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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작 Jul 21. 2023

로멘틱서울.     혜화동 story

미니드라마   혜화동 story


B.G.M  


남     소중했으니까. 잊어선 안 돼는 우리에게 꿈같

         이 소중한 시간들이었으니까.  그녀는 꼭 돌아

         올 거라고 믿...

여      (책상두드리는소리) 스톱! 스톱 음악 스톱

B.G.M  C.O


여     저기 재호선배만 남고 잠시 다 나가줄래.

       (사이) 도대체 뭐예요? 벌써 몇 번째냐고요?

        이 장면 중요하다고 몇 번 말했어요? 발은 땅에         붙어있고, 신발에 본드 붙여놨어요? 그렇게 감.        정도 영혼도 없이, 대사를 전달하면 어쩌자는            거냐고요? 상대방 배우는 무슨 죄냐고요?

남     야! 뭐라고? 너 지금 선 넘는다?

여     3달이라고요 3달! 3달을 연습했는데 아직까지

         이러면 도대체 어쩌자는 거냐고요?

남     아무리 네가 작가고 연출이지만 지금 선배한테

         할 소리야?

여     그게 지금 공연 보름 남겨둔 배우가 할 소립니

         까?

남     하....

여     정말 너무 하시네요. 정말! 내가 왜 이러는지 누

         구보다 잘 아시면서, 후배들한테 부끄럽지 않.          으세요? 예전에 저더러 뭐라고 하셨는지 기억           안 나세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내일 연습엔 좀 선배           연기 보여주세요. 제발

남     너? 정말

여     내일 봐요!


E. F    연습실 문 닫히는 소리.


남(N) 딱 1년 전 헤어진, 연인이었던 후배의 작품,

          어느 날 걸려온 캐스팅 전화가 뜻밖이라  당황

          스러운 나머지 고사하려했지만, 작품이 너무

          신선하고 좋아서 불편한 마음을 뒤로 하고, 합

          류한 작품.


E. F   전화벨


여     예! 선배

남     어디냐? 커피! 아니 술 한잔 하자!


브릿지 음악


E. F    시끌벅적 술집 소음


남     여긴 여전하다.

여     하실 말씀이 뭐예요?

남     (사이) 아니 왜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좀 묻자? 너 나  일부러 골

         탕 먹이려고 이러는거니? 연출님?

여     따지자고 보자고 하신 거예요?

남    솔직히 너무 화가 나! 너 뭐랬어? 나 안하겠다니

        까, 이 역할 나밖에 할사람 없다고 하지 않았어?

여     예 그랬죠.

남    그런데 왜? 뭐가 그렇게 문젠데? 내 연기가 그

        렇게 마음에 안 들면 애초에 캐스팅을 하지 말

        았어야지.

여     선배 지금 예전 여자 친구한테 따지시는 거예

         요? 아니면 연출의 의견을 듣고 싶은 거예요?

남     뭐?

여     그것부터 정확히 짚어주셔야 이 자리에서 저와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은데요.

남     너 정말?

여     그리고 금방 드린 말씀이 힌트일 것 같네요. 선

         배가 궁금해 하시는 문제의 이유.

남     뭐래 정말?

여     제가 선배님 연기 보면서, 무대를 꿈꿔 온 거 누

         구보다 잘 아시죠?

남     .....

여     (사이) 그만 드세요. 저 먼저 일어나요.

         내일 연습실에서 뵈요.


E. F   의자에서 일어나는 소리 + 술집소음


남    하.... (술을 따르고 마신다.)


E. F  카톡수신음


여(F) 술값 내가 계산 했어요.

남      아오, 이 시키가 진짜.


브릿지음악


여(N) 특별한 꿈이 없던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신

           입부원을 모집하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찾아

           간 연극반! 가족들이 연극반에 들어간 것이

           놀랍다며 신기해 할 만큼, 내성적이고, 소극

           적인 여학생이었던 나였다. 그리고 지도 선생

           님으로 오신 선배님을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집중하는 모습의 시선과 호흡, 웃고, 울며 뛰

           고 뒹굴고, 노래하는 그의 몸짓과 말에 감탄하

           면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고, 연극에 대.          한 진심과 열정 느끼며, 꼭         배우가 되어

           그와 한 무대에 서겠노라 꿈꾸기 시작했다.


