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드라마 혜화동 story
B.G.M
남 소중했으니까. 잊어선 안 돼는 우리에게 꿈같
이 소중한 시간들이었으니까. 그녀는 꼭 돌아
올 거라고 믿...
여 (책상두드리는소리) 스톱! 스톱 음악 스톱
B.G.M C.O
여 저기 재호선배만 남고 잠시 다 나가줄래.
(사이) 도대체 뭐예요? 벌써 몇 번째냐고요?
이 장면 중요하다고 몇 번 말했어요? 발은 땅에 붙어있고, 신발에 본드 붙여놨어요? 그렇게 감. 정도 영혼도 없이, 대사를 전달하면 어쩌자는 거냐고요? 상대방 배우는 무슨 죄냐고요?
남 야! 뭐라고? 너 지금 선 넘는다?
여 3달이라고요 3달! 3달을 연습했는데 아직까지
이러면 도대체 어쩌자는 거냐고요?
남 아무리 네가 작가고 연출이지만 지금 선배한테
할 소리야?
여 그게 지금 공연 보름 남겨둔 배우가 할 소립니
까?
남 하....
여 정말 너무 하시네요. 정말! 내가 왜 이러는지 누
구보다 잘 아시면서, 후배들한테 부끄럽지 않. 으세요? 예전에 저더러 뭐라고 하셨는지 기억 안 나세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내일 연습엔 좀 선배 연기 보여주세요. 제발
남 너? 정말
여 내일 봐요!
E. F 연습실 문 닫히는 소리.
남(N) 딱 1년 전 헤어진, 연인이었던 후배의 작품,
어느 날 걸려온 캐스팅 전화가 뜻밖이라 당황
스러운 나머지 고사하려했지만, 작품이 너무
신선하고 좋아서 불편한 마음을 뒤로 하고, 합
류한 작품.
E. F 전화벨
여 예! 선배
남 어디냐? 커피! 아니 술 한잔 하자!
브릿지 음악
E. F 시끌벅적 술집 소음
남 여긴 여전하다.
여 하실 말씀이 뭐예요?
남 (사이) 아니 왜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좀 묻자? 너 나 일부러 골
탕 먹이려고 이러는거니? 연출님?
여 따지자고 보자고 하신 거예요?
남 솔직히 너무 화가 나! 너 뭐랬어? 나 안하겠다니
까, 이 역할 나밖에 할사람 없다고 하지 않았어?
여 예 그랬죠.
남 그런데 왜? 뭐가 그렇게 문젠데? 내 연기가 그
렇게 마음에 안 들면 애초에 캐스팅을 하지 말
았어야지.
여 선배 지금 예전 여자 친구한테 따지시는 거예
요? 아니면 연출의 의견을 듣고 싶은 거예요?
남 뭐?
여 그것부터 정확히 짚어주셔야 이 자리에서 저와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은데요.
남 너 정말?
여 그리고 금방 드린 말씀이 힌트일 것 같네요. 선
배가 궁금해 하시는 문제의 이유.
남 뭐래 정말?
여 제가 선배님 연기 보면서, 무대를 꿈꿔 온 거 누
구보다 잘 아시죠?
남 .....
여 (사이) 그만 드세요. 저 먼저 일어나요.
내일 연습실에서 뵈요.
E. F 의자에서 일어나는 소리 + 술집소음
남 하.... (술을 따르고 마신다.)
E. F 카톡수신음
여(F) 술값 내가 계산 했어요.
남 아오, 이 시키가 진짜.
브릿지음악
여(N) 특별한 꿈이 없던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신
입부원을 모집하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찾아
간 연극반! 가족들이 연극반에 들어간 것이
놀랍다며 신기해 할 만큼, 내성적이고, 소극
적인 여학생이었던 나였다. 그리고 지도 선생
님으로 오신 선배님을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집중하는 모습의 시선과 호흡, 웃고, 울며 뛰
고 뒹굴고, 노래하는 그의 몸짓과 말에 감탄하
면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고, 연극에 대. 한 진심과 열정 느끼며, 꼭 배우가 되어
그와 한 무대에 서겠노라 꿈꾸기 시작했다.
