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작 Jul 19. 2023

로멘틱서울.     송리단길 story

미니드라마  송리단길 story

     

E.F   도마를 연주하는 듯 경쾌한 식칼 두드리는 소리     


남(N)음식의 멋과 맛을 전하기 위해 멋진 요리사가   되어 이곳 송리단길에서 꼭 성공하겠다는 다              짐으로 기나긴 시간동안 힘들게 견뎌온 시간.

     행복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더 할 수 있길 바라     며, 드디어 내 가게를 오픈했다.

     이 골목, 저 쪽 끝. 그 넘어 까지 내 요리를 먹기  

    위한 줄이, 인산인해로 끝이 보이지 않을 날이 멀

    지 않았겠지? (사이)  그러나 현실은…….     


E.F    파리 날리는 소리     


남  오픈한지 일주일 지났는데…….

      이렇게 손님이 없을 수가 있나? 뭐가 문제지?      


E.F    전화벨소리     


남(N)예약 손님인가? (수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사이) 예?

    음식배달 대행회사요?  그래서요?

    (사이) 뭐라고요?

    하! 저희가게는 배달 안합니다. 다른 곳에 알아보

    세요. (전화 끊는다).   기가 막혀서. 배달이라니?     미친 거 아니야? 내 요리를 뭘로 보고...

     아! 재수가 없으려니까…….  소금이라도 뿌려야

     겠다.     


E.F    가게 문 급하게 여는 소리     


남       에잇 고수레!

여       어머! 아야!

남       헉

여       뭐예요?

남       이런 죄송합니다. 아 어떡해!

여       (툭툭 턴다) 괜찮아요.

남       정말 죄송합니다.

여       뭐 일부러 그러신 것 아니시잖아요.

남       좀 털어드릴까요?

여       아니요 (웃으며) 놀라셨죠? 제가 앞이 보였으

           면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남      예? (아차) 괜찮으시면 차 한 자 드시고 가셔요

여       음…….그럴까요?  어느 쪽으로?


브릿지음악     


여(N) 6년 전 부터 나는 망막색소변성이라는 병으.    로 점점 시야가 좁아보였고, 결국 시력을 완전하.

   게 잃어 버렸다. 눈이 안보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가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안쓰러운 존재가 되어

   버린 나!

   나는 끝도 모를 깊은 절망의 나락을 택하는 대신

   오히려 밝게 지내려 마음을 다지고 또 다진다.

   절대 동정에 대상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 차가운 게 좋으세요?

여       차가운 게 좋긴 한데 따뜻한 것도 좋아요

남       예?

여       따뜻한 차 주실 거죠? 그래야 저랑 좀  더 이야

           기 나누죠!

남       예?

여       (웃으며)농담 이예요.

남       예!(사이) 저기…….

여       안보여요. 안 보인다구요.

남       예?       

여       가까이서 절 쳐다보셨죠?

남       (놀란다) 아니 그게 아니라

여       제가요. 앞이 잘 안 보이는 대신  냄새를 잘 맡

           거든요.      


브릿지음악


남(N)며칠 전. 소금세례를 받은 여자 분이 깜빡하고

    두고 가신 에코백이 가게에 있다. 다시 전해 주고

    싶은데…….  연락처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계속

    신경이 쓰인다.

    어쩔 수 없이 가방을 뒤져서라도 연락처를 좀 찾

    아봐야하나? (가방을 뒤적인다.)

    점자책? 아 이렇게 생겼구나. (손으로 읽어본다)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거 어떤 느낌일까?  어? 이.     건 시디플레이어? 요즘도 이런 걸 쓰나? 이어폰.      도 있고…….한번 들어 볼까?


B.G.M    Reality  (La baum OST)

E.F    가게 문 여는 소리     


여       계세요? 안계세요?    

 

여자 조심스럽게 의자를 찾아 앉는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남자와 가만히 기다리는 여자.

한동안 음악이 두 사람을 주위를 따뜻하게 감돈다. 한참을 음악 듣던 남자 문득 눈을 뜨고 여자가

와 있다는 것에 놀란다.   


B.G.M   CUT OUT     


남       헉 언제 오셨어요?

