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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작 Jul 21. 2023

로멘틱서울.     을지로 story

미니드라마  을지로 story


E.F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남      여기 있다. 3층 F열 .... 어! 딱 한권 남았네.


브릿지음악


남(N) 대형서점에는 평일인데도 참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시원하고 쾌적한 이곳에서 여

          유롭게 책을 보고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

          롭기 그지없어 보였다. 나는 찾던 책을 검색하

          고 책의 위치를 파악한 후 3층으로 향했다.


남      F열...F열... 어 저기다.


남(N) 책을 찾아 꺼내려던 찰라, 내 손과 함께 다른

          손이 같은 책을 잡았다.


남      응? 저기요. 이 책은 제가...헉


E.F     샤르릉~


여       어머! 저도 이 책 사려고...

남       예? 아! 예. 그래도 제가 먼저

여       (애교) 저한테 양보해 주시면 안돼요?

남       아! 그게... 뭐...그러..세요. 하하 그러세요. 예.

여       아 고마우셔라.

           이 책 꼭 보고 싶었던 거라 서요.

남(F) 뭐지? 뺏기고도 기분 좋은 이 기분? 그나저나

          와 진짜 예쁘다.

여       감사합니다. 그럼

남       저기....저...저기요.

여       예?

남       (숨을 가다듬으며) 갑작스러워서  놀라셨겠지

           만, 저도 정말 놀랐습니다. 그...제가 이런 사

           람이 아닌데, 그 책 양보하는 대신에요....

여       대신에?

남       커..커피 한잔 하실 수 있으실까요?

여       (사이) 알았어요. 그래요.

남       헉! 진짜요? (F)뭐지? 이렇게 쉽게?

여       예!

남       (신났다) 어...어디로 갈..까요?

여       지금은 바쁜데. 저 약속이 있거든요.

남       아! 그럼 연락처 주시겠어요?

여       저는 휴대전화가 없는데요.

남       예?(사이) 아까 알았다고?

여       그러자고 했지. 오늘이라고는 안했는데요.


E.F      양울음 (응답하라효과음)


남       하! 그럼 언제 시간되실까요?

여       글쎄요. 만나게 될 인연은 꼭 다시 만난다는

           말 있잖아요. 그 말을 믿어보죠.

           그럼 저는 이만

남       어쩐지. 쉽더라.


브릿지음악


남(N) 이걸 끝으로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 퍼뜩 들어서 얼른 따라 갔지만 어느새 사라

           져 버린 그녀. 어이없고 허탈한 마음에 속이

           쓰려왔다. 처음 보는 여자에게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될 줄이야. 좀 전 상황을 생각 할

           수록 깜찍할 정도로 맹랑한 그녀가 생각나서

           허파에 바람 든 사람 마냥 실실 웃음만 흘러

           나왔다.


E.F     휴대폰 벨소리


남      나 서점! 왜긴 책 사러 왔지. 뭐 맥주? 그래! 이

          런 기분에 딱 좋겠네. 몰라도 돼! 알았어. 노가

          리골목. 어! 그래 이따가 거기서 만나자.


남(N) 헛헛한 마음을 추스르고 있던 중, 때 마침 걸

          려온 친구의 전화에, 생맥주로 시원하게 속을

          달래기로 마음먹었다.


E.F     노점의 소음


남(N)  약속한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딱히 어디

           갈 곳이 없었던 나는 친구보다 일찍 도착했다.

           초저녁인데도 골목은 분위기가 시끌벅적한

           것이 신나보였다. 딱 술 마시기 좋은 선선한

           날씨여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다들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 틈에 껴서 나도 한자리를 차지

           하고 앉았다.

남      사람 많다. 목이 마른데 먼저 한잔 할까?  

          저기요!

여      예 주문 받을게요. 어?

남      어?


E.F     샤르릉~


남      이렇게 빨리?

여      뭐예요? 저 몰래 따라오셨어요?

남      예?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여      죄송해요. (F) 소름! 뭐야 진짜!

남      맥주랑 노가리 부탁드립니다.

여      예


브릿지음악


여(N) 뭐지? 이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친구와

          함께 온 걸 봐서는 진짜 우연히 모르고 온 것

          같긴 한데 자꾸 신경이 쓰였다. 만나야 할 인연

          이니 뭐니 했던 말이 후회가 됐다. 말이 씨가

          돼버린 걸까? 힝 어떡하지?


여      맛있게 드셨어요?

남      예 잘 먹었습니다. 저기.

여      알았어요. 내일 커피한잔 해요.

남      그.... 그럴까요.

여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아까 그 서점 맞은편 커

          피숍에서 뵈어요. 3시!

남      좋아요. 그럼 내일 뵐께요.


브릿지음악

E.F      카페소음


여(N) 남자는 약속시간보다 먼저 나온 듯 했다. 어제

           와 다르게 깔끔하고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을

           고정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조금 귀여운 구석

           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주문한 커피가 나왔는

           데도 한참동안 말을 꺼내지 못하는 남자가 답

           답했다. 얼른 마시고 일어나야겠다고 생각이

           들 무렵


남       그 책이요.

여       예? 예!

남       재미있죠?

여       예! 재미있게 읽었어요.

           어떻게 책은 구하셨어요?

남       아뇨! 아직.