여 오셨습니까? 선생님?
남 응! 안녕 일찍 왔구나? 뭐야? 혼자 연습실 청소
다했어?
여 뭐 그냥. 헤헤
남 어떠니? 할만 해?
여 아직 얼떨떨해요.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는 것
도 영광이라서.
남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여 예 선생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남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해! 그리고 앞으로는 선배
님이라고 해라.
여 아! 그래도 됩니까? 선...배님?
남(N) 학생으로 처음 인연이 되어 만난, 남다른 연
극적 재능과 열정을 가진 연주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하며, 조언을 구해왔을 때 연극
배우의 삶이 녹록치 않다는 걸 이야기 해주고
겁을 주었다. 힘든 길을 걷지 않길 바랐기 때문
이다. 그러나 정말 연주는 몇 년 후 오디션을
통해, 작은 역할이지만 나와 함께 공연을 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조용하지만 에너지가
있던 친구로 기억했던 연주는 많이 더 씩씩해
져있었다.
브릿지음악
E. F 커튼콜 박수소리
남 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공연 여러분들
과 함께 해서 너무 영광이었고, 또 다른 멋진 무
대에서 함께 하길 바랍니다. 잔을 들어주세요.
자! 저의 건배사는....
여 잠시만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금 아
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사이)
우리 재호선배님 연기를 객석이 아닌 무대에서
함께 호흡 하며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선배님 진짜, 진짜, 진짜 사랑합니다.
남 많이 취했구나. (웃음) 자 그래 알았다. 건배
여 건배!
브릿지음악
여(N) 쫑파티 날. 행복한 기분에 흥분하고 취해서, 선배의 건배사도 뺏어 버리고, 분위기를 얄궂
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동료배우에게 들어 알. 게 되었다. 몇날 며칠 이불킥을 하면서 어떻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선배에게 전할까 고. 민하던 중, 의상을 정리하러 연습실에 들린 날. 선배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
여 헉! 선배님! 저...
남 너 용감하더라. 멋지던데? 그 많은 사람들 앞에
서 나한테 고백을 다 하고
여 죄. 죄송합니다. 까불어서, 죄송합니다.
남 뭐가 죄송해? 난 좋던데? 얼른 정리해. 밥 먹자
우리!
여 (F)우리?
브릿지음악
남(N) 늘 씩씩하던 연주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도
못 들고 있는데, 그 모습이 이상하게 너무 사
랑스러워서 두 볼을 꼬집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N) 혼이 날 줄 알았는데, 껄껄 웃으며 기분 좋게
바라 봐 주는 선배가 너무 따스했고, 쳐다 본
선배의 눈가 주름과 함박웃음이 너무 좋아 보
였다.
남/여(N) 그렇게 우린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격앙이 되어있는 두사람)
남 (버럭)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너는?
여 뭐가요?
남 그 장면에서 작가가 말하는 인물의 감정이, 그
렇게 소모적으로 표현 하는 게 맞아? 거 생각
좀 하고 디렉팅을 해!
여 선배!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연출이 누구야 지금? 준비 안 된 게 누군데 누. 구더러 생각을 하라는 거예요?
남 너 그게 지금 선배한테 할 소리야?
여 선배야 말로, 아무리 후배지만 그게 연출한테
할 소리세요? 그리고 작가가 뭐? 작가는 연출
한테 글을 패스하는 순간부터 오롯이 연출의
몫이라고 누가 말했어요? 바로 선배잖아요?
남 하....나 안 해!
여 뭐 하자는 거예요? 지금?
남 잘난 너하고 더 이상 작품 안 해.
여 말 다했어요?
남 아니 덜했다. 우리 (사이) 그만 만나!
여(N) 나이차이가 8살 차이였기 때문에, 남들이 우
리 커플은 전혀 싸울 일 없을 거라고, 내가 실
수를 하고, 잘못해도, 선배가 나를 다 이해해 주고, 예뻐해 줄 거라고 말을 했다.
