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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작 Jul 18. 2023

로멘틱서울.     명동 story

미니드라마 명동 story

E.F    음악다방

남    (F)“우(雨)요일에 쓰는 편지. 재호 오빠 안녕하.         세요. 비가내리는 오늘은 왠지 왕십리로 이사를        간 친구로부터 문득 반가운 소식이 올 것 같은           가을 저녁입니다.

        저의 외로움을 재호오빠가 달래주세요.” 소녀.          주! 가 재호 오빠에게 라고 하시면서 이렇게 예.        쁜 글씨로 또박또박 적어주셨습니다. 오늘 들으        실 마지막 신청곡은요 소녀 주! 가 신청하신 비.        틀즈의 '예스터데이‘를 들으면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고마운 하루되세요. 찡긋~

       

B.G.M    yesterday

여(N)내가 이곳 호수다방의 죽순이가 된지도 벌써       3개월째다. 우리 재호오빠를 알게 된것도 그렇다.    19년 내 인생 통 털어 가장 아름답고 최고의 시간.    이다. 오빠를 알기 전과 후가 너무 달라진 나! 매일    재호오빠 타임에 와서 음악 듣고, 목소리 듣는 것.     이 내 인생 유일한 낙이다. 내가 써준 글을 오빠의     목소리로 읽어줄 땐 악! 너무 짜릿하다. 오늘도 오     빠 덕에 고마운 하루가 될 것 같다. 우리 재호 오빠    멋져요.


여     오빠!

남     응 오늘도 왔구나. 커피 고맙다. 너 안 사줘도            돼.

여     에이 수고하시는데 뭘 그 정도 가지고?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남     그래 이렇게 매일 오면 공부는 언제 하니?

여     공부요?  저 얼마나 열심히 한다고요?

남     대학 가려면…….

여     알았어요. 만날 그 소리. 저 대학 갈만큼 공부            잘하고 있다고요. 치

남     그래. 아무튼 고맙다.

여     고맙긴요. 제가 더 고맙죠. 저 대학 붙으면 맛있         는 밥 사주 세요.

남     밥이 문제니? 술도 사줄 수 있지.

여     정말요? 정말? 와! 신난다. 약속했어요.


남(N) "On Air" DJ박스에 불이 들어오면 오직 음악.    만을 사랑하는 순수한 내 청춘 자화상이 글자 그.      대로, 허공에 바쳐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빛난

    다.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신청곡과 함께        이렇게 여성 팬들에게 애정공세도 많이 받는다.

    그러다보니 내가 진행하는 타임에 와서 말없이 바    라만보다가 가는 동경 하는 여학생도 있고, 나의       말 한마디에 마음의 상처 까지 받는 순애보 여학.      생도 있었으며, 무작정 DJ의 인기를 좇는 스토커.    형 여학생까지, 다양한 여성 팬 들이 있다.

    인기관리라고 할까?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누구를 만나면 금방 소문이 나고, 인.      기가 떨어진다. 질투와 시기로 다방을 더 이상 찾.     지 않는 여성도 있다. 그래서 이렇게 공개적인 만.     남의 자리만 가지며, 만인의 연인으로 남아야 한.      다.

    밝은 웃음의 주근깨가 귀여운 연주도 거의 매일같    이 찾아오는 나의 팬이다.


브릿지음악


남   (F) 여러분과 시간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힘든        군 복무가 되겠지만, 그럴 때 마다. 저 재호는 여       러분들과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버틸게요. 행복

       했습니다. 마지막 곡 바브라스트리샌드가  불러.       줍니다. the way we were. 여러분 고마운 하

       루되세요. 안녕


B.G.M the way we were.


여    (운다)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정말 속.         상해.

남    사람들이 오해하겠다. 연주야.

여    오빠 군대 안가면 안돼요? 나 대학 가면 밥도 술        도 사주시기로 했잖아요.

남    (웃음) 대학은 갈 수 있고?

여    치. 뭐래? 진짜

남    휴가 나오거나 제대하면 다시 이곳으로 올 거야        어엿한 대학생 돼서 찾아와.

여    몰라요.

남    고마웠어. 자! 나하고 약속 여기 메모지에 적어.        저기 게시판에 붙이게. 열심히 공부해서 꼭 대           학 가는 거야. 그래서 만나 알았지?

여    오빠.


여(N)그렇게 나의 행복했던 시간은 오빠의 입대와       함께 사라져버렸고, 실의에 빠지게 되었다. 세상.     을 다 잃어버린 듯, 밥도 먹기 싫었고, 무기력 했으    며, 한숨만 나왔다. 아마 대학생이 되어서 다시 만     나자는 오빠와의 그 약속만 아니었다면, 주저앉았

    을 나는, 게시판에 메모지를 보면서 다시 마음을       다지고,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그해

    학력고사를 잘 치루고 당당히 대학생이 되었다.


여   (편지글) 오빠! 저 대학생 됐어요. 매번 나 공부.        안한다고 대학생 되겠냐고 놀리셨죠? 어때요?          저 멋지죠? 휴가언제 나와요? 이제 당당한 대학

       생이니까 저 밥은 필요 없고 술 사주 세요. 오빠         안녕.

