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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작 Jul 19. 2023

로멘틱서울.     말죽거리 story

미니드라마  말죽거리 story


E.F   버스 덜컹거리는 소리


남(N) 마치 시루 속 콩나물 같은 풍경의 전쟁 같은        등교버스, 다른 정류장에서 같은 버스에 타게 된

    세상가장 친한 친구와, 반가운 아침 눈인사라도        할라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파도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 나를 놓아버려야 비.      로소 그 흐름에 하나가 되어 편해진다는 아이러

    한 사실과 노하우를 터득해버린, 나는 진진고 2학    년 3반 32번 최재호.


안내양   내리실분 없으시면 오라이!


남(N)오늘도 씩씩한 안내양 누나의 외침 속에서, 발.    이 밟혀도 모자가 찌그러져도 옷이 뜯어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정말 참지 못할 고통스러운 일

    은, 누군가의 도시락반찬통이, 가방 속에서 뒤집       어 지는, 정신마저 뒤집어질 일인 것이다. 사람이      많을수록 그 파괴력은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진다.    그런데 바로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순식간에 버스 안에 퍼지는 김치냄새, 모든 사람.      들을 고통에 몸부림치게 만드는, 양념을 아끼지        않은 듯한 강력한, 어느 집 김치냄새. 냄새 의 진원    지를 찾느라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던 바로 그 때,

    운명의 그녀와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다. 시간이        멈춘 듯 한 그때!

여       가방 이리 주세요.

남       괜찮습…….아니 감사합니다. 가방이 좀 무거.            울텐데…

           (F)와! 예쁘다! 이렇게 예뻐도 되나?  왜 처음             봤을까? 전학 왔나? 가만! 킁킁킁! 그러고 보.            니까? 헉! 우리 집 김치? 안돼!

여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떻해?  악

남       아! 미안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서 어떻하죠?            치마 이거 어떡하지?

여       어머 어딜 만져요?


E.F    버스 출발하는 소리


남       아! 쪽팔려!

남1     아까 걔! 놀라고 당황했는데도 그렇게 예쁠               수가 있는 거냐?

남       뭐?

남1     아니. 올리비아 핫세처럼 생긴 애가 김치국물           묻어가지고 와!

남       이게 지금.

남1     야야! 나 결정했다.

남       아 뭘?

남1     걔 말이야. 내 여친 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남       여친 같은 소리하고 있네! 넌 내가 김치 국물.            로 찜한 애한테 그런 말이 나오냐?

남1     김칫국물로 찜이라…….신박하긴 하지만 넌 글           렀다. 나한테 양보해라.

남       헛소리 그만해! 그나저나 어쩌지? 김치물 배.            여서 지워지지도 않을 텐데...

남1      그러나 저러나 늦었다. 얼른가자.


브릿지음악


남(N)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못하고 먼저 내려버려      서 원망 했을 텐데...

    그날 이후 나와 친구는 등굣길 버스를 타게 되면       그녀를 찾아 두리번거려 보았지만,왠지 그녀의 모

    습은 보이질 않았다. 내 마음도 모르는 친구는 들.     뜬 표정으로 그녀와 연락 할 방법을 함께 모색하

    자며 내게 상의를 해왔다. 친구에겐 귀찮은 척 했.     지만,나는 어떻게든 그녀와 연락이 닿을 방법만        생각했다.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 말고는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올리비아 핫세를 쏙 빼닮은 듯한 그.     녀의 하얀 얼굴. 가방을 받아주던 그녀의 미소와       김칫국물로 엉망이 된 당황하던 모습이 머릿속에

    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에서 가.      장 친한 친구에게 내 마음을 들키게 될까? 한편으

    론 신경도 쓰였다.


남1     왜 안보일까? 그날 충격 때문에 부끄러워서               전학 갔나?

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앉아있네.

남1     충분히 가능하지. 그렇게 백옥같은 순백의 예.           쁜 여고생에게, 김칫국물 테러라니.

           와! 이건 진짜

남       그만 해라이~

남1     안되겠다.

           나 걔 학교 앞에 가서 기다려봐야겠다.

남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학주한테 걸리면 너               정학감이야.

남1      아! 사랑이냐 정학이냐 이것이 문제로 구만.

           (사이) 너 딴생각하지마라.

남       뭐…….뭐가...딴 생각은 무슨?