맞다. 대부분 그랬지만 모든 것이 그렇지는
않았다. 선배는 특히 연극에 대한 의견이 나. 와 다를 땐 모습이 사뭇 달라진다. 그런 선배. 의 반응에 언젠가부터 나도 똑같이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그만 만나자는 말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남(N) 같은 일을 하는 후배와 연인으로 지내는 것이
어찌 보면, 많은 것을 양보하고 참아야 할 때
가 있다는 것쯤은 나도 알았지만, 날이 갈수
록 나의 의견보다 자신의 생각을 더 큰 목소
리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일 때 마다,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연주가 미워질 까봐,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보기 싫어질까 봐 두려
워서, 그만 보자고 말해버렸다.
브릿지음악
E. F 공원 비둘기소리
여 선배 여기!
남 연습실에서 볼 건데 왜 공원에서 보재?
여 왜 싫어? 예전에는 여기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
래도 불러주고 그랬으면서.
남 하. 그때랑 같니?
(비둘기에게) 저리 가! 됐고, 왜?
여 애꿎은 비둘기한테 화풀이 그만하고. (사이) 또 도망갈 거지?
남 무슨 소리야?
여 힘드니까 또 도망 갈거잖아?
남 어이 없네 애가? 힘들어서 도망갔다고 생각했
어? 힘들었지! 힘들긴, (사이) 난 네가 내 핑계. 로 할 수 있는 일을 못하게 될 까봐, 더 멋진 사. 람이 될 수 있는걸 포기할까봐 피해준거야. 알
기나 알아?
여 무슨 변명이 그렇게 그럴 듯 해? 그래도 내 곁. 에서 날 지켜줘야지.
남 이러니까 내가 너한테 화나는 거야. 네가! 에너
지가 넘칠 때, 그걸 쏟아 부어야지 연극에! 내. 가 널 괴롭히는데 뭐가 좋은 게 나오겠니? 이해
안돼?
M. 10cc im not in love
여 (사이) 그래서? 후회했어? 안했어?
남 갑자기 뭐가?
여 내가 곁에 없어서?
남 나 참! 에잇!
여 비둘기한테 화풀이 하지 말랬지? 날 봐!
남 (사이) 뭐 ... 조금 힘들긴 하두만...
여 거봐! 거봐! 그럴 줄 알았다고. 나이 많다고 괜
찮은 척, 쿨 한 척 혼자 다하고...선배 캐스팅 하
려고 이 작품 쓴 거야. 순전히! 알고나 좀 있어.
남 그 역할! 나 아니면 누구도 못한다고 캐스팅 했
다며
여 그걸 믿어? 선배는? 선배 곁에 두고 괴롭히려
고 했다 왜?
남 너? 진짜.
여 (남자를 갑자기 와락 안는다.) 너무 그리웠다고
남 .....
여 선배 정말 미안해! 많이 생각했어요. 지금도 어
리지만 내가 너무 애 같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빛나는 선배의 모습으로 돌아 와줘요. 너무 보
고 싶다고요.
남 너!
여 예?
남 ...연기력 많이 늘었다.
여 누구한테 연기를 배웠는데 당연하지!
남 그건 그래.
여 선배!
남 왜?
여 (사이) 여 전 히 사 랑 하 고 있 습 니 다.
남 치!
여 치? 치? 그래! 그 감정 좋네! 그렇게 연기를 해
야지! (웃음) 됐고! 대사 하나 더 추가 하자!
남 무슨?
여 잠시만...
E.F 펜으로 수첩에 글 쓰는 소리
여 자 들어보세요. “계절풍이 바뀌면서 나는 그녀
에게 돌아가리라 마음먹었다.....
자연스럽게 무대 위의 남자로 오버랩된다.
남 이 험난한 항해를 멈추기로 마음먹고, 배의 닻. 을 들어 그녀가 있는 항구로 향할 것이다. 험한
파도가 나의 귀항을 괴롭게 하고, 바람이 나를 휩쓸지라도, 나는 항구에 닿기 전, 일렁거리는
파도에, 비치는 먼 곳의 그녀 미소를, 기대하면. 서 기필코 그녀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다.
E.F 관객의 박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