여     오셨습니까? 선생님?

남     응! 안녕 일찍 왔구나? 뭐야? 혼자 연습실 청소

         다했어?  

여     뭐 그냥. 헤헤

남     어떠니? 할만 해?

여     아직 얼떨떨해요.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는  것

         도 영광이라서.

남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여     예 선생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남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해! 그리고 앞으로는 선배

         님이라고 해라.

여     아! 그래도 됩니까? 선...배님?


남(N) 학생으로 처음 인연이 되어 만난,  남다른 연

          극적 재능과 열정을 가진 연주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하며, 조언을 구해왔을 때 연극

          배우의 삶이 녹록치 않다는 걸 이야기 해주고

          겁을 주었다. 힘든 길을 걷지 않길 바랐기 때문

          이다. 그러나 정말 연주는 몇 년 후 오디션을

          통해, 작은 역할이지만 나와 함께 공연을 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조용하지만 에너지가

          있던 친구로 기억했던 연주는 많이 더 씩씩해

          져있었다.


브릿지음악

E. F   커튼콜 박수소리


남     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공연 여러분들

         과 함께 해서 너무 영광이었고, 또 다른 멋진 무

         대에서 함께 하길 바랍니다. 잔을 들어주세요.

         자! 저의 건배사는....

여     잠시만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금 아

         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사이)

         우리 재호선배님 연기를 객석이 아닌 무대에서

         함께 호흡 하며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선배님 진짜, 진짜, 진짜 사랑합니다.

남     많이 취했구나. (웃음) 자 그래 알았다. 건배

여     건배!


브릿지음악


여(N)  쫑파티 날. 행복한 기분에 흥분하고 취해서,              선배의 건배사도 뺏어 버리고, 분위기를 얄궂

           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동료배우에게 들어 알.            게 되었다. 몇날 며칠 이불킥을 하면서 어떻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선배에게 전할까 고.            민하던 중, 의상을 정리하러 연습실에 들린 날.          선배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


여     헉! 선배님! 저...

남     너 용감하더라. 멋지던데? 그 많은 사람들 앞에

         서 나한테 고백을 다 하고

여     죄. 죄송합니다. 까불어서, 죄송합니다.

남     뭐가 죄송해? 난 좋던데? 얼른 정리해. 밥 먹자

         우리!

여     (F)우리?


브릿지음악


남(N)  늘 씩씩하던 연주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도

            못 들고 있는데, 그 모습이 이상하게 너무 사

            랑스러워서 두 볼을 꼬집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N)  혼이 날 줄 알았는데, 껄껄 웃으며 기분 좋게

            바라 봐 주는 선배가 너무 따스했고, 쳐다 본

           선배의 눈가 주름과 함박웃음이 너무 좋아 보

           였다.

남/여(N) 그렇게 우린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격앙이 되어있는 두사람)

남     (버럭)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너는?

여     뭐가요?

남     그 장면에서 작가가 말하는 인물의 감정이, 그

         렇게 소모적으로 표현 하는 게 맞아? 거 생각

         좀 하고 디렉팅을 해!

여     선배!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연출이 누구야 지금? 준비 안 된 게 누군데 누.          구더러 생각을 하라는 거예요?

남     너 그게 지금 선배한테 할 소리야?

여     선배야 말로, 아무리 후배지만 그게 연출한테

         할 소리세요? 그리고 작가가 뭐? 작가는 연출

         한테 글을 패스하는 순간부터 오롯이 연출의

         몫이라고 누가 말했어요? 바로 선배잖아요?

남     하....나 안 해!

여     뭐 하자는 거예요? 지금?

남     잘난 너하고 더 이상 작품 안 해.

여     말 다했어요?

남     아니 덜했다. 우리 (사이) 그만 만나!


여(N)  나이차이가 8살 차이였기 때문에, 남들이 우

            리 커플은 전혀 싸울 일 없을 거라고, 내가 실

            수를 하고, 잘못해도, 선배가 나를 다 이해해             주고, 예뻐해 줄 거라고 말을 했다.

