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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작 Jul 21. 2023

로멘틱서울.     세종로 story

미니드라마   세종로 story


E. F  비 내리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소리  


남     거참! 무슨 놈의 비가 이리 많이 내려? 보자!


E. F  카라디오 켜는 소리

         채널이 이리저리 돌아가는 소리


여(기상캐스터)

       전국이 흐린 가운데, 대부분 지역에 비소식이 있

       습니다. 대기가 불안정한 상태로 좁은 지역에 강

       한 소낙성 비가 내려 지역에 따라 강수 차이가.          크겠...

남  (라디오를 끄고) 오늘 일진은 망쳤네!  비 오는데       손님도 없을 테고,  일찍 정리 하고 들어가야겠다


남(N)나는 15년차 무사고 택시드라이버다. 날씨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직업 중에 하나인 택시

         운행.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손님도 일찍 끊기고

         운전하기가 영 버거워서 가능하면 일찍 마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방법이 없지만,

         벌이가 시원찮기에  날씨처럼 꿉꿉한 기분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남    그래! 오늘은 그냥 들어가자.

       (놀람)어! 손님이다.


남(N)일찍 마치려고 마음먹은 바로 그 순간, 잠수교

         를 지날 무렵 멀리서 비를 맞으며, 가는 팔을 위

         태롭게 흔드는 여자 손님을 발견하고 급히 차

         를 세웠다.


E. F   차서는 소리 + 창문 내리는 소리


남      아이쿠 우산도 없이... 어서 타세요.

여      세종문화회관 가주세요.


E. F   차 문 닫히고 차 출발


남     비 많이 맞으셨죠? 여기 물티슈 받으세요.

        좀 닦으세요.

여     .....

남     비가 참 많이 오죠?

여     (사이) 예

남     차 잡기 힘드셨죠? 날씨가 참....

         세종문화회관! 출발하겠습니다.


E. F   빗속에서 차 출발하는 소리


남(N)비를 많이 맞으셔서 그런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네? 어찌됐든 이런 날에 손님을 맞이하

          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마음인지 나도

          모르게 콧노래까지 새어나올 뻔 했다.  


남     남산 제 3터널 쪽으로 넘어 가겠습니다.

여     (들릴 듯 말 듯) 고맙습니다.

남     잘 못 들었습니다.

여     고맙다고 했어요.

남     아 예! 빗소리에 잘 못 들었어요.

         비가 너무 오니까 잘 안 들리네요.

여     그러게요. 현실감이 없네요.

남     아!  그..그렇죠? 하하하


E. F   터널 속, 차가 막힌다.


남(N)차가 터널 속으로 들어가자, 차를 때리던 시끄

         럽던 빗소리가 멈추고, 와이퍼의 요란한 소리

         도 줄일 수 있었다. 갑자기 시끄러운 것이 사라

         지자, 정적마저 맴돌았다. 터널 속의 가로등 빛

         이 차안 내부를 비추었고 그제야  뒷자리에 탄

         여자 손님을 백미러로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창

         밖만 쳐다보는 손님은 비를 맞아,  그랬는지 더

         욱 처연해 보였고, 추운 듯 웅크린 창백한 모습.        이었다.


남     히터 살짝 틀어드릴까요?

여     감사합니다.

남     별말씀을요. 차안에 습기 찰 걱정만 했네요.

         손님께서 비를 잔뜩 맞으신 걸 깜박했지 뭡니

         까. 하하

여     .....

남    늦은 시간인데도 이렇게 막히네요. 비가 와서

        어느 정도 막히겠다, 예상 하긴 했지만...조금만

        여유를 가지세요. 손님.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여     ...

남     사고 난거 아니면 정체는 금방 풀릴 거예요.

여     예

남     아! 교통방송 좀 틀어 볼까요?

         혹시 사고 소식 있나 좀...어디...


E. F  카라디오 켜는 소리

         채널이 이리저리 돌아가는 소리


여(교통방송아나운서)    

       잠시 교통상황 듣고 와서 만나 보겠습......


E. F  ‘치직! 치직!’  

노이즈가 심해지면서 방송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남    아이고! 터널 안 이라서 이런가?  

(채널을 이리저리 맞추던 중 클래식방송이 잡힌다.)

여    기사님!

남    (깜짝 놀란다) 예?

여    그 방송!

남    ?

여    지금 라디오채널 계속 듣고 가면 좋을 것 같은

        데요.

남    클래식채널인데요.