       추신 간만에 음악다방 왔는데 오빠 없는 DJ박.         스가 슬퍼보였어요.

남   (편지글) 연주 와! 너 멋지다. 너무 축하한다. 여.       대생이라고? 오빠는 군 생활 잘 하고 있어. 편지        너무 반갑고 고맙다. 술이라. 좋지! 미팅도 하고,

       축제도 즐기면서 대학생활 즐겁게 보내라. 고마.       운 하루 보내.


브릿지음악

 

여(N)시간은 참 빠르게도 지났다. 그 무렵 불합리하.    고 폭력적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을 뜬        나는, 민주화를 갈망했던 학생운동에 동참하였고,    정통성 없고, 부도덕하고 폭력적인 군사정권의 뒤

    숭숭했던 시절을 보내며 치열하게 낭만없는 투쟁.    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서서히 오빠와의 소

   식도 끊어졌다.


남     연주 안 온지 오래 됐어요? 그렇구나.... 저  다.          음 달에 제대해요. 사장님. 또 연락드릴께요

       

E.F   전화 끊기는 소리


남(N) 어느 순간부터 편지가 끊어진 연주의 소식이      궁금해서 물어봤지만, 안 온지 꽤 됐다는  말과 함.    께  어수선한 시국 탓에. 음악다방에 손님들이 거

    의 없어 제대를 해도 당장  DJ타임이 없어, 함께       하기가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세상은 급하게 변

    하고 있었고, 그녀와의 유일한 장소였던 그 곳 또.     한 서서히 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와의 인연도 기억도 금세 잊혀 져 가.      는 듯 했다.


브릿지음악

E.F   참새 소리


남    (택배기사에게) 아이고. 고생하시네요. 오늘도          택배박스 양이 어마어마하네요. 보자. 이건 10.         9동이고, 이건 110동이고…….잠깐만요.

       (방문차량에게) 어디가세요? 116동요? 잠시 만.        요. (인터폰) 안녕하세요. 경비실입니다. 손님

        오셨네요. 문 열어드릴까요? 아 예.수고하세요.        고마운 하루되십시오.

        예. 들어가시면 됩니다.

      (택배기사에게) 아이고 미안해요. 아까 어디까지       했더라? 110동…….


남(N) 아파트 경비일이라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챙    겨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툴고 고되지만 이 나이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는 것이 오히려 고맙고 행복하다.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해주시는 주민들과 아이들이 가족      같아서 더 밝게 맞이하려 마음을 가진다. 몇 동에      사는 누가 누구인지 익히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여    아유 무거워라

남    잠시 만요. 사모님. 어디 가세요?

여    (웃음) 새로 오셨나 봐요?

남    예? 온지 얼마 안됐습니다. 아이고! 입주민이신         가 봐요.

여    예. 저 여기 아파트 입주민 대표예요. 인사가 늦         었네요.

남    아이고. 사모님 그러시구나. 몰라 뵈었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여    제가 잘 부탁드려야지요.  뭐 불편하신 건 없으.         시죠?

남    아뇨. 근무환경도 좋고, 입주민 분들이 다들 친.        절하셔서 너무 좋습니다.

여    예. 다행이네요. 그럼 수고하세요. 또 봬요. 끙

남    사모님 제가 집까지 들어 드릴까요. 많이 무거.          워 보이세요.

여    음…….이런 말씀 좀 그렇긴 한데(웃음)여자들.          밖에 안사는 집이라. 단련 되서 튼튼하니 걱정

        마세요.

남    예? 아! (웃음) 그럼 엘리베이터 입구까지라도           들어 드릴게요.

여    괜찮아요. 일보셔야죠.

남    예 알겠습니다. 그럼 사모님 들어가세요. 고마.         운 하루되세요.

여    예!.......어?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남    예?

여    금방…….고마운 하루되라고…….

남    아이고 죄송합니다. 입버릇이라서.

여    잠시 만요.

남    예?

여    어머! 혹시…….어머 어머나. 재호오빠? 호수다.         방! 맞죠? 재호오빠?

남    연……주

여    어머 오빠!


브릿지음악


여(N)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너무 뜻밖에 만남이라.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손을 잡고 방방 뛰며 뭐라

    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한참 떠들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오빠도 놀라고 민망 했을 텐데

    내 생각만 한 것 같아 새삼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     다. 40여년 시간의 무게가 어디 보통일일까? 길

    에서 지나치면 서로를 몰라볼 만큼 변한 모습이고    그렇게 스치고 지났을 인연이지만, 오빠의 그 말       한마디가 단숨에 시간을 뛰어넘게 하고 나를 여고

    시절로 돌아 갈 수 있게 했다.


여   고마워요. 오빠

남   고맙긴. 앞으로도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          내가 해줄게.

여   잠깐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잔 하고 가세요.

남   아냐 가봐야지. 나중에 봐.

여   오빠 잠깐만.


