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지 Oct 30. 2024

엽서에 쓴 여행 기록

도쿄를 다녀와서

 도쿄의 여름에는 하나비라고 하는 불꽃놀이 축제가 열린다. 이름도 모르는 하나비 명소로 당시 일본에 살던 친구를 따라 이동했다. 지하철 안에서부터 보이던 젊은 유카타 무리들은 역에 내리자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축제 분위기가 느껴졌다.


 우리는 줄 선 편의점에서 착실하게 맥주를 한 캔씩 샀고 미리 화장실을 찾아 들렀다. 시간이 되었는지 먼 곳에서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강가 가까이로 이동하는 인파에 합류하여 아주 작게 보이는 불꽃들에도 “오오”를 함께 외치며 걸었다. 상가를 지나니 주택가가 나왔다. 주민들은 명당이 된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한 잔 걸치며 여유롭게 인파를 구경했다. 어느 지점까지 걸어가자 불꽃이 터지는 장소와 가깝진 않지만, 불꽃들을 보기에 그리 나쁘지도 않은 골목에 몇몇 무리는 이미 자리를 깔고 있었고 옆에는 아무렇게나 음식과 맥주 캔도 하나씩 두고 있었다. 우리 둘도 털썩 골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무 사이로 불꽃들이 ‘팡, 팡’ 터졌다. 여기저기 일본말로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이상하게도 각자의 가족 이야기를 했었다. 낯선 타지에, 처음 가본 축제였지만 불꽃을 보는 환한 표정들을 보니 저절로 가족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맥주를 한 캔씩 비우고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불꽃놀이를 뒤로하고 아쉬움 없이 이르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날이 있다. 잠깐의 시간으로도 충만하여 미소 지으며 뒤돌아 나올 수 있는 그런 날. 그때의 폭죽 소리, 사람들의 탄성을 생각하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종종 미소가 지어진다.

작가의 이전글 영원한 휴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