여    예 좋아요.

남    아! 예.  그렇지 않아도 이 채널 말고는 제대로

        잡히지도 않네요.

여    예


B.G.M 월광소나타


남    클래식 음악이 참 고급지고, 좋은데, 왠지 차분

        해지면서 나른해지는 것이, 운전할 때는 좀 별

        로인 것 같아서 잘 안 듣게 되더라고요

여    .....

남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시나 봐요?

여    예!

남    어쩐지. 분위기 있으신 분이라 생각했는데.

        하하


남(N)평상시엔 손님들과 대화를 잘 안하는 편인데,

          차가 막혀 답답하기도 했고, 백미러로 살짝 볼

          때마다 창밖만 쳐다보는 무심한 표정의 손님

          이 왠지 걱정스럽기도 해서 말을 걸어봤지만,

          한결같은 톤의 단 답만 돌아와서, 멋쩍은 마음

          에 조용히 가려 마음먹었다.


여    기사님

남    예?

여    얼마나 걸릴까요?

남    글쎄요. 곧 풀리긴 할 것 같은데, 저도 앞의 상황.       을 모르니... 바쁘세요?

여    아뇨. 바쁠 건 없어요.

남    오! 앞의 차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네요.

        최대한 빨리 모시겠습니다.

여    참 빠른 것 같죠?

남    예?

여    시간요. 그렇게 안 느껴지세요?

남    하하하 그..그렇죠.

       (F)뭐지 갑자기? 말문이 트였나?

여    무언가를 기억 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추억

        이 잊혀 지게 되는 것이 시간의 문제일까요? 아

        니면 다른 문제일까요?

남    글쎄요?

여    기사님은 잊고 지내던 소중한 무언가가 툭하고         떠오를 때, 당혹스럽거나, 미안한 마음에 한참

        일이 손에 안 잡히거나 하는 그런 적 없으세요?

남    손님같이 감정이 풍부하신 분들이야 그럴지 몰

        라도, 아이고 먹고 살기 바빠서 어디? 하하 그래

        도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엔....


남(N)실연이라도 당했나? 그래서 표정이 슬퍼 보이

          는 건가?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무슨 말인

          가 했다.


B.G.M    푸치니 ‘나비부인’ 2막1장

               마리아칼라스 ‘어느 맑게 갠 날’


여    나비부인이네요.

남    예?

여    오페라 나비부인 모르세요?

남    아! 제목은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잘은....

        무슨 부인, 무슨 부인 시리즈가 한창 이었었는

        데. 하하

여    (작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슬픈 이야긴데요.


남(N)손님의 단호하면서도 슬픈 듯 조용히 말하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고, 갑자기 차안

          의 공기가 싸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남    아재개그가 재미없으시죠? 어떤 이야긴가요?

        들려주시겠어요?

     

 (사이)

여    15살이던 여자 주인공이 살고 있던 일본 나가사

        키에 미군이 주둔을 하게 되요. 본국으로 돌아

        가면 결혼을 할 여자까지 있었던 미 해군대위였

        던 남자는 주둔지에서 잠시 머물 거처를 정하고

        그 곳에서 여주인공과 함께 동거를 시작 하게

        되요.

남    저런 나쁜 놈을 봤나. 그래서요?

여    남자는 진지하지 않았지만, 여자는 돌아가신 자

        신의 아버지에게 떳떳하기 위해 정식의 결혼식

        을 원하고 자신의 종교마저 남편의 종교로 바꾸.       면서 까지, 남자를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죠.

남    다 걸었군요.

여    그리고 얼마 후,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남

        자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게 되요.

남    내! 저리 될 줄 알았어. 어허이 씨!

여    그리고, 3년의 세월이 지나요. 남자의 말만 믿

       고요. 남자가 돌아와서 자신들을 지켜 줄 것이라

       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상관없이 금발의 아

       들과 함께 기다리죠.

남    아이가 있었어요? 미치겠네. 그래서요?

여    그러던 어느 맑게 갠 날, 마침내 흰 배가 항구에

        들어오고 남편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요.

남    왔군요.

여    여자는 꽃단장을 하고, 벚꽃나무를 흔들어 그

        꽃잎으로 남편이 오는 길을 덮어놓고 뜬 눈으로

        기대해요.

남    아! 얼마나 떨릴까요?

여    그런데!

남    그런데?

여    다음 날, 아침! 남자는 뜻밖에도 미국에서 결혼

        한 여자와 함께 집으로 찾아오죠.