남(N)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앞서 인사를 나누었지.     만, 그것도 잠시 서글픈 생각이 잠시 들었다. 멋진

    모습이었으면 어땠을까? 입주민과 경비로 다시        만나게 되다니, 가혹한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지금은 그저 얼떨떨하기만 하다. 경비실로 돌아와    차대신 마시라면서 준 음료수를 한참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지난 시간들이 찬찬히 떠올랐다. 그리고    얼마 지난 며칠 후 퇴근 무렵


여   오빠

남   어 연주야. 어디 나가는 길이야?

여   오빠 뵈러왔죠. 퇴근 하시는 길이세요? 잘됐다.         시간 괜찮으세요? 커피한잔 해요.

남   커피?


브릿지음악


여   거짓말! 그럼 아직 혼자라고?

남   얘가 부끄럽게, 목소리 낮춰. 여자 데리고 와서          고생시키기도 그렇고, 그냥저냥 이래저래 시기

       를 놓쳤지. 뭐…….

여   오빠 인기 많았잖아.

남   어릴 때 말이지. 기억도 안나. 나는 그렇다 치고

여   저요? 혼자 딸 데리고 산지 벌써 15년 넘었네요.       이제 그것도 졸업해요. 올해 말에 우리 딸 시집

       가거든요. 속이 다 시원해!(웃음)

남   (씁쓸해진다) 여기 커피 맛 좋다.

여   그죠? 그래도 나는 어릴 때 오빠가 들려주는 음.        악 들으면서, 오빠 쳐다보면서, 마시던  커피 맛

       이 잊혀 지지가 않아요.

남   그때 뭐 커피 맛이나 알았게?

여   하긴, 우리가 너무 어리긴 했지.

남   우리?

여   그럼 그때야 오빠가 되게 어른 같았지. 지금생각      하면 다 애지 뭐. (웃음)오빠 약속 기억해요?

남   무슨?

여   나 대학생 되면 밥도 사고, 술도 산다고 했던 약.        속.

남   응?

여   사주 세요.

남   아! 그래 그러지 뭐

여   뭐지? 억지로 대답하는 것 같은데? 다시 오빠 만       난 게, 신나서 옛날 기억 더듬다가, 이 약속 떠오

       르자마자 오빠 찾아 왔고 만...

남   그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맞아. 그랬지. 사실 예.       쁜 모습으로 내가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

       나봐. 지금 모습이 창피하기도 하고

여   오빠! 그런 생각마세요. 나는 우리가 다시 만난          걸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살아온 우리에

       게 삶이 주는 선물  

남   선물?

여   오빠가 늘 하던 말처럼 고맙게 하루하루를 지내.       다 보니까 이런 선물 받는 게 아닌 가해요.

남   고맙네. 그렇게 날 기억해줘서. 사실은 연주야.

       (사이) 나 소설 써.

여   맞다! 오빠 별명이 이야기보따리였잖아. 재미난        애기 엄청 해줬어. (그때 떠오르며 웃음)어떤 이.       야기를 써요?  

남   오래됐어. 소설 쓴지. (쑥스럽다) 다음에 오빠 단       편집 선물할게.

여   우와 오빠! 정식 등단작가 라는 거예요? 대단해!        여기 서점 어디더라? 얼른 같이 가봐요.

남    앉아 봐 커피 마시자! 너 성격 급한 건 여고 때          모습 그대로다.

여    어머 그랬나? (웃음) 아이 어떤 이야기에요? 궁.        금해요. 얼른요.

남    처녀작이 오빠가 명동에서 DJ할 때 이야기야.

여    정말요? 어머! 더 궁금하다. 그래서? 그래서요!         빨리 이야기 해줘 봐요.

남    음....주인공이 너야.

여    진짜?

남    응!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네 생각 많이 했어. 너        도 가끔은 내 생각을 할까? 어쩌면 나중에라도

        이 글을 어디선가 보게 된다면 자기 이야기인.            줄 알까? 기억해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썼어

여    감동이다. 오빠.


B.G.M yesterday

남    어? 연주 네가 좋아하는 노래 나온다!

여    그것도 기억해요?  카페주인한테 부탁했어요.           이 노래 들려달라고, 내가 매번 신청 했던 것 기

        억나요?

남    당연히 기억하지.

        내 첫 소설 제목이 yesterday 야

여    어머나! 오빠를 만나려고 그 세월을 견뎌냈구나        우리 둘! 이 노래로 하나의 추억을 갖고 있는 거        네. (사이) 떨어져있었지만 이 노래가 우리를 연

        결해 주고 있었던 거네요.

남    그렇게 되나?

여    오빠! 우리, 어제 말고 오늘 부터 매일 정말 고마        운 하루를 살아 볼까요? 어떠세요?

남    응?

여    오빠목소리로 듣고 싶어요. 해주세요.

남    그럼 그럴까? 흠흠…….

        연주야 고마운 하루 되자.

여    우리 같이

남    연주야....


M. 이재영 세상을 다 준다해도

 




 write안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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