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드라마 청계천 story
E.F 청계천 물 흐르는 소리
여 날 너무 좋다. 여보.
남 그치? 오늘 날씨 완전 끝내준다.
여 어머! 연지야 뛰지 마!
남 놔둬. 괜찮아.
여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연지야! 같이 가!
남(N)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청계천 걷는 걸 좋아합 니다. 오늘 같이 따뜻한 봄날에, 또 더위를 피해 물 소리를 찾는 여름도,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그리
울 때도, 그리고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은 더욱, 약속이나 한 것처럼 주말 오후가 되면 우리는 이.
곳에 오려고 집을 나섭니다.
세운교에서 보통 시작해서 수표교, 삼일교, 광. 교 그리고 청계광장 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서 광장시장에 들러 맛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 아오는 것이 변하지 않는 가족의 걷기 코스입니
다.
길었던 한 주를 산책하면서 정리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
과 함께 걷는 것은 내게는 너무 소중한 일입니다
음…….그리고 나와 아내는 이곳이 더욱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브릿지음악
E.F 중장비 소리
여 (소리 지른다) 스톱! 스톱
남 뭐야? 왜 그래?
여 선배 나왔어요. 얼른 장비 세우세요.
나왔다고요.
남 스톱 기사님 스톱
남(N)복계된 청계천을 원형으로 복원하는 공사가 한창일 무렵. 그녀와 나는 유물 발굴 팀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발령을 받아 온 그녀. 첫 직장이라 주눅들 법도 한데, 당찬 목소리
가 인상적이었고, 작은 키에 백옥처럼 하얀 피부. 와, 웃을 때 마다 깊게 팬 보조개가 자꾸 쳐다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자꾸 눈여겨 보
게 되었죠. 같은 팀이 되었을 때 나는 속으로 얼마. 나 기뻐했는지 그녀는 모를 겁니다. 그렇게 함께 일을 하던 어느 날 우리는 광교부근에서 조선시대
에 수많은 유물들을 함께 발견하게 된 것이었죠.
E.F 카메라셔터소리
여(N) 수많은 기자 앞에서 브리핑을 할 때 얼마나 긴
장했던지 최초 발견자가 해야 한다면서 인터뷰를 한사코 양보한 선배가 처음에는 미웠지만, 나에
커리어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
니다. 그제서야 그 마음에 고마움을 전하게 되었. 습니다. 인터뷰 내내 긴장한 나에 곁에 서서 부드
러운 미소로 응원하던 선배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 도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브릿지음악
남 너 말 곧 잘하더라.
여 에이 선배, 아까 저 더듬더듬, 엉망이었다고요 다 봐놓고 놀리시는 거죠?
남 (웃음)하긴 너 답지 않긴 하더라. 손까지 떨던. 데?
여 그러니까 왜 저를 시키세요? 선배 저 마음에 안 들죠?
남 (웃음)얘가 그런 말 따라 할 줄도 알아?
여 선배님은 저만 보면 그렇게 웃더라? 제가 그렇
게 좋아요?
남 (사이) 악! 심장! 야 깜빡이 좀 키고 들어와.
브릿지음악
남(N)그녀의 고백 아닌 고백 이후, 우리는 곧 연인이 되었고, 매일 매일이 꿈만 같았습니다.
한 여름의 따가운 햇볕 속 발굴현장도 그녀와 함. 께여서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마치 언제나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딱 붙어 다. 녔습니다. 그 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마저 아
까운 듯 서로를 위하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 선배 이거 보세요.
남 어? 반지네. 뭐야? 은반지네?
여 얼마 전 우리가 발견했던 곳 그 부근에서 찾았 어요.
남 그랬어?
여 언제 꺼 같으세요?
남 글쎄 연구실가서 좀 더 조사해봐야 알겠는데?
옛날 것 맞나? 워낙 흔해 보이는 거라서
여 그러게요.
남 잘 챙겨놔.
여 어쩌죠? 시료봉투를 안가지고 왔는데
남 얘가? 일 똑바로 못하지? 어쩌지? 아! 일단 손 가락에 끼워놔.
여 예
E.F 신비로운 효과음
여 어머 신기하게 딱 맞네?
남 응?(정신을 잃는다) 아…….
여 어? 선배! 선배!
브릿지음악
남(N)대수롭지 않은 발견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너무 흔한 반지 모양이었고, 그리 오래된 것 같지 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
다. 그녀가 그 반지를 끼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데,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다리에 힘이 풀렸
습니다.
분명! 분명 그 모습은 언젠가 본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놀란 나머지 무언가를 말하려던 순간 시야가 흐려지면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습
니다.
B.G.M (대금 혹은 아쟁)
E.F 세찬 눈보라
남 연지야. 와 주었구나!
여 누가 보기라도 하면....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남 많이 보고 싶었다.
여 …….도련님!
남 달을 보면서 그리움을 달랬고, 이는 눈바람에 내 마음을 실어 너에게 보냈느니라. 알고 있느 냐?
여 어쩌시려고 이러시옵니까? 대감마님 귀에라. 도 들어가시면…….
남 너와 나의 인생이다. 신분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이냐?
