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숨 08 |
재미는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지 않을 때에야 발생한다.
왜 똑같은 게임을 해도 어떤 이는 재미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재미없다고 할까.
어찌 되었든 게임의 주체가 되면 재미있고, 방관자이면 별로 재미없다.
복불복 게임이든, 유명 pd가 진행하는 사람 얼굴보도 이름 맞추는 게임이든,
‘그게 뭐라고…’, ‘유치하게…’, ‘이게 재미있냐?’라는 부정의 마음으로 객체가 되는 순간 정말 단순하고 재미없게 느껴진다.
예능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이 유치한 게임을 주체가 되어 참여한다. 그럴 때 재미가 생긴다.
또한 재미있어하는 주체를 바라보는 '객체가 주체와 동화(同化)' 되어 함께 웃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이는 몰입도 유사하다.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 계속 보는 이유는
시청자가 드라마의 주체가 아닌 객체지만, 주체와 객체 사이의 분리가 아닌 동화하여
드라마에 몰입하고 드라마의 서사에 감정이 움직이는 것이다.
욕도 하고, 울기도 하고, 악한 자가 몰락하는 것에 통쾌해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히어로물에 빠지는 것은 히어로에 대한 상상과 기대의 마음이 객체이면서도 주체가 되도록 이끈 결과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몸이 움찔거리고, 승패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것은
응원하는 사람이야 필드에서 뛰는 사람이 아닌 객체이면서도,
내가 슛을 해야 될 것 같은, 내가 손을 뻗어야 될 것 같은 주체가 된 동화에서 비롯된다.
과거, 권투를 자주 보셨던 아버지는 자신이 복서인양 손을 힘차게 휘저으셨다.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재미가 있다.
이런 동화(同化)는 주체가 가진 추동의 힘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객체의 마음가짐과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좋아하고 응원하는 종목과 팀에 따라 객체가 되기도 하고 주체가 되기도 한다.
선호하는 드라마와 영화도 마찬가지다.
게임이나 레크리에이션도 그러하다.
유치해 보이는 게임이라도 따라 하다 보면 재미가 있고, 재미있어하는 그들을 보면 나도 신난다.
누구 못지않게 게임 진행을 했지만, 준비하면서 ‘야! 이게 정말 재미있나?’ 싶은 것들이 빵빵 터질 때가 많다.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여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스스로 주체가 되어 준 덕분에 모두가 함께 즐겁다.
달리기를 잘 못하더라도 열심히 달리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소리치며 응원해 준다.
왜 항상 지는 쪽을 더 응원하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동화(同化)가 이어진다.
아이들 재롱잔치가 그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것은
등장하는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 아가들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내 자녀가 등장할 때면 소리를 지르고 난리다.
아이들이 신나게 춤을 추면 부모도 신나고, 아이가 무대에 서서 뚱하게 서있으면 부모의 속이 시커멓게 탄다.
주체와 객체가 동화(同化)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미만 이야기했지만 그 반대의 동화도 있다.
분노의 주체와 동화 한 객체, 미움을 가진 주체와 동화 한 객체,
의심의 마음과 동화 한 객체, 폭력적 주체와 동화 한 객체.
이런 부정적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는 것은
주체와 객체의 동화(同化)라는 것이
'재미있는 동화(同化)'이길 바라는 마음 이어서다.
재미있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