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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작 Jul 19. 2023

로멘틱서울.     김포공항 story

미니드라마    김포공항 story

E.F   택시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


남    방화동가주세요.  김포공항 부탁드립니다.


브릿지음악


남(N)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이런 좋은 날.  나는 공

            항으로 향하고 있다. 차창으로 보이는 가로수            들이 내게 인사하듯 가지를 뻗고 빠르게 지나

            간다.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 오후의               풍경이 문득 낯설게 느껴져, 시선을 거두고

            눈을 질끈 감는다.  


E.F     공항 소음

남(N)  제주도로 가는 티켓을 손에 들고 나는 공항대.           기실에 앉아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

            어온다.

            여행에서 돌아 온 걸까? 마중 나온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헤어짐에 아쉬움을 나

            누는 사람들, 나처럼 어디론가 떠나려 출발을            기다리는, 긴장과 또 약간의 흥분. 그 사이의

            상기된 표정의 모습들. 그렇게 나와 다른 듯              같은 사람들의 모습들이 내 눈에 밟힌다.


여        저기요?

남        (놀란다)예?

여        저기 최재호 작가님 맞으시죠?

남        아! 예…….맞습니다.

여        어머 맞네요. 여기서 뵙네요.

            작가님! 영광 이예요.

남        예…….예. 안녕하세요.

여        작가님 글 너무 좋아해요. 펜 이예요.

남        아! 예.

여        어디 가시나 봐요.

남        예 어딜 좀…….

여        작품구상?

남        하! 뭐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여        어디가세요?

남        제…….제주도요.

여        오! 저도 제주도 가요. 몇 시 비행기세요?

남        아 그게.

여        어머! 죄송해요. 반가운 마음에…….

남        예…….


남(N)  소설가 최재호! 작가 최재호! 나 스스로 소설            가니, 작가니 하는 명칭을 이름 앞에 붙이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가 않고, 부끄럽다. 나는

           나를 그냥 글 쓰는 나부랭이 정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쓴 두 편의 소설을 좋아해주는 고마운 분

           들의 반응이 많이 낯설기만 한데, 가끔 이렇게           나를 알아봐주시기까지 한다.

           외향적이지 못한 성격에 나는 이럴 때 마다 곤

           혹스럽다. 그런 내 모습에 때론 실망스러운 눈.          빛을 숨기지 못하는 분들도 있어 더욱 움츠려

           들 때가 있다.

           내 반응이 불편 했을까? 반가워하던 표정이              금세 어두워진 여자분 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

           이 들었다.


남       저기

여       (놀란다) 예?

남       저 5시 비행기예요.

여       아! 저도 그 비행기 타요.

남       그러시구나. (사이) 죄송해요. 알아봐 주시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요.

여       괜찮아요.

남       그쪽도 여행 가시나보네요?

여      (웃음) 저도 비밀

남       예?


여(N) 그는 나를 여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섭섭한 마음이 혹시 표가 났을까?

          아픈 표정을 숨기고 모르는 척 하는 게 너무 힘          이 든다.

          그가 내게 다시 말을 걸었을 때 혹시나 기대 해          보았지만, 역시 그의 기억 속에 나라는 사람은           없는 듯 했다.


브릿지음악


E.F   카페소음

E.F   'darling I loveyou!‘액세서리에 효과음  


남      아유 그만 해! 사람들 쳐다봐.

여      뭐 어때서? 와! 취향저격! 너무 귀엽잖아.

남      그렇게 좋아?

여      응 너무 좋아! 고마워!

남      네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네.


E.F   'darling I loveyou!' 액세서리 효과음


남      아유! 그만 눌러!

          아무리 좋아도 계속 하면 소음 돼!

여      좋으면 됐지! 괜히 그래!  

          재호씨 이거 내 가방에 달아주라!

남      그럴까? (사이) 자! 됐다.

여      하 예쁘다. (다시 소리 낸다)


E.F   'darling I loveyou!‘ 액세서리 효과음


남      아유! 그만 하래두(웃음) 그나저나 나 태어나

         서 제주도는 처음이다.

여     진짜?

남     응! 갈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 마다, 일이 생

         겨서 못 갔어. 태풍도 있었고, 집안 어른이 돌

         아가신 적도 있었고, 그래서 제주도는 나랑 연.         이 없나보다 생각했지.

여     오! 정말?  이번엔 아무 일 없을 거야.

         나랑 가는 여행인데 설마 무슨 일 생기겠어?

남     그렇겠지? 제주도 어때? 진짜 그렇게 좋아?

여     말해 뭐해? 너무 좋지

남     기대 된다.

여     나도 그래! 무엇보다. 재호씨랑 가는 여행이라           서 너무 좋아. 우리 제주도 가서 꼭 해보고 싶은         것 리스트 만들어서 움직이자! 어때?

남     오 좋은데. 그럼 나는 음…….예전부터 한라산

         올래길. 거길 트래킹 꼭 하고 싶었는데.        

         어때?

여     좋지!

남     다행이다.

         난 자기가 힘들어서 싫어 할 줄 알았는데

여     어허! 최재호 씨!

남     응?

여     난 자기랑 함께 하는 모든 일이 너무 좋아!

         그 어떤 힘들고 지치는 일이라도 함께 할꺼야.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 알았지?

         기억하라고!

남    (웃음) 응 기억할게


브릿지음악

E.F 공항라운지


여     이렇게 커피까지 얻어 마시고 너무 영광입니다

         제가 사드려야 되는데…….

