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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작 Jul 19. 2023

로멘틱서울.     홍대 story

미니드라마   홍대 story

E.F   가게 문 열리는 소리


여      해장라면 하나요.

남      저기 죄송한데 마감했는데....

여      에이 사장님 부탁드려요. 아잉

남      마지막입니다.  

 

남(N)언제부턴가 가게를 마감할 즈음에 늘 혼자서            오는 여자 손님이 있다. 아마 클럽투어를 빡세.         게 하고 오느라 매번 이 시간에 오는가 싶은 생.         각에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차림새를 봐서는             또 그리 보이지 않는데, 하여튼 클럽투어가 아.         니라면 매번 마감하는 찰라에 오는 것이 설명.           이 안 되었다. (혀를 찬다)


브릿지음악


여     이 가게 해장라면 정말 맛있어요.

         비결이 뭐예요?

남     비결이요? 라면봉지 뒤에 적혀 있는 데로, 끓이         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여     영혼이 없으시네요. 에이 뭐예요.  영업비밀?

남     그런 것  없는데요. (그릇놓으며) 자 여기 라면           나왔습니다.

여     오!


E.F   폭풍흡입 국물까지 싹!


여    너무 맛있다. 속이 다 풀리네.

남    저희 집 라면이 맛있는 이유 말씀드릴까요?

여    예?

남    밤새 클럽투어 하시느라 어찌나 배가 고프시겠.        어요? 맛이 없을 리가 없죠.

여    어머? 지금 그 표정.

남    예?

여    저 한심하게 보시는 거 맞죠?

남    .......

여    맞네? 우와 어떻게 손님한테.

남    자! 자! 손님!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 하구요. 다          드셨으면 이제 일어나주세요?

여    어머

남    거 매번 마감 지나고 오시니까 그렇죠.

여    저 기억하세요?

남    마감할 때 마다 오시는데 기억 안 할 수가 있습.         니까?

여    예! 예! 죄송하긴 한데요. 이집 라면이 맛있는            걸 어떡해요.

남    맛이 있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여    (F)뭐야?  다음번엔 마감 전에 올께요. 일이 늦          게 끝나서 그래요.

남    아! 예! (F) 클럽투어도 일이니?

여    잘 먹었습니다. 계산요 (사이)

        어? 지갑? 어? 휴대폰?


여(N)아! 오늘 일진 왜이래? 하루 종일 취재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다가 겨우 일 마치고            최애라면으로 배 좀 채우고 집에 가려고 왔는.           데, 지갑이랑 휴대폰이 없네. 오마이 갓! 차에            뒀나?  아뿔싸! 거기! 마지막 취재하던 클럽에.          보관소! 어머나 거기 두고 왔네. 어떡해!

          그렇지 않아도. 라면 사장님이 날 못마땅해 하           시는 것 같은데, 아유 큰일 났네.


여    저기 사장님....저기....지갑을 두고 왔는데 어쩌.        죠?

남    뭐라구요?


브릿지음악


여(전화)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제 그 외상....

남(전화)  아 예.

여(전화)  계좌 주세요. 지금 송금할게요.

남(전화)  지갑이랑 찾으셨어요? 나중에 오시면 그.                  때 주세요.

여(전화)  예! 다행이요.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라.

남(전화)  이제 시작했으니 자주 그럴 것 같은데요.                   하하하

여(전화)  재미있으세요?

남(전화)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여(전화)  안 웃겨요. 그럼 뭐 라면도 먹을 겸 가게 가.               서 직접 계산할까요?


브릿지음악


여    정말요?

남    왜요 아닌 것 같아요?

여    아뇨. 말씀 하시는 것도 그렇고, 라면집 사장님          치고는 너무 유니크 하다고 생각은 했어요.

남    칭찬이시죠?

여    글쎄요.

남    ....

여    그럼 지금은 밴드 활동 안하시는 거예요?

남    활동을 안 하기보다는, 워낙 젊고 실력 있는 인.         디밴드 팀들이 많으니 저희 같은 한물간 밴드가        설 자리가 없어서

여    어머 슬프다.

