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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작 Jul 18. 2023

로멘틱서울.     옥인동story

미니드라마 옥인동 story

E.F    재래시장 소음


여     (빽)뭐요? 아줌마요? 아줌마?  이 아저씨가?


여(N)옥인동 통인시장!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 해서           돕기 시작한 외할머니의 가게 일.

          외할머니는 벌써 50년 넘게 시장 한자리에서           기름떡뽁이집을 하고 계신다.

          중2때 돌아가신 아빠와, 아빠보다 먼저 돌아.            가신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신 외할머니가              땀과 눈물로 일군 곳이다.

          돌아가실 때 엄마의 나이보다 어느새 더 나이.           가 들어버린 나.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아줌마라니 이 아저씨가.


여      (빽)주문한적 없다고요. 가져가세요. 아저씨

남      왜 소리 지르세요? 이거 보세요. (송장을 보여.          준다) 봐요. 맞잖아요? 참기름

여      그럴 리가 없다니까요? (송장을 확인한다.) 어.          머나! 정말이네

남      맞죠? 10통. 무려10통이라고요 10통. 시장입.           구부터 여기까지 이걸 가지고 오려면

          얼마나 힘들 줄 아세요?

여      할머니가  착각하실 분이 아닌데…….


남(N)연극배우를 하면서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시작한 택배일이 코로나로 공연이 줄어

         들면서 어느새 주 업이 되어 버린 나. 고된 업무.        이지만 건강하고 밝게 잘 커주는 예쁜 공주 내           딸, 주디를 보면서 힘을 내고 있다.

         이곳 통인시장과 이 일대가 내 배달 구역이다.           시장에 올 때마다 느끼지만 늘 활기 넘치는 이           곳의 모습은 최선을 다하며 마음씩 좋은 미소.           로 반겨주시는 상인분들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올 때 마다 나에게 긍정의 힘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      맞네요. 할머니가 주문을 잘못하셨어요. 죄송.          해요. 그래도…….

남      첨부터 그렇게 나오셔야지……. 안 그래도 이.            상했거든요. 늘 들기름을 시키시는데

          참기름을 이렇게 많이 주문 하셨기에……. 반.            품하실꺼죠?

여      예 반품 신청하려고요. 힘드실 텐데 어쩌죠?

남      어쩔 수 없죠. 끙

여      저기……. 떡볶이 좀 드시고 가셔요.


브릿지음악


남(N)이곳 옥인동 통인시장은 넓지 않지만 미소가       절로 피어날 만큼 맛있는 서촌의 명소이자 사람        냄새나는 살가운 매력을 가진 정이 넘치는 전통        재래시장이다.

    시장을 돌며 먹고 싶은 반찬을 엽전으로 사서 먹.      는 도시락 카페는, 가끔 쉬는 날 딸 주디와 함께 하    는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주디를 혼자 키우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년째. 엄.    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려고 노력하지만, 애처로운     마음에 늘 미안하다.


남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여      좀 더 드세요.

남      그러고 싶지만, 마지막 두어 군데 아직 배달이           남아서 빨리 움직여야 해요.

          공주 어린이집 끝나는 시간도 맞춰야 하고요.

여      공주?

남      저기……. 아줌마라는 말 취소하겠습니다.

여      아! 하하하 저도 아저씨라는 말 죄송했어요.

남      (웃음) 저…….아저씨 맞는데요.

여      아! 공주가 따님? (웃음) 저기 잠시 만요.



여(N)딸과 함께 드시라고 데워 드시라는 말을 덧붙.      이며 떡볶이를 포장해드렸다.

     고마워하는 모습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화를 나눈 적도 없지만, 배달을 오실 때 마다 서     글서글한 웃음으로 친절하셨던 분께. 괜한 노처.  

     녀 히스테리를 퍼부은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무엇보다 저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딸까지 챙기는     모습이 약간 찡했던 것 같다.


브릿지음악

E.F    재래시장 소음


남      읏차! 들기름 10통입니다. 오늘은 맞죠?

여     (웃음) 예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남      해야 할 일인데요 뭘. 오늘 배달 끝!

여      오 일찍 끝나셨네요.

남      이런 날도 있어야지요.  

여      떡볶이 좀 드시고 가세요.

남      안 그래도 우리 딸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          서 포장해 가려고요.  2인분 포장해주세요. 그.          나저나 사장님이 안보이시네요.

여      할머니가 몸이 좀 안 좋으셔요.

남      저런 괜찮으세요?

여      예. 나이가 드셔서

남      할머니세요?

여      예 외할머니요.

남      아! 전 또 막내 며느님 쯤 되시나 생각 했거든.           요.

여      며느리요? (웃음) 저 아직 미스거든요.

남      (웃음) 그래서 그때 아줌마라는 말에 그렇게              발끈 하셨구나.

여      예? (웃음)


여(N)그 날 이후로, 그는 시장 안에 배달을 올 때          마다 가게에 들러 기름 떡볶이를 2인분씩 포장해.    갔고, 나는 항상 4인분 같은 2인분을 담아 주었다    그리고 얼마 전 혼자 딸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서  전해 들었다. 남자 혼자서 아이를 키우.     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나.     는 다시 보게 되었고, 그에게 안타까운 마음과 함.     께 존경심마저 들게 되었다.


E.F    재래시장 소음


여      왜 다시 오셨어요?

남      이거 드세요.

여      어머!

남      커피냄새가 너무 좋아서 사왔습니다. 항상 떡.           볶이 많이 주시잖아요.

여      고마워라. 잘 마시겠습니다. (마신다)

          와! 좋네요.

