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고, 생긴대로 살아가기

by 뉴욕 산재변호사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칼 융의 분석 심리학은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는 행복한 삶의 핵심을 두 가지로 본다.


첫째, 아프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아픔'은 단순히 신체적인 고통을 넘어, 정신적이고 영적인 고통까지 포괄한다. 융 심리학에서 건강한 삶은 곧 '개별화(individuation)'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삶을 의미한다. 개별화는 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자아(Self)를 발견하고 실현해나가는 평생의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의식과 무의식, 페르소나와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등 내면의 다양한 측면들을 통합해나간다. 내면의 갈등이나 억압된 그림자가 심리적 '아픔'을 유발하고 개별화를 방해한다. 따라서 아프지 않다는 것은 내면의 통합이 이루어져 심리적 에너지가 원활하게 흐르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행복의 필수적인 토대가 된다.


둘째, 생긴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는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Self)의 실현'**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사회적 가면인 **페르소나(Persona)**를 쓰고 살아가지만, 페르소나에만 갇히면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멀어지고 내면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생긴 대로 산다'는 것은 사회적 기대나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 즉 개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 깊이 자리한 원형적인 자신을 탐색하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태도를 말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구절처럼, 우리는 외부 세계가 규정한 알이라는 껍질을 깨고 나와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아 날아올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고통과 혼란이 따르지만, 이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길을 걷기 위한 필수적인 성장통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어령 교수의 명언은 큰 울림을 준다. 그는 우리가 **"한 방향이 아닌 360도 방향으로 달리자"**고 말했다. 이는 우리가 정해진 하나의 길, 사회가 요구하는 좁은 시선에 갇히지 않고, 내면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채로운 삶의 방향을 탐색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융 심리학의 개별화 과정 역시 이와 일맥상통한다. 우리의 삶은 하나의 목적지만을 향해 달리는 직선 주로가 아니다. 오히려 내면의 부름에 귀 기울이며 여러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다차원적인 여정이다. 360도로 달린다는 것은 삶의 모든 측면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온전한 자아를 찾아 나가는 용기 있는 태도인 것이다.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은 아프지 않고, 즉 내면의 통합을 통해 심리적 균형을 이루고, 생긴 대로, 즉 자신의 참된 자아를 찾아 실현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피어난다. 융 심리학은 이러한 여정을 통해 우리가 더욱 온전하고 충만한 삶을 경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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