행여 아버님이 날 내치시는 일이 일어 난데도, 난 너를 절대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
도 우리 사이를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줄 알고, 기다려다오. 내 이번 시험에 당. 당히 합격하여 돌아와, 아버님께 고하고 너를
내 아내로 맞이할 것이다.
여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남 부딪칠 것이다. 그러니 나를 믿고 기다려다오.
여 기다리는 일이 제 운명이라면, 소녀 천년이고 만년이고 기다릴 수 있사옵니다. 허나
남 그러면 됐다. 손을 내밀어 보거라. 너와 나를 이어 줄 약속의 증표다. 항상 손가락에 끼고 나 를 대하듯 지니 거라.
여 하……. 도련님. 수 없이 죽고 다시 태어나도 소 녀는 도련님을 찾을 것이옵니다.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두 사람 안는다.
B.G.M 고조
여 정신이 드세요? 선배?
남 으…….
여 뭐예요? 사람 놀라게? 눈물까지 범벅이 돼서,
악몽이라도 꿨어요?
남 반지는? 그 반지는?
여 반지요? 연구실에 있죠. 깨자 말자 반지를 왜. 찾아요?
남 (사이) 연주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믿어 줄 수 있어?
여 무섭게 왜 그래요?
여(N)선배는 무엇에 홀린 눈으로 이야기를 이어갔. 습니다. 내가 반지를 끼는 모습에 정신을 잃었고 꿈같은 장면이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너무 생생해 서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간다고 하면서 말
이죠. 그리고 더 놀라운 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 다.
함박눈 내리는 꿈속에서 본 남자와 여인이 바로 선배와 나였다고 말입니다.
피식 할 뻔 했지만 내 손을 꼭 잡고, 곧 눈물을 쏟. 을 듯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선배의 말에
나는 웃을 수 가 없었습니다.
여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두 사람은?
남 .......
여 왜요? 이루어 졌어?
남 아니
여 어머 어떻게 됐는데 그럼?
남 그게…….과거에 합격한 남자가 기쁜 마음에 말 을 타고 급히 오다가 광교에서 낙상해서 그만 죽게 되었고, 그 슬픔에 여자도 실성해서 매일
청계천을 배회하다가 오래 못가서 같은 장소에 서 이 세상을 등졌어.
여 어머나!
남 슬프지?
여 안타까워라. 연지? 이름도 나랑 비슷하네요. 뭐야 정말?
브릿지음악
남(N)미신이나 신비주의를 믿지 않던 나는 그 일이 있은 후,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전생이라는 것이 정말 있을까요?
다시 태어나도 나를 찾을 것 이라던 꿈 속 그녀의 말이 귓전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이룰 수 없었던 애틋한 두 사람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난 건 아닐까 하는 생. 각에 계속 사로잡혔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운명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고, 그녀를 만나게 한 것 이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F 카페소음
남 연주야! 손 줘봐.
여 응?
남 너하고 나를 이어 줄 약속의 반지야. 험험……. 항상 손가락에 끼고 나를 대하듯 지니 거라. 알 겠느냐?
여 뭐야. 연기를 좀 하려면 제대로 해. 그렇게 밖. 에 못해? 험험…….소녀 죽는 날 까지 간직하. 겠나이다. (웃음)
남 (웃음)꼭 그리하거라.
여 반지가 그 반지랑 똑 같은 모양이라 신기하다. 선배! 고마워요.
남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었어. 의미가 깊은 반지. 잖아. 고맙다 연주야.
여 뭐가?
남 기다려줘서. 나를
여 치…….
남 연주야.
여 예?
남 .........나랑……. 결혼 해줄래?
여 선배
여(N)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상황에 받은 프러포 즈가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선배의 진심을 알게 된 나는 받아드렸습니다. 나에게 프러포즈 하기위해 지어 낸 이야기 였다면 정말 봉준호 급. 이었지만, 선배가 말하는 애뜻한 이야기가 전혀 낯설지 않았던 것을 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막연히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고 있었고, 선배와의 만남이 그 이야기처럼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우리가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 F 결혼행진곡
남(N)운명 같은 인연으로 우리는 결혼에 골인을 했. 고, 누구보다 행복한 부부가 되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가끔 다툴 때도 있지만 그럴 때 마다. 꿈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다시 만난 사이냐는 너스레에 금세 화해가 되었고
손가락에 반지를 보며 아내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 게 되었습니다.
청계천과 반지가 이어준 우리사랑의 결실, 연지가 태어나던 날, 꿈속의 그날처럼 축복
해주는 듯 함박눈이 온 세상에 펑펑 내렸습니다.
우리는 병원으로 가는 차안에서 꿈속의 두 사람에 게 당신들의 사랑을 이루어냈다고 고맙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브릿지음악
E.F 청계천 물 흐르는 소리
여 결국 넘어졌어.
누구 닮아 이렇게 천방지축일까.
남 나는 아니야. 그리고 애들은 넘어지고 그러면 서 크는 거야.
여 뭐래?
남 연지야. 아빠가 업어줄게. 엇차! 아빠가 시장가 서 맛있는 거 사줄게.
여 여보 나 빈대떡.
남 당신이 딸이야? (웃음)
연지야 엄마 두고 도망가자!
여 여보 같이 가!
M. 이선희 운명
write안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