남      쉬는 날. 아이랑 같이 와 보려고요.

여     어머. 대환영이죠. 공주님 오시면 제가 특별히           더 맛있게 만들어 드릴게요. 꼭 같이 오세요.

남     저기 그리고 이거... 후배가 대학로에서 공연.            한다고 티켓을 받아 놓은 건데요.

여     이게 뭐예요? 어머 연극티켓......이리 귀한 걸            저한테....

남     저는 바빠서 못가거든요. 좋은 분하고 다녀오.          세요. 그럼 수고하세요.


여(N)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가는 그를 멍하니 쳐.      다보다 떡볶이를 태울 뻔 했다.

     너무 고마운 뜻밖의 선물이었지만 어쩌나 한 참        고민했다. 나 역시 바쁘기도 했고,같이 갈 사람이      없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

     그렇다고 선물로 받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도 없고, 그 날 이후 앞치마 속에 넣어둔 티켓을         만지작거리거나 가끔 꺼내서 인쇄된 날자와 시간     을 보는 날이 많아졌다.


남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 명입니다.

여      어머나 공주님 오셨네. 안녕

남      왜 뒤에 숨어. 아빠가 말했던 떡볶이 이모야.

여      떡볶이 이모가 뭐예요. (웃음) 아이고 귀여워.            라. 공주님 부끄러움이 많나보다. 얼른 들어오          세요. 이모가 맛있게 해줄게요.


E.F    떡볶이 조리 하는 소리

여      자! 공주님 맛있는 떡볶이 대령이요.

남      우와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자 주디야 먹자


브릿지음악


남      잘 먹었습니다.

여      여기요. 떡볶이 포장

남      이것 참 매번…….

여      공주님 겁니다. 저도 어릴 때 아빠가 퇴근길에           늘 딸기 맛 쭈쭈바를 사다주셨거든요. 그게 그

          렇게 맛나고 기다려지곤 했답니다.

남      아…….

여      집에 가셔서 간식으로 공주님 챙겨주세요.

남      고맙습니다. 쭈쭈바 같은 떡볶이! (웃음) 맞다            공연은 재미있으셨어요?

여      그게…….

남      왜요?

여      아직…….

남      어? 다음주말이 막공인데. 얼른 가세요.

여      바쁘기도 하고…….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요.

남      하…….

여      저기 떡볶이 한 접시 더 드실래요?

남      예?


여(N)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못 간다는 말을 꺼내놓.    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또 난감해 하는 표정에 나도 모르게 아무 말이나       해버리고 있었다.


남(N)많이 바쁘구나. 큰일이네 후배가 꼭 보러오라.     고 한 건데 다시 달랠 수도 없고, 어쩌지?


남/여  저기…….

남      먼저 말씀하세요.

여      아뇨 먼저

남      …….저랑 보러 가실래요?

여      예?


브릿지음악


남(N)어떻게 그 말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놀란      가슴에 대답도 못 듣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     해서 주디가 아빠 얼굴 빨개 라고 할 때까지 가슴.     이 쿵쾅거려서 혼났다.

    다음 주말 주디가 캠핑을 가서 오랜만에 혼자 뭐.      할까 고민을 하던 차여서 나온 말인데, 혹시 이상.     한 놈으로 오해 하는 건 아닐까? 아! 누워서도 이.     불킥 중이다.

        

여(N)내가 그리 불쌍했나? 같이 보러갈 사람 없다고    했다고 그런다고?

    내가 뭐랬지? 아까? 그러자고 했던가? 아니지? 아    닐 거야 그래 그럴 리 없어.

    아니 뭐…….어때서 그렇다고 이 아까운 티켓을…      안 돼지 암...안 되고말고. 봐야지

    그래도…….힝.... 어떻하지


E.F    재래시장 소음


여      어…….어서 오세요.

남      안…….안녕하세요. 포장 좀…….

여      예


(사이)


남/여 저기

남      이번엔 먼저 말씀하세요.

여      연극…….   저기 내일이 마지막 공연날 맞죠?

남      예…….저녁 7시 30분일걸요.

여      예…….

(사이)

여      저기……. 같이 가시죠.

남      예? 예! 아! 예! 같이요? 예 같이! 시간 되세요?

여      할머니가 다녀오라고…….

남      주디도 다녀오라고…….


남과 여 함께 웃는다.


남      그럼 내일 몇 시에 모시러 올까요?

여      아 그럼 제가 이따 문자 드릴게요. 전화번호 주         

         시겠어요?

남      그럴까요? 제 번호는요…….


E.F    재래시장 소음


여(N)시장안의 활기찬 소음 속에서 내게 전화번호

    를 또박 또박 말하는 그의 모습에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기분 좋은 미소가 가득한 그를 보니 안심

    이 되었다.

    내일 뭐 입지? 오랜만에 하는 화장이 서툴면 어쩌

    지? 미용실도 다녀와야 하나? 내일이 벌써 기다려

    진다.


남(N)시장안의 활기찬 소음 속에서 내 전화번호를

     받아 적는 그녀의 모습에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다행이 나를 이상한 놈으로 안 본 모양이다. 시장

     을 빠져나올 때 맞이한 인왕산의 맑은 공기가 내

     폐 속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그제야 금방 무슨 일

     이 일어난건지 실감을 하게 되었다. 너무 좋아서       발이 공중에 떠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야호


E.F. 딩동 휴대폰 문자음


여(N)저 연주예요. 떡볶이이모! 내일 1시에 시장입

    구에서 만날까요? 내일 봐요. 우리


M.  일기예보 좋아 좋아


 write안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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