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산재보험법
뉴욕에서 산재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업무 중 다친 근로자의 편에서 보험사와 상대하며 최대의 치료와 최적의 보상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입니다.
제 의뢰인들이 많이 하시는 질문 중의 하나가 “수술이 케이스에 도움이 됩니까?”입니다.
케이스에 도움이 될까요..? 변호사의 관점으로 볼 때 다소 모호한 질문입니다.
그래서 전 이렇게 다시 의뢰인에게 여쭤봅니다.
“케이스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 몸을 낫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가란 질문이신가요, 아니면 보상을 더 요구하는데 도움이 되는가란 질문이신가요?”
대부분 의뢰인들의 대답은 이러합니다.
“둘 다요.”
먼저, 수술이 몸을 낫게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인가?란 질문은 제가 답변 드리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왜냐 하면 수술을 집도하시는 의사에게 전적으로 상담하셔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수술을 권하시는 의사 선생님과 수술의 효과성 뿐만 아니라 부작용까지 함께 상담하신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수술이 보상을 더 요구하는데 도움이 줄 것인가?란 질문도 즉답을 드리기 어려운 까다로운 질문입니다. 왜냐 하면 뉴욕 산재보험법에서 보상의 기준은 “수술과 치료를 받을만큼 다 받아 보았는데 안낫는 정도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수술을 받으신 후 몸이 사고 전 수준으로 깨끗이 낫는다면, 요구할 수 있는 보상은 $0입니다. 실제로 제게 이런 경우가 두 케이스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세가 좀 드신 후 받는 수술은 영구적 부상을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술 받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영구적 부상을 남기는 경향이 많은 까닭에, 수술을 받으시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 조언은 이러합니다. 수술을 치료 목적으로 접근하셔야지, 보상을 더 많이 받기 위한 목적으로 접근하시면 안된다구요. 보상은 수술과 치료 후 몸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시는 것이 옳습니다.
자, 치료 목적으로 접근해야 할 수술. 그래도 여전히 고민은 남습니다. 그 후유증 때문인데요.
어느 날 의뢰인 한분이 찾아와 제게 하소연을 하십니다. 담당 의사께서 허리 수술을 권유하시는데, 수술을 받아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가 고민된다고 하시면서요.
수술을 받으면 통증이야 완화되겠지만, 40대 후반의 나이에 받은 수술이 노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모르고, 만약 수술로 인해 오히려 허리 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 영영 직장으로 복귀 못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하소연이었습니다.
특히 자신을 의지하고 있는 가족들 때문에 더더욱 힘든 결정이라고 하시는데, 세 딸을 두고 있는 저로서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똑같은 고민을 했을 것 같았습니다. 수술을 받아도 후회하고, 안 받아도 후회할 것 같다는 이 의뢰인.
사실 제게 이런 고민으로 찾아오신 의뢰인이 이미 여럿 계셨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수술을 받아도 후회하고, 안 받아도 후회할 것이라면, 후회를 덜하시는 쪽으로 선택하시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권유를 드리곤 했습니다.
변호사로서 냉철하게 생각한다 하고 드린 조언이지만, 의뢰인의 답답한 마음을 속 시원하게는 해드리지 못한 모호한 조언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 의뢰인은 수술을 받을지 말지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하시고는 자리를 뜨셨습니다.
“후회의 심리학”에 관한 몇몇 실험들로써 이 의뢰인의 심리를 읽어보고자 합니다.
2002년 노벨상 수상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네만 교수는 실험을 위해 어느 날 땅에 1불짜리 복권을 떨어뜨렸습니다. 아직 추첨일이 남아 있는 유효한 복권이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이 복권을 줍습니다. 바로 그때 카네만 교수가 그에게 다가가 이렇게 제안합니다.
“방금 주우신 복권, 제게 파시면 복권 값 1불로 바꿔 드릴게요.”
어짜피 길거리에서 주원 공짜 복권이니 이 복권을 카네만 교수에게 판다면 1불이 생기는 상황인 것이었지요. 여러분이라면 그 공짜 복권을 카네만 교수에게 파시겠습니까? 아니면 추첨일을 기다리시겠습니까?
복권당첨 확률, 여러분들 잘 아시지요? 그 복권을 팔아 당장 1불을 챙기는 것이 현실적인 이득이지만, 같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팔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심리라는 것인데요.
1불에 팔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여러분은 “만약 복권이 당첨된다면?”이란 가정하에 느낄 후회를 상상하게 되는데, 그것만으로도 큰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받아도 후회를 덜할 쪽을 선택하게 되고, 결국 여러분은 복권을 팔지 않는 것이지요.
이 심리 실험은 우리가 “행동을 해서 잘못된 경우와 행동을 하지 않아서 잘못된 경우, 행동을 했을 경우 하게 될 후회가 더 고통스럽기 때문에 차라리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위 의뢰인의 심리를 이 실험을 통해 반추해보면, 수술을 받아도 후회하고, 수술을 받지 않아도 후회할 상황에서 수술을 받았을 경우의 후유증에 대한 후회가 더욱 크다고 생각되는 까닭에 차라리 수술을 받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정할 수 있는 것이지요.
수술이 잘못되면 “아, 내가 그때 수술을 왜 했지?” 하면서 그 의뢰인은 죄책감, 수치심, 부끄러움, 회한, 자기 분노, 자책감 등 강력한 부정적 정서를 경험할 것입니다.
반면, 수술을 거부한 대가로서 허리가 계속 안 좋은 상황에서는 “아.. 그때 수술 받았어야 하는건데..” 하며 좌절감 정도를 경험할 것입니다. 결국 수술을 받을 경우에 할 후회가 더 클 것이라는 건데요.
그러나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 허리는 지금처럼 계속 불편할 것이고, 삶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수술을 받을 경우, 그 수술이 어떤 후유증을 가져올지 현재로서 알 길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의뢰인이 내 몸을 낫게 하고자 하는 ‘향상 초점’을 가진 사람일지, 아니면 수술이 받지 않아 계속 아플 경우 겪게 될 손해가 더 관심사인 ‘예방 초점’을 가진 사람일지를 더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향상 초점’을 가진 의뢰인이라면 차라리 수술을 하는 쪽이 실패를 하더라도 후회를 덜 느낄 것이라는 것입니다.
한편,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수술을 하는 것이 수술을 피하는 것 보다 더 강한 후회를 낳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수술을 하지 않은 경우에 더 많은 후회를 할 것이라고 조언하는 심리학자도 있습니다.
수술이 잘못된 경우에는 그 후유증을 고쳐보기 위해 뭐라든 해볼 수 있지만, 수술을 거부한 결과가 잘못된 경우에는 수술을 받지 않은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기 때문에 평생 후회가 의뢰인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라는 것이지요. “아, 그때 수술 했어야 하는건데..” 하시면서요.
여러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만약 의뢰인이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도전하기를 원하는 타입이라면, 즉, 현재의 몸상태에 머물지 않고 낫고자 하는 소망이 강한 분이라면 수술을 하는 쪽을 선택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수술을 받든 받이시든, 받지 않으시든 후회하실 것은 마찬가지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