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드라마 홍대 story
E.F 가게 문 열리는 소리
여 해장라면 하나요.
남 저기 죄송한데 마감했는데....
여 에이 사장님 부탁드려요. 아잉
남 마지막입니다.
남(N)언제부턴가 가게를 마감할 즈음에 늘 혼자서 오는 여자 손님이 있다. 아마 클럽투어를 빡세. 게 하고 오느라 매번 이 시간에 오는가 싶은 생. 각에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차림새를 봐서는 또 그리 보이지 않는데, 하여튼 클럽투어가 아. 니라면 매번 마감하는 찰라에 오는 것이 설명. 이 안 되었다. (혀를 찬다)
브릿지음악
여 이 가게 해장라면 정말 맛있어요.
비결이 뭐예요?
남 비결이요? 라면봉지 뒤에 적혀 있는 데로, 끓이 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여 영혼이 없으시네요. 에이 뭐예요. 영업비밀?
남 그런 것 없는데요. (그릇놓으며) 자 여기 라면 나왔습니다.
여 오!
E.F 폭풍흡입 국물까지 싹!
여 너무 맛있다. 속이 다 풀리네.
남 저희 집 라면이 맛있는 이유 말씀드릴까요?
여 예?
남 밤새 클럽투어 하시느라 어찌나 배가 고프시겠. 어요? 맛이 없을 리가 없죠.
여 어머? 지금 그 표정.
남 예?
여 저 한심하게 보시는 거 맞죠?
남 .......
여 맞네? 우와 어떻게 손님한테.
남 자! 자! 손님!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 하구요. 다 드셨으면 이제 일어나주세요?
여 어머
남 거 매번 마감 지나고 오시니까 그렇죠.
여 저 기억하세요?
남 마감할 때 마다 오시는데 기억 안 할 수가 있습. 니까?
여 예! 예! 죄송하긴 한데요. 이집 라면이 맛있는 걸 어떡해요.
남 맛이 있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여 (F)뭐야? 다음번엔 마감 전에 올께요. 일이 늦 게 끝나서 그래요.
남 아! 예! (F) 클럽투어도 일이니?
여 잘 먹었습니다. 계산요 (사이)
어? 지갑? 어? 휴대폰?
여(N)아! 오늘 일진 왜이래? 하루 종일 취재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다가 겨우 일 마치고 최애라면으로 배 좀 채우고 집에 가려고 왔는. 데, 지갑이랑 휴대폰이 없네. 오마이 갓! 차에 뒀나? 아뿔싸! 거기! 마지막 취재하던 클럽에. 보관소! 어머나 거기 두고 왔네. 어떡해!
그렇지 않아도. 라면 사장님이 날 못마땅해 하 시는 것 같은데, 아유 큰일 났네.
여 저기 사장님....저기....지갑을 두고 왔는데 어쩌. 죠?
남 뭐라구요?
브릿지음악
여(전화)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제 그 외상....
남(전화) 아 예.
여(전화) 계좌 주세요. 지금 송금할게요.
남(전화) 지갑이랑 찾으셨어요? 나중에 오시면 그. 때 주세요.
여(전화) 예! 다행이요.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라.
남(전화) 이제 시작했으니 자주 그럴 것 같은데요. 하하하
여(전화) 재미있으세요?
남(전화)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여(전화) 안 웃겨요. 그럼 뭐 라면도 먹을 겸 가게 가. 서 직접 계산할까요?
브릿지음악
여 정말요?
남 왜요 아닌 것 같아요?
여 아뇨. 말씀 하시는 것도 그렇고, 라면집 사장님 치고는 너무 유니크 하다고 생각은 했어요.
남 칭찬이시죠?
여 글쎄요.
남 ....
여 그럼 지금은 밴드 활동 안하시는 거예요?
남 활동을 안 하기보다는, 워낙 젊고 실력 있는 인. 디밴드 팀들이 많으니 저희 같은 한물간 밴드가 설 자리가 없어서
여 어머 슬프다.
남 지금 그 표정?
