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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작 Jul 18. 2023

로맨틱서울.     필동 story

미니드라마 필동 story


E.F    비 오는 소리


남      어이 좋은 오후

여      지금이 몇 신데 이제 출근하세요? 그리고 뭐.            가 좋아요 비가 이렇게 오는데?

남      ……. 누가 보면 내가 알바고 네가 사장인 줄 알.           겠다.

여      어휴 아침부터 의뢰인이 디자인 시안 달라고             벌써 몇 번이나 전화 왔었다고요.

남      그것 때문에 어제 늦게까지 야근해서 늦은 거.           라고요.

여      그럼 디자인 끝내셨냐고요?

남      ……. 그게 하루 만에 뚝딱 나오냐고요? 잘 알면.        서 그래 너는? 아 진짜 할렐루야다.

여      사장님

남      왜?

여      사무실에서 술 드셨죠? 밤새?

남      아니. 그게 (생각해 보니 화난다)  야. 여기 내            회사야. 내가 네 보스야.


브릿지음악


여(N)  대학 졸업한 지 2년 하고도 4개월이나 지났.             지만, 코로나 이후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변변.           한 회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백수              아닌 백수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내 처지.             를 딱하게 여긴 어릴 적 소꿉친구 연주는 사.             촌오빠가 운영하는  작은 인쇄소에 알바자리.            를 소개 해주었다.

            친구가 아르바이트하라고 소개해준 곳은 남.             산자락에 위치한 인쇄소였다. 뭐라도 해야겠.           다는 생각에 큰 기대 없이 출근한 첫날, 난 이.           곳이 너무 마음에 들게 되었다. 남산이 훤히              보이는 아름다운 골목, 잘 정리된 거리, 예쁜             카페와 숨은 맛집 식당들. 무엇보다, 필동로              쪽으로 쭉 올라가다 보면 남산공원으로 올라.            가게 되는데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 내 우울한 미래에 위로가 돼.           었다. 그렇게 조금씩 정을 붙여가며  근무한              지도 어느새 10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E.F    비 오는 소리


남       5월에 장마라니? 뭔 비가 이렇게……. 난 비가           너무 싫어

여       모르세요? 우리 사무실 바쁠 때마다 비 온다.             는 사실?

남       정말? 뭐야?……. 에이 됐고, 옆집 백반 집 점심           메뉴가 뭐래?

여       몰라요.

남       아 좀 식당에 물어봐. 맛없으면 비 오는데 칼.            칼한 칼국수 먹으러 가게.

여       뭘 멀리 나가서 먹어요. 비 오는데.  표지디자.           인 얼른 컴펌해주세요. (사이) 얼른요

남       나 참 상전이 따로 없네. 따로 없어.


여(N)   친구 사촌오빠지만 엄연한 사장님이신데 가.             끔 내가 너무 무례하게 구는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가끔 엉뚱한 개그코드에 내가 맞.             장구 쳐주지 않으면 삐치기도  할 만큼 격이              없이 해주시는 덕분에 재미있게 일을 배워가.            고 있었다.


E.F     전화벨

        

남         나 거래처에서 일 보고 바로 퇴근하니까 시.               간 되면 정리하고 퇴근해

여         내일 늦지 마세요. 마감할 것 많아요. 술 드.               시지 마시고요.

남         내가 뭐랬지? 나는 너의  뭐다?

여         사. 장, 님

남         다시

여         ……. 보. 스

남         그렇췌~  참 문자로, 링크 하나 보냈으니까                얼른 확인해 끊는다.


E.F     전화기 끊어지는 소리


여       링크?


여(N)  사장님이 보내 준 링크는 디자이너라면 누.               구나 입사를 꿈꾸는 국내 굴지의 디자인                    회사에서 3년 만에 새로 신입사원을 모집한.             다는 공고문이었다.           


여      ……. 하 놀리시는 건가?


브릿지음악


남       정리해라 퇴근하자.

여       저기 보스 저 월급 잘 못 주신 것 같은데요.

남       왜?

여       더 들어왔어요.

남       적게 들어간 게 문제지. 더 들어간 게 문제야?

여       예?

남       이번 달은 네가 마감 쳐내느라 수고 많이 했어.          인센티브라고나 할까?

여       알바가 인센티브가 어디 있어요?

남       보스마음이다 왜? 앞으로도 더 잘해 알았어?             잔소리 좀 그만하고.

여       고……. 고맙긴 한데……. 그래도 회사형편 빤.            한데 너무 많이 주셨어요.

남       고마우면 이따 퇴근하고 밥 사. 비 오는데 삼.            겹살 어떠니?


E.F    비 오는 소리 삼겹살 구워지는 소리 오버랩


남      역시 밥은 얻어먹는 밥이 최고야

여      자꾸 편하다고 편의점 삼각 김밥, 컵라면 드시.          지 마시고 식사 좀 잘 챙기세요.

남      또 시작했네. 그건 됐고, 놀라지 마시라.

          큰 건 하나 수주 했다. 교육청에서 발주 한, 대.          형 인쇄프로젝트 우리가 받았어.

여      어머 정말요?

남      이렇게 오글거리는 말은 원래 내가 못 하는데,

          네가 고생한 덕분이야. 내일부터 연주도 나와.          서 일 도우라고 했어. 좀 바빠질 거야. 야근도            수시로 할 테니까 각오해. 지금까지 한 것처럼           잘 부탁한다.

여      …….

남      얘가 불안하게 왜 말이 없어?

여      드릴 말씀이 있어요.

남      왜 또 잔소리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해?   

여      저……. 합격했어요.

남      무슨 합격? (사이) 설마 너?

여      예

남      정말이니? 축하한다. 축하해

여      미리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남      야 정말 잘됐다.

