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꼼꼼한 잡담

by 꼼꼼


“너는 투명인간이 되면 뭘 하고 싶어?”

이 엉뚱한 질문은 알고 보면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이 없다면 나는 무슨 행동을 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플라톤은 ‘기게스의 반지’를 통해 행동에 대한 책임의 의미를 되묻는다.

양을 치는 목동이었던 기게스는 지진을 피해 한 동굴로 들어간다. 그는 동굴 안에서 반지를 끼고 있는 거인의 해골을 발견한다. 기게스는 반지를 돌려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자, 투명인간이 된 기게스는 무엇을 했을까.

그는 궁전으로 달려가 투명인간이 되어 왕비와 잠자리를 같이하고, 왕을 죽인 후에 스스로 왕이 된다.

플라톤은 이렇게 ‘반지의 힘’이 사람을 퇴물로 만든다고 우회적으로 말한다.


“그래요, 당신이 기게스의 반지를 얻었다면 뭘 하고 싶으세요?”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릴 어마어마한 기회가 눈앞에 왔을 때,

상상하지 못했던 권력이 내 손에 주어져, 말 한마디면 수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찬사를 보내게 되었을 때,

갑자기 어마어마한 돈이 내 앞에 뚝 떨어졌을 때,

그 모든 것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누구의 간섭도 없는 상황에서,

뭘 선택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소크라테스는 ‘이성이 자신을 통제해야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런 도덕적 행위가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저열하고, 고집스러우며, 이기적이어야 될 것 같은 세상 아닌가.


어마어마한 기회를 뒤로하고, 권력을 무시하며, 자본을 가볍게 여기는 청렴함으로만 어떻게 살 수 있는가 말이다.

돈과 권력의 마법 주문을 외워 만랩의 능력치를 갖게 된다면

인간의 윤리와 도덕을 잠시 외면하는 것은 괜찮은 것 아닌가 하는 유혹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우리는 가면을 쓰고 경로를 이탈한다.


평범했더라면 정상으로 보였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처럼 고민하고, 좌절하지만 때로 소소한 삶의 기쁨과 행복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게스의 반지를 얻는 순간

성과에 도취되고, 오만과 고집, 독선에 빠져 악한 이기심에 빠진다.

평범한 날에 애정을 받지 못한 비뚤어진 자아가 폭발하는 것이다.

경로를 이탈하여 질주한다.


“재 검색합니다.”

경로를 이탈하면 다시 검색하여 애초의 목적지를 향하면 될 텐데.

반지의 능력을 맛본 사람에게서 재검색과 수정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경로를 이탈한 한 인생을 보며,

나의 경로를 생각하고, 목적지를 다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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