여 예?
남 저 한심하게 보는 것 맞죠?
여 예!
남 예?
여 음악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죠? 그런 꼰대 같은 마인드면 뭐 쉬셔도
남 뭐라고요?
여 저요! 인디밴드 전문매거진 ‘인디! GO!' 편집장 정연주입니다. 정식으로 인사하시죠.
남(N) 뭐지? 클럽죽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일부. 러 밴드 취재하려고 클럽을 다닌 거야? 뜻밖이다. 매달 빠뜨리지 않고 구독하는 잡지. 의 편집장 정연주? 이렇게 만난다고?
오래되긴 했지만 키보드 세션으로 여러 앨범. 에 참여 할 만큼 뛰어난 연주실력과 해박하고
독창적인 음악적 지식에서 나오는 유쾌하고 맛깔스런 칼럼으로, 인디밴드의 대모라고 불
리 울만큼 꽤 알려진 인플루언서인데, 그녀를 몰라보다니.... 그건 그거고 뭐? 꼰대?
E.F 폭풍흡입 국물까지 싹!
여 역시! 크! 잘 먹었습니다.
남 .....
여 화나셨어요? 아까 드린 말씀 얹잖게 생각 마세. 요. 사장님 음악 한번 듣고 싶네요.
언제 들을 수 기회가 있을까요? 아니다 그러지 말고 인터뷰 부탁드려도 될까요?
‘홍대거리를 지키는 고인물! 인디밴드 라면가게 사장님’ 어때요? 타이틀?
남 헐
여(N) 말은 그렇게 했지만, 왠지 라면집 사장님의 음. 악이 궁금했다. 오랜 기간 동안 만나온 여러 아티스트들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내공 같은 것이 느껴졌고, 깊고 진한 라면 국물 같은 진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인터뷰를 제안했다.
브릿지음악
여 홍대거리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을까요?
남 인디문화요. 그게 홍대 거리의 시작이자 끝이. 라고 봐요. 인디문화가 사라진다면 홍대 거리
도 사라지는 거라고 봐요.
여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재 밴드활동을 하지 않. 고 계시는데 이곳 홍대를 떠나지 못하시는 이
유가 뭐죠?
남 음...아직도 홍대거리에 수많은 공연장들을 지
나다 보면 가슴이 뜨거워져요.
세상에 이렇게 실력 좋은 예술가들을 끊임없. 이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싶. 어요.
여 저랑 생각이 같으시네요.
남 그 뜨거움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거라고 해두. 죠.
여 뜨거움! 오늘 인터뷰의 키워드는 뜨거움으로 하겠습니다. 사람들에게 라면처럼, 허기를 채
워줄 수 있는 뜨거운 음악을 해주실 거라 믿겠. 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 수고하셨어요. 근데 아까 라면 같은 음악이라. 고...
여 예! 따뜻하고 편하게 다가 갈 수 있는 부담 없
는 음악! 좋잖아요. 앞으로의 활동 응원하겠습
니다. 아자! 화이팅!
남 고맙습니다.
여 저기 사장님?
남 예? 더 하실 말씀이라도?
여 라면 주세요. 헤헤
남(N)자존감이 바닥을 친 채, 홍대거리를 떠나지 못. 하고, 주와 부가 바뀐, 내 일상생활에 열정이란 것을 훅 들어오게 만든 그녀가 너무 고마웠다. 내친김에 오랜만에 팀원들과 만났고, 그 동안 틈틈이 만든 새 노래를 보여주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연습실에 모여 밤 새 연주하고 노래 부르며 우리가 아직 살아있음에 기쁨을 함께 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이 들수록 고마운
그녀에게 알 수 없는 따뜻한 마음도 몽글몽글 생기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오해 할 만큼 자주 찾아왔다.
누구라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이런 달달한 기분. 혼자 느끼는 거지만 나쁘지 안았다.
E.F 가게 문 열리는 소리
여 안 늦었죠?
남 (웃음) 예 마감 전입니다.
