보여준다. 그 관계 속에 필수로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랑이었다. 수로 보여준 나의 발견에서는 우애수부터 실수와 허수의 사랑, 완전수까지, 이 세 가지 수들의 공통 요소는 모두 사랑에 있었다.
그 세 가지를 통해 수애는 자신에게 닿은 수를 모두에게 밝힌다. 어느 날 그녀에게 닿은 수, 그녀가 사랑하는 신비로운 '0' 이야기를 들려준다.
'0'은 통로이며 경계, 전환, 확장의 중심에 있다.
유한에서 무한으로, 세대를 전환하며 안과 밖, 겉과 속의 경계를 보인다고. 무엇보다 그녀가 발견한 '0'은 한글의 모음 'ㅇ'과 같은 기능을 하고 의미를 담고 있다. '열다'의 단어에서 'ㅇ'은 모음 앞에서 자리값은 존재하고 단어의 의미는 없다. 모든 모음 앞에 존재하는 ㅇ은 그 자리를 지켜주며 빛이 난다. 다만 의미 없는 자릿값이다. '0.000057'에서 숫자 '0'도 마찬가지다. 의미나 크기는 없고 자리값만을 나타낸다. 그때 0은 자리값만 존재한다. 이 신비로운 새로운 발견의 순간, 수애는 아름다움을 느낀다며 환희에 찬 표정으로 세미나실에 모여 그녀의 강연을 경청하는 그들을 향해 질문했다. 미소 띤 얼굴로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여러분께 질문하겠습니다. "혹시, 세종 대왕님은 한글 창제의 출발점에서 제가 발견한 지점을 깨달으셨을까요. 과연 알고 계셨기에 0과 모양이 비슷한 ㅇ을 기능에서도 같은 역할로 모음 앞에 같은 의미로 쓰자고 악속을 정한 걸까요? 신기하지 않나요. 저의 아름다움은 이런 순간에 찾아오며 그 순간 아름다움이 전한 경이에 깊이 빠져듭니다."
수애는 다시 묻는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자신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은 새로운, 다른 발견의 순간에 있다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물론, 그녀는 영성과 윤이와 한결을 생각하며 금세 눈가가 촉촉해졌다. 강연 중 어떤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며 문득 그 친구들이 떠올랐고 수애가 수학을 하는 깨달음이 그들에게도 닿아 그녀가 느끼는 행복한 감정을 누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