남1     더듬네. 수상한데?

남       아 몰라!

남1     뭘 몰라?


브릿지음악


남(N)첫눈에 반했지만 김치를 쏟은 그녀를 두고, 친.    구와 이런 사이가 될 줄이야. 하지만 사랑은 먼저

    쟁취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을 때,        나만의 계획을 실행했다.우선, 언제 마주치게 될.     지 모를 그녀에게 건네 줄, 내 이름과 집 전화번호.    와 미안한 마음에 꼭 정식으로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는 내용의 쪽지를, 항상 교복 윗주머니에 넣

    고 다니는 것, 쪽지를 보면 주말에 집으로 연락을      달라는 내용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 그날      따라 운이 좋은지, 앉아서 등교하던 어느 날 아침.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녀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내가 앉은 바로 옆에 섰다.


E.F 버스 덜컹 거리는 소리


남       가…….방 이리 주세요.

여       고마워요. 어? 그 김칫국물!

남       죄…….죄송했어요.

여       괜찮아요. 그럼 부탁드려요.

남(F)  뭐지? 이 쿨함은? 아! 근데 김칫국물이 뭐야?            아! 맞다! 쪽지. 내리기 전에 가방에 넣어야 되.          는데…….아 떨려!


E.F 심장박동 소리


남(N)다행히 그녀의 가방에 쪽지를 넣는 것에 성공       했다. 불과 몇 정거장이었지만 들킬까봐 온 몸에       식은땀으로 흥건해졌다.


여       어머! 땀 봐! 괜찮으세요?

남       예? 아! 아뇨.

여       예? 다음번에 내리시죠? 가방 주세요.

남       예? 하하하 아! 예! 하하하

여       (웃음) 어디 아픈가?


남(N)그녀가 나를 보고 웃는다. 아 세상에 이렇게 웃     는 모습이 예쁠 수가 있나? 정연주! 그녀의 이름.      을 명찰을 보고서 알게 되었다. 연주! 이름도 참        예쁘기 그지없네. 진짜!

     이제 주말에 그녀의 전화만 기다리면 되는 것인.       가. 하하하


남1      야 혼자 뭐하냐? 어디 아파?

남        응? 아무것도 아니야.

남1      아! 왜? 나는! 학교! 오자마자!

            배가 고픈 거냐?

남       …….너 내 도시락 먹을래?

남1      응? 뭐지? 왜?

남        나? 앞으로 배가 안고플 예정 이거든.

남1      아픈 것 맞네! 그래 걱정은 되지만 일단 먹자.            고맙게 먹을게.

남       그래! 너 다 먹어. 하하하


브릿지 음악

E.F    집전화 벨소리


여       이 빵집 크림빵 진짜 맛있다.  왜 안 먹어?

남       예? 예! 먹어야죠. 더 시킬까요?

여       어머! 나이도 같은데 계속 말 높일 꺼야? 편하           게 해. 부담스럽게

남       그. 그럴까?....요?

여       야! 편하게 하라니까. 그런데 어떻게 쪽지를              가방에 넣을 생각을 했데. 웃겨

남       그게....아! 참 그날은 미안했어.

여       응? 아! 김칫국물?

           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남       냄새가 많이 배었을 텐데

여       교련복으로 갈아입었어. 그리고 네 덕에 교복.          치마 새로 하나 장만했지 뭐니?

남       아 그랬구나. 미안하다.

여       됐다니까 그러네. 아무튼 반가워.

           자! 그런 의미에서 이거!

남       이게 뭐야?

여       초대장! 학기말 시험 끝나고 학교 축제 시화전           하는데. 와라!

남       가야지. 아니. 가…….가께. 축제.

여       (웃음) 입가에 크림 묻었어. 얘!

여(N) 가방에서 쪽지를 발견했을 때, 누가, 언제 이       쪽지를 넣었나 생각하다 등굣길 김치국물이 생각.    이 났다. 언제 이렇게 넣었지?  

    잠시 고민하다, 연락을 기다리겠거니, 생각한 끝.     에 주말에 전화를 했다. 신호가 떨어지자 말자, 받     는 게 아닌가? 쪽지도 그랬지만 수화기 넘어 가늘

    게 떨기까지 하는 목소리가 귀여웠다. 그래서 약.      속을 해서 우린 빵집에서 만났고, 이야기를 나눠.      보니 착한애 같았고, 같은 학년이서 편했다. 그렇

    게 김칫국물과 나는 친구가 되었다.