남    지금 그 표정?

여    예?

남    저 한심하게 보는 것 맞죠?

여    예!

남    예?

여    음악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죠? 그런 꼰대 같은          마인드면 뭐 쉬셔도

남    뭐라고요?

여    저요! 인디밴드 전문매거진 ‘인디! GO!' 편집장         정연주입니다. 정식으로 인사하시죠.


남(N) 뭐지? 클럽죽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일부.          러 밴드 취재하려고 클럽을 다닌 거야?                      뜻밖이다. 매달 빠뜨리지 않고 구독하는 잡지.          의 편집장 정연주? 이렇게 만난다고?

           오래되긴 했지만 키보드 세션으로 여러 앨범.            에 참여 할 만큼 뛰어난 연주실력과 해박하고

           독창적인 음악적 지식에서 나오는 유쾌하고              맛깔스런 칼럼으로, 인디밴드의 대모라고 불

           리 울만큼 꽤 알려진 인플루언서인데, 그녀를            몰라보다니.... 그건 그거고 뭐? 꼰대?


E.F   폭풍흡입 국물까지 싹!


여     역시! 크! 잘 먹었습니다.

남     .....

여     화나셨어요? 아까 드린 말씀 얹잖게 생각 마세.         요. 사장님 음악 한번 듣고 싶네요.

         언제 들을 수 기회가 있을까요? 아니다 그러지          말고 인터뷰 부탁드려도 될까요?

        ‘홍대거리를 지키는 고인물! 인디밴드 라면가게         사장님’ 어때요? 타이틀?

남     헐


여(N) 말은 그렇게 했지만, 왠지 라면집 사장님의 음.         악이 궁금했다. 오랜 기간 동안 만나온 여러              아티스트들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내공             같은 것이 느껴졌고, 깊고 진한 라면 국물 같은          진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인터뷰를            제안했다.


브릿지음악


여      홍대거리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을까요?

남      인디문화요. 그게 홍대 거리의 시작이자 끝이.           라고 봐요. 인디문화가 사라진다면 홍대 거리

          도 사라지는 거라고 봐요.

여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재 밴드활동을 하지 않.           고 계시는데 이곳 홍대를 떠나지 못하시는 이

          유가 뭐죠?

남      음...아직도 홍대거리에 수많은 공연장들을 지

          나다 보면 가슴이 뜨거워져요.

          세상에 이렇게 실력 좋은 예술가들을 끊임없.            이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싶.         어요.

여      저랑 생각이 같으시네요.

남      그 뜨거움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거라고 해두.           죠.

여      뜨거움! 오늘 인터뷰의 키워드는 뜨거움으로             하겠습니다. 사람들에게 라면처럼, 허기를 채

          워줄 수 있는 뜨거운 음악을 해주실 거라 믿겠.          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      수고하셨어요. 근데 아까 라면 같은 음악이라.           고...

여      예! 따뜻하고 편하게 다가 갈 수 있는 부담 없

          는 음악! 좋잖아요. 앞으로의 활동 응원하겠습

          니다. 아자! 화이팅!

남      고맙습니다.

여      저기 사장님?

남      예? 더 하실 말씀이라도?

여      라면 주세요. 헤헤


남(N)자존감이 바닥을 친 채, 홍대거리를 떠나지 못.         하고, 주와 부가 바뀐, 내 일상생활에 열정이란         것을 훅 들어오게 만든 그녀가 너무 고마웠다.           내친김에 오랜만에 팀원들과 만났고, 그 동안            틈틈이 만든 새 노래를 보여주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연습실에 모여 밤 새 연주하고           노래 부르며 우리가 아직 살아있음에 기쁨을             함께 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이 들수록 고마운

         그녀에게 알 수 없는 따뜻한 마음도 몽글몽글            생기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오해 할 만큼 자주 찾아왔다.

         누구라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이런 달달한 기분. 혼자 느끼는 거지만 나쁘지           안았다.


E.F   가게 문 열리는 소리


여    안 늦었죠?

남    (웃음) 예 마감 전입니다.

