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LATTE’ 방법론
산재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의 하루는 단순히 법률 지식을 적용하는 것을 넘어선다. 억울함과 고통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며, 때로는 오해와 불만을 마주하고, 복잡한 감정의 흐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변호사의 진정한 역량은 단지 법조문을 꿰뚫는 지식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고객과의 신뢰를 어떻게 구축하고 회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찰스 두히그의 저서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은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반복적이고 의도적인 실천을 통해 ‘위기의 순간’에 자동적으로 이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습관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커피 체인 스타벅스는 이 원리를 활용해 직원들에게 ‘LATTE’라는 고객 응대 매뉴얼을 가르친다. 이 간단한 다섯 단어—Listen, Acknowledge, Take Action, Thank, Explain—는 비단 커피 매장에서만 통하는 공식이 아니다. 감정의 골이 깊을 수 있는 산재 사건 현장에서도 이 원칙은 변호사에게 탁월한 소통 전략이 된다.
한 번은 내가 담당하던 고객이 전화 너머로 격앙된 목소리로 “왜 아무도 나한테 설명을 안 해주느냐”고 호소한 적이 있다. 그 순간 내가 취한 행동은 다름 아닌 ‘침묵’이었다. 고객의 말을 끝까지 듣고, 그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핵심 감정과 불안의 원인을 파악하려 애썼다. 말은 쏟아내는 순간 치유를 시작한다. 변호사는 그 쏟아냄의 전 과정을 온전히 수용해주는 경청자로서, 고객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열어야 한다.
경청이 끝났다면, 그다음은 ‘인정’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제가 잘못했어요”라는 법적 책임의 인정이 아니다. “답답하셨겠네요”, “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힘들었을 겁니다”라는 말로 감정의 타당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고객의 방어를 무장해제시키는 열쇠다. 이 한마디가 의리인에게는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신뢰의 출발점이 된다.
공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럼 제가 확인해서 다시 연락드릴게요”라는 말에는 기한이 필요하다. “내일까지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와 같은 구체적인 약속은 단순한 응답을 실행력 있는 계획으로 바꾼다. 특히 산재 사건에서 치료 일정, 보상금 지급, 서류 제출 등은 시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변호사의 ‘즉각적인 대응’은 고객에게 큰 신뢰로 이어진다.
많은 변호사들이 의뢰인의 불만을 ‘귀찮은 항의’로만 여긴다. 하지만 불만을 말하지 않고 조용히 계약을 해지하며 다른 변호사를 찾는 의뢰인이 더 위험하다. 불만은 오히려 아직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신호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희가 더 나은 서비스를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라는 말은 변호사가 단지 사건을 처리하는 대리인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가는 동반자임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서 소통은 완성된다. “죄송합니다. 일정이 지연된 이유는 내부 행정절차에서 예상치 못한 검토가 추가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와 같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설명은 변명을 넘어서는 투명성을 보여준다. 고객은 이해를 원하지, 완벽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맥락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변호사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