E.F 덜컹거리는 버스 안


남       저녁에는 버스 안이 참 한산하다.

여       그러게 등굣길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김칫          국물도 안 쏟고

남       너!


M. feeling (morris albert)


여       어머! 이 노래! 나 이 노래 너무 좋던데. 너 이             노래 알아?

남       어? 알....지! 알지

여       너무 감미롭지 않니?

남       응 좋네! 진짜!

여       너 기타 칠 줄 알아?

남       기타? 당…….당연히 칠 줄 알지?

여       정말? 와! 보고 싶다. 이 노래 연주 하면서 부.            를 수 있어?

남       그럼!


남(N)그녀가 좋아하는 그 노래는 나도 가장 좋아하.     는 노래가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엄마를 조르고, 졸

    라 기타 학원에 바로 등록 했다. 그리고 연주 에게     그 노래를 꼭 불러 주리라 다짐하고 피나는 연습

    을 했다. 그 무렵 나는 친구에게 소홀 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집으로 놀러 온 친구를 옆에 두.     고도 손가락이 까지도록 기타 연습에 몰두했다.


남1    야 지겹다. 뭐 이 노래만 연주해?

          딴 거 좀 해봐!

남      안 돼!

남      너무 하네. 아으!  너 왜 나랑 안 놀아줘? 요새?

남      뭐가?

남1    아냐 분명 뭐가 있어. 기타가 웬 말이냐? 네가?         솔직하게 말해보시지

남      그게……뭐가 임마.

남1    나 다 알아! 임마!

남      뭐...임마?

남1    끝까지 시치미 땔 거야? 너 빵집에서 걔랑 만.            나는 거 봤어 그날!

남      헉? 왜 아는 척 안했어?

남1    뭘 아는 척을 해! 분위기 좋은데 뭐 훼방 놓을            일 있냐?  형이 하해와 같은 넓은 아량으로 눈

         감아줬지.

남      너…….임....마,

남!     감동했어?

          괜찮아. 형은 더 멋진 여자 만날꺼니까.

남      미안하다.

남1    대신에 조건이 있다.

남      조건?

남1    기타 열심히 연습해서 나도 가르쳐줘. 됐지?              그거로 퉁 치는 거다. 오케이?

남      오케바리!


여(N)축제날. 시화전에 초대한 재호가 꽃다발과 기.     타를 들고 왔다. 그리고 재호가 자주 이야기 하던

    친구도 따라왔다. 내 작품을 보면서 연신 두 손가

    락을 치켜세우는 재미있는 친구와는 달리 재호는

    왠지 긴장한 듯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시화       앞에서 두 사람 무언가 준비한 듯 자리를 마련했

    다.


남1   자 여러분! 여기를 주목 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말죽거리의 명문 고등학교 진진고 2학년의 자

         랑, 최재호군의 축하 무대가 있겠습니다.  

         노래 제목은 모리스알버트의 ‘필링’입니다. 제.         목처럼 멋진 느낌의 노래를 불러줄 최재호군             에게 진심어린 박수 부탁드립니다.

        (남에게) 파이팅!

남     어! 파이팅! 흠흠…….


E.F      박수소리

E.F      멋진 feeling 기타연주곡


*순탄하게 기타연주가 시작되고, 기대하는 연주와 모인 사람들 그리고 첫 소절이 시작되는데   정말 기가 막힌 음치와 박치를 선보이는 남의 노래가 시작된다.


남    felling  noting more than feeling~~


M. 한알린 ‘문득’


남(N)내 청춘의 첫사랑과 우정이 무르익던 말죽거.      리의 풍경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소중한 추억을    선물할지 그때는 몰랐다. 어설프던 우리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그리워 질때면 아직도 김칫국물과     함께 버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따라 부르던 나    와, 익살스럽게 곁을 지켜주던 친구의 웃음과 미

    소가 너무 예뻣던 그녀가 떠오르며 다시 갈 수 없.     는 그 시절의 그리움에 코 끝을 찡하게 한다.

    내 영혼 속에서 영원히 박제되어 있는 말죽거리의    청춘들 브라보!




 write안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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