남     아뇨! 아까는 죄송해요.

여     그러실 수 있죠. 처음 보는 여자가 그렇게 들이.         대는데

남    (웃음)

여     어머 제가 또 실수 했죠?

남     어우 아닙니다. 재미있는데요.

여     저기…….제주도는 자주 가세요?

남     음 그게…….모르겠어요. 사실…….기억이 잘 나

         질 않아요.

여     예?

남     단기 기억상실증이라고 들어보셨어요? 큰 충

         격에 일정기간 동안의 기억을 하지 못하는…….

         교통사고가 있었거든요.

여     아! 그러셨군요.

남     지금은 괜찮아요. 괜찮은데 단지 기억을 못하

         는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아주 없었던 일이 안.        타깝고, 뭐랄까…….

        (씁쓸하다. 말을 잇지 못한다.)

         아무튼 기억들을 떠올려 보려고 애쓰는 중입니.        다.

여     힘드시겠어요? 그럼 혹시 이번 제주도 여행도?

남     예! 맞아요. 제 방 벽에 한라산이 보이는 엽서가.       붙어 있거든요.

        제 글씨로 ‘도전! 올레길’이라고 쓰여 있어요.            하트표시와 함께요.

        언제? 왜 쓰게 된 건지 전혀 기억이 안나요. 그.         래서 한번 가보려고요. 기억을 찾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요.

여    …….예


여(N) 최대한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듣는데, 금

          방이라도 눈물을 쏟아 질까봐 목으로 넘어오

          는 울음을 억지로 삼키고 있었다. 그가 미소를

          띤 채 말은 하고 있지만, 간간히 보이는 슬픈             표정이 나를 먹먹하게 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의 품에 안겨 잃            어버린 기억들을 말해주고 펑펑 울고 싶었지

          만, 나를 기억하고 알아봐 줄 때 까지 참고 싶.           었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지만 말이

          다.


브릿지음악

E.F    앰블런스 소리


여       뭐라고요? 지……. 지금 어딘데요?


E.F     병원복도를 뛰어가는 소리


여(N)  여행을 가기로 약속한 그날,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가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누워 있

            다는 소식에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브릿지음악


여(F)    이번엔 아무 일 없을 거야.

             설마 무슨 일 생기겠어?

남(F)    그렇겠지?


남(N)  눈만 감으면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와 그 누

           군가의 모습을 떠 올려보려 노력했지만 흐릿

           한 실루엣이 내 머리 속을 맴돌기만 할뿐, 잃

           어버린 시간들을 기억하려 하면 할수록, 나머

           지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들조차, 직소 퍼즐

           조각처럼 하나씩 끼워 맞춰야 하는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하면서 기억을 되찾는 것을 포기

           하려 하고 있었다.

           그때 마다, 벽에 붙은 한라산이 눈에 들어왔고

           자꾸 내게 오라고 손짓 하는 것 같았다. 단서

           를 찾아보려 애쓰는 나 스스로 안타까웠을까?

           그래서 도망가듯 가보려는 제주도! 출발시간

           이 다가올수록 머리가 아파왔다.


E.F     공항 소음


남       아!

여       괜찮으세요?

남       예. 두통이 약간

여       어머 어떡해요. 두통약 있는데, 드릴까요?

남       아! 신세 좀 질까요?

여       물론이죠. 아무 일 없을꺼니까 걱정 마세요


여(F) 이번엔 아무 일 없을 거야.

         설마 무슨 일 생기겠어?


남      잠깐만요.

여      예?

남      금방......금방 뭐라고 하셨어요?

여      걱정 하지 마시라고…….

남      아뇨 그 말 말구요. 그 전에


M. 선우정아   도망가자


여      …….아무 일……. 없을거라고…….

남      하…….이 목소리……. 잠시만요…….낯...설지

          않아요. 누구....세요?

여       …….글쎄요.(눈물) 누굴까요?


여(N)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기억에서 이제 나를 찾

           은 거야? 재호씨  내 이름을 불러줘요. 제발

남(N)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희미했던 실루엣이 서

           서히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흩어져 깨진, 잃

           어버린 시간들을 다시 되 찾는 걸까?   


여       지금부터 긴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남       (눈물)내가 아는 사람 맞죠? 맞아요! 그렇죠?

           어서 말해줘요.


E.F   'darling I loveyou! darling I loveyou! ‘


여       기억나? 이 소리?

남       하…….

여       재호씨! (눈물) 그 어떤 힘들고 지치는 일이라

           도 함께 할 거야. 그러니까...

남. 여  기. 억. 해!’

남        연…….주?

여        돌아 왔구나. 재호씨

남        맞지? 연주! (여자를 안아준다.) 연주야!

여        응! 맞아. 나 연주야.

            내 이름 기억해 줘서 고마워

남        여태 날 기다리고 있었어?

여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       (눈물)꿈만 같아. 어떻게 이런 일이!

여       소중했으니까. 잊어선 안 돼는 우리에게 꿈같

           이 소중한 시간들이었으니까.  

           난 꼭 돌아 올 거라고 믿고 있었어.

남       연주야! 나 이 손! 절대 놓지 않을 거야. 절대.

여       나도 절대 놓지 않을 거야.

 

E.F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바랍니다.”

          공항 안내방송


여       한라산 올레길 저랑 같이 오르실래요?

남       그래! 가자! 가서 지금까지 모든 이야기 빠트

           리지 말고 다 해줘!

여       응!

E.F   비행기 이륙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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