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생각한다”는 말투, 언어의 무게

by 뉴욕 산재변호사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나는 그의 화법 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라고 생각한다"는 어투에 흥미를 느꼈다. 이는 단순한 문장 구성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의 언어는 명확하고 주관이 분명해 보이지만, 동시에 한국어 고유의 담화 방식과는 어딘가 어긋난 듯한 인상을 준다. 이 말투는 과연 한국어의 전통적인 어법일까? 아니면 영어식 표현인 “I think”의 번역에서 비롯된 현대적 산물일까?


전통적인 한국어 담화 방식은 자기 의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했다. 조선시대의 문헌이나 고전 서간문을 살펴보면, “짐작컨대”, “~이 아닌가 하옵니다”, “제 미루어 생각건대”와 같은 표현들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말투는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자신의 의견을 겸손하게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둔다. 말에는 반드시 위계와 정중함이 따랐고, 단언보다는 추측이나 제안의 형태를 띠었다. 이러한 간접화법은 한국 사회의 유교적 문화와 공동체적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반면, “나는 라고 생각한다”는 표현은 자기 주장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화자의 존재와 판단을 중심에 놓는다. 이는 20세기 중반 이후, 특히 영어 교육과 번역 문화가 확대되면서 점차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표현으로, 영어의 “I think that” 구조와 거의 일치한다. 한국어 사용자들은 영어식 표현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면서도, 이를 한국어 문법 안에 융합시켜 새로운 담화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오늘날 이 표현은 다양한 맥락에서 흔히 사용된다. 회의에서 의견을 밝힐 때, 발표 중 자신의 관점을 설명할 때, 논문에서 입장을 정리할 때, 모두 “~라고 생각한다”는 말투가 등장한다. 이는 현대 한국 사회가 점차 개인의 주관성과 책임 있는 발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언어 문화를 재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발언에서는 이러한 언어가 자신의 논리와 판단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이 언제나 설득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나는 ~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오히려 무책임하거나 방어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질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때, 화자의 책임 회피나 모호한 태도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말의 힘은 단어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맥락과 태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에서 반복되는 “~라고 생각한다”는 표현은 그가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청문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는 다소 이질적인 언어 감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것은 단순한 언어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어 담화 문화가 전통에서 현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언어적 긴장과 적응의 한 단면이다.


결국 언어는 시대를 반영한다. “~라고 생각한다”는 말투는 전통적인 간접 화법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개인의 의견을 표현하려는 현대의 시도이자, 세계화된 언어 환경에서 한국어가 새롭게 자리 잡아가는 흔적이라 할 수 있다. 김민석 후보자의 말 한마디는 그 자체로 한국 사회가 어떤 언어의 전환기에 놓여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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