남    헐

여    자신의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가기 위해서였어

        요. 좋은 환경에서 키우겠다고 말하죠.

남    어떻게 그런 잔인한 말을... 썩을 놈! 그래서요?

여    여자는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요. 그리고 아들.          과 슬픈 작별을 해요.

남    정말?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요?

여    아뇨. 혼자 남겨진 여자는, 사랑했던 사람들과

        의 추억들을 안고, 혼자 남은 집에서 쓸쓸히 죽

        음을 선택해요

남    저런! 굉장히 슬픈 이야기네요.

여    그렇죠? 그녀도 누군가에게 자신이 잊혀 지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거예요.

        때로는 시간이 해결할 수 없는 그 무언가도 있

        는 거잖아요.

        잊혀 진다는 것 너무 슬픈 일이예요.

남    짠하네요. 손님 덕분에 오늘 제가 수준이 확 올.         라간 것 같습니다. 하하

      

남(N)운전하는 동안 이야기에 빠져 귀를 쫑긋 열어

          놓고, 꽤 열중하면서 들었다. 그리고 아까 들

          은 음악이 어느 맑게 갠 날이라는 곡이고, 그토

          록 오매불망 남자를 기다리며 다시 올 것이라

          는 희망을 부른 안타까운 노래라는 것도 알려

          주었다.  어느새 막혔던 길이 뚫리면서 터널을

          빠져나온 차는, 시청을 지나 광화문 쪽으로 향

          했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렸다.

남    혹시 우산 없으시면 쓰시라고 제가 좀 드릴까요

여    전 우산 필요 없어요.

남    필요가 없어요? 그칠 비가 아닌데요.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그냥 가져가셔요.

여    .....

남    사양마시고요. 이따 내리실 때 트렁크에서 꺼내

        드릴게요. 자 목적지 다 왔습니다.

여    정말 고맙습니다. 태워주셔서요.

남    제가 더 고맙습니다. 잊어서는 안 될게 뭐가 있

        나 덕분에 고민 좀 해봐야겠어요. 잠시 만요! 제

        가 트렁크에서 우산을.... 어?


E. F   짧고 강렬한 굉음


M. 모차르트 레퀴엠


남(N)분명 바로 전 까지 뒷좌석에 앉아있던, 나와 대

          화를 나누었던 손님이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무엇에라도 홀린 듯, 놀라 눈을 비비고 다시 쳐

          다보았지만, 연기처럼 사라진 그녀. 분명 젖은

          모습으로 창백하게 앉아있던 그녀가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다. 혹시나 그사이 달아난 것이

          아닐까, 빗속에서 근처를 둘러보았지만, 그렇

          게 순식간에 사라질 장소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남(F)  귀신이 곡 할 노릇이네? 뭐지?

           아! 맞다. 블랙박스!


남(N)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서둘러 블랙박

         스의 영상을 뒤로 돌려, 화면을 켜 보았다.

         그 순간, 온 몸에 한기가 느껴지고, 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남(F)  어떻게... 아니! 어떻게?


E. F   짧고 강렬한 굉음


남(N)영상 속 나는, 잠수교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

         오는 내내, 아무도 없는 뒷자석 누군가와 즐거

         운 대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다시 돌려 보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없었다.


E. F   짧고 강렬한 굉음


남(N)그리고 그때 라디오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 (클래식채널아나운서)

       오늘 들으신 ‘어느 맑게 갠 날’ 은 내일부터 세종

       문화회관에서 공연되어질 오페라 나비부인의

       가장 잘 알려진 곡입니다. 얼마 전 공연과 관련

       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린바 있는데요. 불의

       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나비부인 역할을 준비

       중 이던 여류성악가의 충격적인 사망 뉴스였죠.

       그 아픔을 딛고 내일부터 공연되어질 오페라 ‘나

       비부인’ 입니다. 오래 동안 잊히지 않을 그녀를

       위한 멋진 공연을 준비 중 이라고 합니다. 여러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E. F   짧고 강렬한 굉음 + 소낙기소리


남(N)정신이 혼미해져 아득해지는 순간, 내 눈을 의

         심할 무언가를 보았다. 공연장 주변 비에 흠뻑

         젖은 채 나부끼는 공연홍보배너였다.

          미소를 띤, 낮 익은 얼굴사진. 바로 그녀였다.


여(N)  잊혀 진다는 것 너무 슬픈 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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