        늘 드시던 걸로 드리면 되죠?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앨범 준비는 잘 되가세요?

남    덕분에요.

여    클럽 공연이 보름 뒤라고 하셨죠?

        떨리시겠어요.

남    오랜만이라 그렇긴 하죠. 참 연주씨 우리 밴드

        이름 새로 지었어요.

여    뭔데요?

남    한물간밴드

여    어머! 뭐예요. 그게

남    맞잖아요. 밴드이름은 한물간 밴드지만 그만큼         삶을 직관하는 자세로 음악 속에 녹여 표현하려

        고 해요. 우리 음악을 통해서 사람들이 일상 속.        에서 힘도 얻고, 공감도 하고, 치유 받길 바라거

        든요. 앞으로 한물간 밴드는 기쁨 가득한 삶의

        음악을 만들겁니다.

여    와! 멋지다. 연습실에 치킨이랑 맥주 한번 사들.        고 가야겠어요.

남    대환영이죠!


E.F   휴대폰 벨소리


남    잠시 만요! 예 형! (사이) 뭐요? 어쩌다가?

       (사이) 하! 큰일이네! 알았어요. 이따 봐요.

여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남    팀원 하나가 사고가 나서 다쳤데요.

여    어머 어떡해.  많이 다치셨어요?

남    모르겠어요. 가봐야겠어요. 죄송합니다.

여    얼른 가보세요.


브릿지음악


여(N)공연을 앞두고 사고라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           서서일까 사고 소식을 들은 날 이후, 편집 마감.        이 겹쳐 매일 혼이 나간 상태였지만, 며칠 동안         소식이 없는 것이 꽤 신경이 쓰였다. 먼저 연락.        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큰일이 아니길 바라면서.        연락을 줄 거라 생각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E.F   카톡 효과음


남(F)  연주씨! 오늘 시간 괜찮으시면 가게에서 좀 뵐           수 있을까요?


브릿지음악


여    죄송해요.

남    부탁드립니다.

여    어렵게 부탁 하신거 알아요. 하지만

남    그 친구! 다행이 많이 다치진 않았지만 공연 때

        까진 퇴원이 힘들 것 같아요.

여    저 키보드 연주 안한지 오래됐어요.

        자신 없어요.

남    지금은 연주씨 한테 매달리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아요.

        연주씨가 최선입니다.

        저 응원하신다고 하셨죠?

여    (한숨)

남    연주씨!

여    저 때문에 정말 한물간 밴드가 되도 괜찮겠어요

         ?

남    예? 도와주시는 건가요?

여    어떡해요. 방법이 없다면서요.

        열흘정도 남았네요. 악보부터 챙겨주세요.

남    와 너무 고맙습니다.

        연주씨! 좀 안아도 되겠습니까?

여    어머 어머!

남    너무 좋아서요. 하하하하


브릿지음악   

남(N)그날 이후 우리는 매일 밤을 새다 시피해가며,

         연습을 했다. 역시 내 생각은 맞았다.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녀의 실력은 놀라웠다. 마치 처.         음부터 함께 해 왔던 팀원처럼 금세 합이 맞았

         고, 좋았다. 그리고 연습 때 그녀와 눈이 마주.           치면 웃어주는 그녀 때문에 노래가사를 까먹을.        만큼 심장이 쿵쾅거려 이게 뭔가 싶을 때 가 있.        다. 요즘 거울로 보는 내 얼굴에 양 볼이 분홍.           색이다. 숨기고 싶지 않은 이 기분이 이렇게 표.        가 나도 되나 싶을 만큼 진해져간다.

         좋아하는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그녀와 함께 있는 시.        간이 기다려진다.


M. A-ha 'take on me'


남    내일이네요.

여    그러네요. 떨리네요.

남    고맙습니다. 정말

여    뜻밖에 기회였지만 함께 해서 의미 있고 감사한        시간 이예요.

남    연주씨!

여    예?

남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실래요?

여    음악 요?

남    뭐든요.

여    (웃음) 글쎄요

남    음...일단 가게 들러서 라...면 드시고 가실래요?

여    (웃음)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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