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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작 Jul 19. 2023

로멘틱서울.    청계천 story

미니드라마  청계천 story

E.F    청계천 물 흐르는 소리


여     날 너무 좋다. 여보.

남     그치? 오늘 날씨 완전 끝내준다.

여     어머! 연지야 뛰지 마!

남     놔둬. 괜찮아.

여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연지야! 같이 가!


남(N)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청계천 걷는 걸 좋아합     니다. 오늘 같이 따뜻한 봄날에, 또 더위를 피해 물    소리를 찾는 여름도,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그리

    울 때도, 그리고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은 더욱,    약속이나 한 것처럼 주말 오후가 되면 우리는 이.

    곳에 오려고 집을 나섭니다.

       세운교에서 보통 시작해서  수표교, 삼일교,  광.       교 그리고 청계광장 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서 광장시장에 들러 맛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       아오는 것이 변하지 않는 가족의 걷기 코스입니

       다.

       길었던 한 주를 산책하면서 정리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

       과 함께 걷는 것은 내게는 너무 소중한 일입니다

       음…….그리고 나와 아내는 이곳이 더욱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브릿지음악

E.F    중장비 소리


여      (소리 지른다) 스톱! 스톱

남      뭐야? 왜 그래?

여      선배 나왔어요. 얼른 장비 세우세요.

          나왔다고요.

남      스톱 기사님 스톱


남(N)복계된 청계천을 원형으로 복원하는 공사가        한창일 무렵. 그녀와 나는 유물 발굴 팀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발령을 받아 온    그녀. 첫 직장이라 주눅들 법도 한데, 당찬 목소리

    가 인상적이었고, 작은 키에 백옥처럼 하얀 피부.      와, 웃을 때 마다 깊게 팬 보조개가 자꾸 쳐다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자꾸 눈여겨 보

    게 되었죠. 같은 팀이 되었을 때 나는 속으로 얼마.    나 기뻐했는지 그녀는 모를 겁니다. 그렇게 함께       일을 하던 어느 날 우리는 광교부근에서 조선시대

    에 수많은 유물들을 함께 발견하게 된 것이었죠.


E.F   카메라셔터소리


여(N) 수많은 기자 앞에서 브리핑을 할 때 얼마나 긴

    장했던지 최초 발견자가 해야 한다면서 인터뷰를     한사코 양보한 선배가 처음에는 미웠지만, 나에

    커리어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

    니다. 그제서야 그 마음에 고마움을 전하게 되었.      습니다. 인터뷰 내내 긴장한 나에 곁에 서서 부드

    러운 미소로 응원하던 선배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    도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브릿지음악


남      너 말 곧 잘하더라.

여      에이 선배, 아까 저 더듬더듬, 엉망이었다고요           다 봐놓고 놀리시는 거죠?

남      (웃음)하긴 너 답지 않긴 하더라. 손까지 떨던.           데?

여      그러니까 왜 저를 시키세요? 선배 저 마음에              안 들죠?

남      (웃음)얘가 그런 말 따라 할 줄도 알아?

여      선배님은 저만 보면 그렇게 웃더라? 제가 그렇

          게 좋아요?

남      (사이) 악! 심장! 야 깜빡이 좀 키고 들어와.


브릿지음악


남(N)그녀의 고백 아닌 고백 이후, 우리는 곧 연인이    되었고, 매일 매일이 꿈만 같았습니다.

    한 여름의 따가운 햇볕 속 발굴현장도 그녀와 함.      께여서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마치 언제나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딱 붙어 다.     녔습니다. 그 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마저 아

    까운 듯 서로를 위하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       선배 이거 보세요.

남       어? 반지네. 뭐야? 은반지네?

여       얼마 전 우리가 발견했던 곳 그 부근에서 찾았           어요.

남       그랬어?

여       언제 꺼 같으세요?

남       글쎄 연구실가서 좀 더 조사해봐야 알겠는데?

           옛날 것 맞나? 워낙 흔해 보이는 거라서

여       그러게요.

남       잘 챙겨놔.

여       어쩌죠? 시료봉투를 안가지고 왔는데

남       얘가? 일 똑바로 못하지? 어쩌지? 아! 일단 손           가락에 끼워놔.

여       예

         

E.F 신비로운 효과음

         

여       어머 신기하게 딱 맞네?

남       응?(정신을 잃는다) 아…….

여       어? 선배! 선배!


브릿지음악


남(N)대수롭지 않은 발견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너무 흔한 반지 모양이었고, 그리 오래된 것 같지      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

     다. 그녀가 그 반지를 끼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데,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다리에 힘이 풀렸

     습니다.

     분명! 분명 그 모습은 언젠가 본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놀란 나머지 무언가를 말하려던     순간 시야가 흐려지면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습

     니다.


B.G.M (대금 혹은 아쟁)

E.F   세찬 눈보라


남      연지야. 와 주었구나!

여      누가 보기라도 하면....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남      많이 보고 싶었다.

여      …….도련님!

남      달을 보면서 그리움을 달랬고, 이는 눈바람에            내 마음을 실어 너에게 보냈느니라. 알고 있느           냐?

여      어쩌시려고 이러시옵니까? 대감마님 귀에라.            도 들어가시면…….

남      너와 나의 인생이다.  신분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이냐?