            맞다. 대부분 그랬지만 모든 것이 그렇지는

            않았다. 선배는 특히 연극에 대한 의견이 나.             와 다를 땐 모습이 사뭇 달라진다. 그런 선배.            의 반응에 언젠가부터 나도 똑같이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그만 만나자는 말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남(N)  같은 일을 하는 후배와 연인으로 지내는 것이

            어찌 보면, 많은 것을 양보하고 참아야 할 때

            가 있다는 것쯤은 나도 알았지만, 날이 갈수

            록 나의 의견보다 자신의 생각을 더 큰 목소

            리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일 때 마다,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연주가 미워질 까봐,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보기 싫어질까 봐 두려

            워서, 그만 보자고 말해버렸다.


브릿지음악


E. F   공원 비둘기소리

여     선배 여기!

남     연습실에서 볼 건데 왜 공원에서 보재?

여     왜 싫어? 예전에는 여기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

         래도 불러주고 그랬으면서.

남     하. 그때랑 같니?

        (비둘기에게) 저리 가! 됐고, 왜?

여     애꿎은 비둘기한테 화풀이 그만하고. (사이) 또         도망갈 거지?

남     무슨 소리야?

여     힘드니까 또 도망 갈거잖아?

남     어이 없네 애가? 힘들어서 도망갔다고 생각했

         어? 힘들었지! 힘들긴, (사이) 난 네가 내 핑계.          로 할 수 있는 일을 못하게 될 까봐, 더 멋진 사.         람이 될 수 있는걸 포기할까봐 피해준거야. 알

         기나 알아?

여     무슨 변명이 그렇게 그럴 듯 해? 그래도 내 곁.           에서 날 지켜줘야지.

남     이러니까 내가 너한테 화나는 거야. 네가! 에너

         지가 넘칠 때, 그걸 쏟아 부어야지 연극에!  내.          가 널 괴롭히는데 뭐가 좋은 게 나오겠니? 이해

         안돼?


M.   10cc  im not in love


여     (사이) 그래서? 후회했어? 안했어?

남     갑자기 뭐가?

여     내가 곁에 없어서?

남     나 참! 에잇!

여     비둘기한테 화풀이 하지 말랬지? 날 봐!

남     (사이) 뭐 ... 조금 힘들긴 하두만...

여     거봐! 거봐! 그럴 줄 알았다고. 나이 많다고 괜

         찮은 척, 쿨 한 척 혼자 다하고...선배 캐스팅 하

         려고 이 작품 쓴 거야. 순전히! 알고나 좀 있어.

남     그 역할! 나 아니면 누구도 못한다고 캐스팅 했

         다며

여     그걸 믿어? 선배는? 선배 곁에 두고 괴롭히려

         고 했다 왜?

남     너? 진짜.

여     (남자를 갑자기 와락 안는다.) 너무 그리웠다고

남     .....

여     선배 정말 미안해! 많이 생각했어요. 지금도 어

         리지만 내가 너무 애 같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빛나는 선배의 모습으로 돌아 와줘요. 너무 보

         고 싶다고요.

남     너!

여     예?

남     ...연기력 많이 늘었다.

여     누구한테 연기를 배웠는데 당연하지!

남     그건 그래.

여     선배!

남     왜?

여     (사이) 여 전 히 사 랑 하 고 있 습 니 다.

남     치!  

여     치? 치?  그래! 그 감정 좋네! 그렇게 연기를 해

         야지! (웃음) 됐고! 대사 하나 더 추가 하자!

남     무슨?

여     잠시만...


E.F   펜으로 수첩에 글 쓰는 소리


여    자 들어보세요. “계절풍이 바뀌면서 나는 그녀

        에게 돌아가리라 마음먹었다.....

      

자연스럽게 무대 위의 남자로 오버랩된다.


남    이 험난한 항해를 멈추기로 마음먹고, 배의 닻.          을 들어 그녀가 있는 항구로 향할 것이다. 험한

        파도가 나의 귀항을 괴롭게 하고, 바람이 나를           휩쓸지라도, 나는 항구에 닿기 전, 일렁거리는

        파도에, 비치는 먼 곳의 그녀 미소를, 기대하면.        서 기필코 그녀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다.

       


E.F   관객의 박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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