여      고맙습니다.

남      고마운데 표정이 왜 그래?

여      미안해서요.

남      뭐가 미안해?

여      보스 저 없으면 이것저것 잘 못 챙기시잖아요.           큰 프로젝트 수주도 받으셨는데

남      웃겨? 너 없을 때도 잘 해왔거든.

여      거짓말 마세요.

          앞으로 바빠지실 텐데……. 걱정이네요.

          제가 가기 전에 야근해서 디자인 초안 다 잡아.          놓고 갈게요.

남      게으르다, 늦게까지 술 먹는다 잔소리할 때는            언제고.. 너 요즘 유행하는 말 몰라?

          “자신만 생각해요.”뭐 이런 말 못 들어봤어?

여      뭐래요?

남      걱정 마! 이제 나도 좀 집중해서 해야지

여      사장님

남      보스! 몇 번을 말해?  건배나 해. 오늘은 내가

          쏠게. 축하하는 의미로. 뭐 하냐~ 고기 탄다.

여      예 보스!


여(N)  그렇게 고대하던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어서             너무나 기뻐 마음이 얼떨떨했지만, 마냥 기쁜.           척 못했던 건 힘든 시기를 잘 버티게 해 주며             응원해 주었던 보스를 마치 전쟁터에 동료를             놔두고 도망가 버리는 심정인 것 같아 마음이            영 불편했던 것이다.


브릿지음악


여(N)    얼마 뒤 나는 꿈같은 새 직장 생활을 시작했.              고, 새로운 일들과 사람들에 치이면서  바쁘.             게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어느덧  필동의               예쁜 거리와 아르바이트를 했던 작은 사무.               실, 아담했던 내 자리, 그리고 보스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비가 예고된 금요일 퇴근              무렵, 서둘러 퇴근을 하는 직원들 속에서 나.             는 갑자기 정겹던 그 골목의 인쇄소가 떠올.              랐고, 보스도 생각이 났다.  

              나의 발길은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늘                   다정스럽고 좋았던 골목을 걸으며 행복감에              취해있을 무렵, 다행히 길에서 바라본 사무.              실 창은 불이 켜져 있었다.


E.F    사무실 문 열리는 소리


여(N)   아무도 없는 사무실.  오랜만이지만 낮 익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책상 위와 탁자에는              여러 서류가 정리 정돈 안 되어 있었고, 겹겹.            이 쌓여있는 컵라면 용기와 종이컵들이 그                어지러운 광경이 나를 반겨주었다. 피식 웃.              음이 났다. 반갑기까지 했으니까. 나는 알바.             생일 때처럼 옷을 걷어 부치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E.F    사무실 문 열리는 소리


남      어? 이게 누구야?

여      보스

남      어쩐 일이야? 소식도 없이? 회사 잘렸어?

여      뭐래요? 아니 사무실이 이게 뭐예요. 그때그때          좀 치우시라고 그만큼 말씀을 드려도 아이고             정말 못살아. 연주는 뭐 한데요? 청소도 안하.           고?

남      야 너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바로 잔소리 시작.          이니? 연주는 땡 하면 집에 가기 바빠. 너 만한          아르바이트생도 없더라. 하 그래도 오랜만에             듣는 잔소리가 싫지 않고 반갑네.

          근데 너! 이야! 이젠 제법 직장인 같아 보인다.           멋지다.

여      놀리지 마세요. 저녁은요?

남      (손에 든 컵라면 봉지) 편의점에서 이거 사오.            는 길이야.

여      밥 잘 챙겨 드시라니까 정말. 못 살아. 이거 치.          우고 나가요. 제가 저녁 사 드릴게요.

남      우와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진짜 다 컷 네.

여      뭐래 진짜.


여(N)  말은 그렇게 했지만 왠지 기분이 좋았다. 함               께 좁은 사무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투덜 거.           리면서도 열심히 걸레질을 하는 보스의 모습.           이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지만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            했다.

            일이 많아져서 조만간 조금 더 큰 사무실로               옮기기로 한 이야기. 직원들을 정식 채용                   하겠다는 이야기,  까다로운 거래처 이야기,              인쇄 기계 바꾼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아재개.           그까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즐겁게 늘어.           놓는 보스의 말과 웃음이 좋았다.


여      이거 봐요. 얼마나 깨끗해요.

남      아! 내가 그때 링크 안 보냈어야 하는데

여      어머 웃겨! 뭐 그랬음 아직까지 보스 졸병 노릇.         하고 있으라고요? 싫거든요.

남      섭섭하네. 스카우트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여      저 이제 몸값 비쌉니다.

남      (웃음)

여      왜 웃으세요?

남      그냥! 귀여워서.

여      예?

남      (본인이 말하고도 어색하다)

          어서 가자. 우리 가던 삼겹살집 오늘도 여전히           늘 맛있겠지?

여      (어색함에) 얼른 가요. 늦게 가면 자리 없어요.

남      그래 나가자. 아! 맞다.  나 우산…….

여      제 거 써요. 같이 쓰고 가면 돼요.

남      ……. 그럼 그럴까? 비 오니까 참 좋다.

여      언제는 비가 그렇게 싫다고 하셨으면서…….

남      그러게 (웃음) 나가자. 우산 줘. 내가 들게


여(N)  우산을 받쳐 든 보스와 함께 걸어 내려가는               동안 필동의 정겨운 골목길은, 떨어지는 빗소.          리로 더욱 운치 있었고, 걷는 발걸음과 장단.             을 맞춘 듯 리드미컬하게 들렸으며, 저 멀리              빗속에 보이는 남산타워의 불빛이 더욱 예쁘.            고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M.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write안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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