여       글쎄요.

남       예? 아 이거…….죄송합니다. 함부로 들어서요

여      아뇨 괜찮아요. 음악 좋죠? 즐겨듣는 음악이에

          요. 마음이 따뜻해져서 좋아해요

남      따듯....그 표현이 딱 인데요. 가방을 두고 가셔

          서 언제 오시나 했는데.

여     제가 좀 허당 끼가 있어서 잘 흘리고 다녀요. 챙

         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남       당연히 그래야죠. 그간 별 일 없으셨죠?

여      좀 다쳤어요. 넘어졌거든요. 무릎 좀 까지고 팔

          에 멍 좀 들고 뭐 늘 있는 일인데요.  

         (사이) 그렇게 쳐다보지 않으셔도 돼요.

남       제…….제가 보이세요?

여      말씀드렸죠? 안 보이는 대신 다른 감각이 발달

          되어 있다고요. 보이지 않게 되면서 미각, 후

         각, 청각, 촉각……. 온통 나머지 감각에 집중 할

         수밖에 없다보니

남       힘 드셨겠어요.

여       상상하는 그 이상이요. (밝게) 그래도 전 낮도,           밤도, 꽃, 나비, 별, 눈, 비...

           이렇게 세상 모든 것과 엄마아빠 얼굴도 다 봤.          는걸요. 아까요 눈감고 있을 때 그냥 까맣게

         만 보였어요? 아니죠? 음악과 함께 무언가 떠.            오르지 않던 가요? 나쁘지 않았죠?

남       예

여       그거예요. 전 그렇게 계속 마음으로 세상을 바.          라본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남       예. 아참 우리 아직 이름도 모르네요.

여       다시 제대로 인사할까요? 저 연주예요.

남       전 재홉니다.    

    

브릿지음악     


남(N) 그 날 이후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손님이 없.    을 때 그녀가 선곡한 노래도 함께 듣고,그녀가 가

   지고온 차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는 그녀를 점점 이해하게 되었고,

    그녀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생각보

    다 밝은 모습에 마음이 놓인다고 할까?

    아무튼 그녀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

    가게를 찾아올 때 마다, 기분이 참  좋았다.

   이상하게 자꾸 웃게 된다. 가끔 그녀가 앞을 못 본

   다는 사실도 잊게 될 만큼, 밝은 모습에 작은 것에

   실망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E.F      주방 웍 달그락 소리.     


여       나 믿고 그렇게 해보라니까.

남       에이 아무리 그래도 내가 요리산데…….

          이 요리에는 다진 마늘이 맞아. 편 마늘은 아니.         라니까.

여       하. 고집은…….마늘 향도 중요한데. 음식에 맛.     을 좌우하는데, 식감도 무시 못 한다고. 고집                  그만 부리고 한번 해봐. 재호씨

남     좋아 이상하면 네가 다 먹어야 해! 그럼 다진 마

         늘은 처음에 기름 둘러서 향을 우선 내고,

         네 말대로 편 마늘로 대신 해본다.   

  

E.F      도마 똑똑똑 소리. 주방 웍 달그락 소리.    

 

남       (맛을 본다)헐! 뭐지? 이 맛?

여       다르지? 거봐. 내가 그랬잖아?

           나 미각 왕이라니까?

남       정말이네요. (사이) 저기 연주야!

여       응?

남      나 좀 정식으로 도와줄래? 새로운 메뉴를 너하

          고 함께 개발해보고 싶은데

여       어머! 정말?    

 

여(N)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잊어

    버린 나였기에 뜻밖에 제안에 놀랍고 당황했으며

    또 얼마나 기쁘던지 그날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혹시나 앞이 보이지 않는 내가 안

    쓰러워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

   고, 금세 우울해졌다. 그러다 결국 밤을 꼬박 하얗

    게 새우고 말았다.     


E.F    휴대폰 벨소리     


남       연주야! 왜 안와?

여       미안해.

남       시작부터 게으름! 곤란하다. 너!

여       (사이) 재호야. 이러지 않아도 돼.

남       응? 갑자기?

여      내가 솔직히 무슨 도움이 되겠어. 내 생각해 주

          는 거 알아. 마음만 받을게.