          행여 아버님이 날 내치시는 일이 일어 난데도,           난 너를 절대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

          도 우리 사이를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줄 알고, 기다려다오. 내 이번 시험에 당.           당히 합격하여 돌아와, 아버님께 고하고 너를

          내 아내로 맞이할 것이다.

여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남      부딪칠 것이다. 그러니 나를 믿고 기다려다오.

여      기다리는 일이 제 운명이라면, 소녀 천년이고            만년이고 기다릴 수 있사옵니다. 허나

남      그러면 됐다. 손을 내밀어 보거라. 너와 나를             이어 줄 약속의 증표다. 항상 손가락에 끼고 나          를 대하듯 지니 거라.

여      하……. 도련님. 수 없이 죽고 다시 태어나도 소          녀는 도련님을 찾을 것이옵니다.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두 사람 안는다.


B.G.M 고조


여     정신이 드세요? 선배?

남     으…….

여     뭐예요? 사람 놀라게? 눈물까지 범벅이 돼서,

         악몽이라도 꿨어요?

남     반지는? 그 반지는?

여     반지요? 연구실에 있죠. 깨자 말자 반지를 왜.          찾아요?

남     (사이) 연주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믿어 줄           수 있어?

여     무섭게 왜 그래요?


여(N)선배는 무엇에 홀린 눈으로 이야기를 이어갔.      습니다. 내가 반지를 끼는 모습에 정신을 잃었고       꿈같은 장면이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너무 생생해    서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간다고 하면서 말

    이죠. 그리고 더 놀라운 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      다.

    함박눈 내리는 꿈속에서 본 남자와 여인이 바로        선배와 나였다고 말입니다.

    피식 할 뻔 했지만 내 손을 꼭 잡고, 곧 눈물을 쏟.     을 듯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선배의 말에

    나는 웃을 수 가 없었습니다.


여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두 사람은?

남     .......

여     왜요? 이루어 졌어?

남     아니

여     어머 어떻게 됐는데 그럼?

남     그게…….과거에 합격한 남자가 기쁜 마음에 말         을 타고 급히 오다가 광교에서 낙상해서 그만            죽게 되었고, 그 슬픔에 여자도 실성해서 매일

         청계천을 배회하다가 오래 못가서 같은 장소에         서 이 세상을 등졌어.

여     어머나!  

남     슬프지?

여     안타까워라.  연지? 이름도 나랑 비슷하네요.            뭐야 정말?


브릿지음악


남(N)미신이나 신비주의를 믿지 않던 나는 그 일이      있은 후,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전생이라는 것이 정말 있을까요?

    다시 태어나도 나를 찾을 것 이라던 꿈 속 그녀의      말이 귓전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이룰 수 없었던 애틋한 두 사람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난 건 아닐까 하는 생.     각에 계속 사로잡혔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운명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고, 그녀를 만나게 한 것 이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F   카페소음


남      연주야! 손 줘봐.

여      응?

남      너하고 나를 이어 줄 약속의 반지야. 험험…….           항상 손가락에 끼고 나를 대하듯 지니 거라. 알          겠느냐?

여      뭐야. 연기를 좀 하려면 제대로 해. 그렇게 밖.           에 못해?  험험…….소녀 죽는 날 까지 간직하.            겠나이다. (웃음)  

남      (웃음)꼭 그리하거라.

여      반지가 그 반지랑 똑 같은 모양이라 신기하다.          선배! 고마워요.  

남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었어. 의미가 깊은 반지.           잖아. 고맙다 연주야.

여      뭐가?

남      기다려줘서. 나를

여      치…….

남      연주야.

여      예?

남      .........나랑……. 결혼 해줄래?

여      선배


여(N)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상황에 받은 프러포      즈가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선배의 진심을        알게 된 나는 받아드렸습니다. 나에게 프러포즈        하기위해 지어 낸 이야기 였다면 정말 봉준호 급.      이었지만, 선배가 말하는 애뜻한 이야기가 전혀        낯설지 않았던 것을 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막연히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고 있었고, 선배와의 만남이    그 이야기처럼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우리가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 F 결혼행진곡


남(N)운명 같은 인연으로 우리는 결혼에 골인을 했.     고, 누구보다 행복한 부부가 되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가끔 다툴 때도 있지만 그럴 때      마다. 꿈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다시 만난 사이냐는 너스레에 금세 화해가 되었고

    손가락에 반지를 보며 아내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    게 되었습니다.

    청계천과 반지가 이어준 우리사랑의 결실, 연지가    태어나던 날, 꿈속의 그날처럼 축복

    해주는 듯 함박눈이 온 세상에 펑펑 내렸습니다.

    우리는 병원으로 가는 차안에서 꿈속의 두 사람에    게 당신들의 사랑을 이루어냈다고 고맙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브릿지음악

E.F    청계천 물 흐르는 소리


여     결국 넘어졌어.

         누구 닮아 이렇게 천방지축일까.

남     나는 아니야. 그리고 애들은 넘어지고 그러면           서 크는 거야.

여     뭐래?

남     연지야. 아빠가 업어줄게. 엇차! 아빠가 시장가         서 맛있는 거 사줄게.

여     여보 나 빈대떡.

남     당신이 딸이야? (웃음)

         연지야 엄마 두고 도망가자!

여     여보 같이 가!


M.    이선희 운명



 write안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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