여       그러셨구나.

남       제가 에니메이션영화를 좋아해서요.

           너무 재미있게 본 영화라서 다시 책으로 읽고            싶었거든요.

여       아!

남       부끄럽지만 어릴 때 참고서 사본 이후로 책을

           사본 적이 없어요. 그만큼 그 책이 보고 싶었

           는데 그쪽에게 양보 했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

           었습니다.

여       어머! 생색?

남       아뇨! 생색이 아니라...


여(N)처음 보는 여자에게 차를 마시자고 하는 것 도,

         갑자기 다시 만나게 된 우연도,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였지만, 에니메이션을 좋아한

         다고 말할 때 보인 순수한 그의 눈빛과 모습 때

         문이었을까 그와 좀 더 대화를 나눠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여     저도 영화를 본 친구가 꼭 사서 읽어보라고 권

         하기에 구입 했어요. 그쪽한테 미안하지만.

남     예! 다행이네요.(사이) 왜 꼭 읽어보라고 하셨

         을까요?

여      그게.... 제가 요즘 상실감에 빠져있거든요.

남      상실감? 무슨 일인지 여쭤 봐도 될까요?

여      (F)뭐지 이 남자?

           음...사실 얼마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거든요.

남       아! 이런. 죄송합니다.

여       아니요.


남(N) 많이 힘들고 아팠을 텐데. 오히려 밝게 아무렇

          지 않게 말하는 모습에서 안쓰러움을 가지게

          되었고, 그녀의 말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었다.

남       그런 줄도 모르고. 친구가 왜 책을 적극적으로

           권했는지 알 것 같네요.

여       저는 사실 이런 내용인줄 알았으면 안 읽었을

           거예요.

남       왜요?

여      너무 속상하니까요. 이야기의 내용을 잘 아시

          겠지만 주인공도 엄마가 돌아가셨잖아요. 저

          같이 상실감에 빠져서 현실을 부정해서 마주.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덮어버린 채 살아가고

          요.

남       음...

여      그런데 어린 자신에게 “너 지금은 너무 슬프고

          힘들지만, 걱정하지 마! 넌 잘 자라게 될 거야.”

          라고 말하는 장면을 읽어 내려가는데 그 순간

          나 스스로에게 괜찮다. 나는 괜찮아 질 거다.

          이렇게 위로하고 있더라고요.

남      그러셨구나. 저도 그 장면 참 좋아해요.

여      많이 회복이 될 것 같아요.

남      다행이네요.

여      아직 용기가 부족해서 마음의 문단속까지는

          할 수는 없지만 그 문을 열 수 있는 손잡이는

          붙잡을 용기가 조금씩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책으로 마음의 위안을 많이 받았어요. 다시 정

          식으로 책 양보해 주신 것 고맙습니다.

남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여      처음 뵙는 분에게 이런 이야기 까지 하고, 제

          이야기, 갑작스러워서 당황하셨죠?    

남      전혀요.

여      그런가요? 다행이다. 책을 보는 내내 이런 생

          각이 들었어요. 내 상처를 꽁꽁 숨길게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야 회복 될 수 있다는 걸요. 진정

          한 치유와 회복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이렇

          게 주절주절...

남       제대로 보셨네요.(사이) 그런데요 한편으로

           전 이렇게 생각했어요. 스스로 치유해 가는 과

           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 때문에 주인공이

           빠르게 회복하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여       오! 그러네요.

남       주인공이 자기의 어린 시절을 만났을 때 장면

           기억나죠.

여       예

남       “너는 앞으로 누군가를 아주 좋아 하게 될 것

           이고, 너를 아주 좋아하는 누군가를  계속 만

           나게 될 거야. 그래서 지금은 캄캄하지만 결

           국엔 환한 아침이 올 거야”     

여        어머! 대사를 다 기억하세요? 멋지다.


남(N) 경계심 가득했던 그녀가 눈빛이 달라지며 진

          심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마음이 따뜻해 졌고, 덕분에 이야기를 이어갈            용기가 생겼다.


남       그 문! 여는 것, 제가 좀 도와드려도 될까요?

여       예?

남       책 속, 도움에 손길을 내밀었던 수많은 주변

           사람들처럼. 스쳐 지날 수 있었던, 인연의 가

           치를 소중히 여기고 싶어서요.

여       아!

남       진심을 가진다면 우연도 인연이 되는 마법을

           경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       어머! 멋진 말인데요.


여(N) 그의 진실한 눈빛과 멋진 말에 어느새 내 마음

           이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도와주겠다는 그

           의 말에 울컥했고, 그 고마움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했다.


남         혹시 그 영화. 재개봉 하는 거 아세요?

여         오! 정말이요? 보고 싶네요.

남         그래요?

             그럼 다음번 약속은 영화 보는 걸로?

여         뭐예요? 은근슬쩍 에프터 신청인가요?

남         서점에서처럼 그러시면 안 됩니다.

여         (웃음) 알았어요!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일어날까요? 우리!

남         예. (사이) 그런데요 진짜 휴대폰 없으세요?

여         음.....휴대폰 줘보세요!  


E.F        키패드 누르는 소리


여         여기 내 번호입니다.

남         와! 없다더니.

여         그러게요


밝은 웃음을 나누는 두 사람


M. ‘je t'aime’ 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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