남       무슨 말이야?

여       나 불쌍해서 그러는 것  다 알아.

남       (사이)나 누굴 동정 할 만큼 여유 있는 사람 아

          니다. 알았어? 정말 네 도움이 필요해서 그런             거야. 다른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가게 나와!

           너 지각한 만큼 시급에서 제할 거니까 그리 알.          고, 뭐해? 얼른 와!

여       너…….     


브릿지음악     


여     전봇대 보이지? 큰 전봇대 두 개가 마주보고 있

         을 거야.

남      응. 보여.

여      헤헤 잘 찾아왔네.

남     (비틀거리는 연주를 잡는다) 어 조심해. 술 쌔

         다고 해놓고

여     안 취했어. 꺽. 어머. 헤헤 너무 기분이 좋고, 오

         랜만이라서. 고마워.

남      내일부터 정시에 나와라. 늦지 말고.

여      예 쉡!!

남      많이 취했다. 너. 집에서 걱정하시겠다.

여      그치? 내가 늘 걱정꺼리지. 걱정꺼리.  아이쿠!

남      조심해! 좀 앉았다 가자. 안되겠다.

여      그럴까?

남      잠깐. 손수건 깔아 줄께. 자! (손수건을 꺼내서

          앉을자리에 깔아준다) 이제 앉아.

여      옷에 뭐 묻어도 난 모르는데…….

남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여      너도 옆에 앉아.

남      그럴까?

여      바람이 참 부드럽다. 그치?

남      어 그러네.

여      달떴니?

남      어 보름달!

여      (슬프다) ...예쁘겠다.

남      (재호 연주에 모습에 문득 맘이 아프다.)  


B.G.M   Reality  (La baum OST)       


연주 갑자기 달을 쳐다본다. 달이 보이는 듯  눈물에가려진 달이 아름답게 연주를 비추고 그 모습을 보는 재호 놀란다.    


여       달이 정말 예쁘다.

남       보…….보여?

여       얘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걸 못 보니? 너.          도 얼른 달 봐봐! 저기 토끼도 보여.

남      어! 어! (놀란다) 너랑 같이 있으면 내 자신이

          내가 아닌 나보다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는

          거 모르지?

여      무슨 소리야?

남      연주 네가 너무 근사해서, 그런가봐!

여     너 고백 하는 거니? (웃음) 그러지 말고 얼른 저.        기 달 보라니까.

        (달을 가리킨다) 저기 떠있는 달……. 저 예쁜 달

         모양을 기억 속에서 잊어버리게 될까 그게

         겁이 났거든. 다른 것들도 그렇고.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기억하려고 늘 애써! 하

        루가 다 모자랄 정도야.  어떤 때는 기억에 상상

       이 보태져서 우습고 괴상한 모습으로 기억 될 때

         도 있어. 그러면 막 혼자 웃는다? (사이) 그런

         데 너는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서 좋아.

        (사이) 그래서 슬퍼!

남      연주야.

여      응?

남     하늘이 내게 너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면  이렇게 할래.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

        만약 사랑에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할        거야.  

여     재호야!

재호 눈을 감는다. 연주의 입술에 다가간다.     


B.G.M    CUT OUT      


여       야! 너 무슨 생각해?

남       (깨몽)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여       바보! 술은 네가 더 취했구나?

남       응? 하하

여       우리 같이 멋지게 해보자.

           내가 열심히 도와줄게.

남       그래 너무 고마워.

여       대신 조건이 있어. 네가 제일 잘하는 걸 해!

남       내가 잘하는 게 뭔데?

여     네가 제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 만들 때       네가 행복한 요리! 네가 늘 꿈꾸는 행복이 재.               료가 되는 너만의 요리를 하면  널 찾는 손님들.         이 분명 꼭 늘어나게 될 거야.

남       꼭 그럴게. 꼭 함께 해줘.

여       너 하는 거 봐서!

남       뭐? 너?     


행복하게 웃는 두 사람 뒤로 밝은 달이 더 밝아진다.



M.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TARIN          


                                                                                                                             


이전 05화 로멘틱서울. 말죽거리 stor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