늘 드시던 걸로 드리면 되죠?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앨범 준비는 잘 되가세요?
남 덕분에요.
여 클럽 공연이 보름 뒤라고 하셨죠?
떨리시겠어요.
남 오랜만이라 그렇긴 하죠. 참 연주씨 우리 밴드
이름 새로 지었어요.
여 뭔데요?
남 한물간밴드
여 어머! 뭐예요. 그게
남 맞잖아요. 밴드이름은 한물간 밴드지만 그만큼 삶을 직관하는 자세로 음악 속에 녹여 표현하려
고 해요. 우리 음악을 통해서 사람들이 일상 속. 에서 힘도 얻고, 공감도 하고, 치유 받길 바라거
든요. 앞으로 한물간 밴드는 기쁨 가득한 삶의
음악을 만들겁니다.
여 와! 멋지다. 연습실에 치킨이랑 맥주 한번 사들. 고 가야겠어요.
남 대환영이죠!
E.F 휴대폰 벨소리
남 잠시 만요! 예 형! (사이) 뭐요? 어쩌다가?
(사이) 하! 큰일이네! 알았어요. 이따 봐요.
여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남 팀원 하나가 사고가 나서 다쳤데요.
여 어머 어떡해. 많이 다치셨어요?
남 모르겠어요. 가봐야겠어요. 죄송합니다.
여 얼른 가보세요.
브릿지음악
여(N)공연을 앞두고 사고라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 서서일까 사고 소식을 들은 날 이후, 편집 마감. 이 겹쳐 매일 혼이 나간 상태였지만, 며칠 동안 소식이 없는 것이 꽤 신경이 쓰였다. 먼저 연락. 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큰일이 아니길 바라면서. 연락을 줄 거라 생각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E.F 카톡 효과음
남(F) 연주씨! 오늘 시간 괜찮으시면 가게에서 좀 뵐 수 있을까요?
브릿지음악
여 죄송해요.
남 부탁드립니다.
여 어렵게 부탁 하신거 알아요. 하지만
남 그 친구! 다행이 많이 다치진 않았지만 공연 때
까진 퇴원이 힘들 것 같아요.
여 저 키보드 연주 안한지 오래됐어요.
자신 없어요.
남 지금은 연주씨 한테 매달리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아요.
연주씨가 최선입니다.
저 응원하신다고 하셨죠?
여 (한숨)
남 연주씨!
여 저 때문에 정말 한물간 밴드가 되도 괜찮겠어요
?
남 예? 도와주시는 건가요?
여 어떡해요. 방법이 없다면서요.
열흘정도 남았네요. 악보부터 챙겨주세요.
남 와 너무 고맙습니다.
연주씨! 좀 안아도 되겠습니까?
여 어머 어머!
남 너무 좋아서요. 하하하하
브릿지음악
남(N)그날 이후 우리는 매일 밤을 새다 시피해가며,
연습을 했다. 역시 내 생각은 맞았다.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녀의 실력은 놀라웠다. 마치 처. 음부터 함께 해 왔던 팀원처럼 금세 합이 맞았
고, 좋았다. 그리고 연습 때 그녀와 눈이 마주. 치면 웃어주는 그녀 때문에 노래가사를 까먹을. 만큼 심장이 쿵쾅거려 이게 뭔가 싶을 때 가 있. 다. 요즘 거울로 보는 내 얼굴에 양 볼이 분홍. 색이다. 숨기고 싶지 않은 이 기분이 이렇게 표. 가 나도 되나 싶을 만큼 진해져간다.
좋아하는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그녀와 함께 있는 시. 간이 기다려진다.
M. A-ha 'take on me'
남 내일이네요.
여 그러네요. 떨리네요.
남 고맙습니다. 정말
여 뜻밖에 기회였지만 함께 해서 의미 있고 감사한 시간 이예요.
남 연주씨!
여 예?
남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실래요?
여 음악 요?
남 뭐든요.
여 (웃음) 글쎄요
남 음...일단 가게 들러서 라...면 드시고 가실래요?
여 (웃음)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