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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시 평가자가 당황할 때

취업준비생을 위한 어느 인사담당의 조언

채용업무를 하다 보면 참 다양한 지원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기억에 남는 실제 유형들을 가지고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경력사원 면접에서는 별로 이런 일이 없는데, 신입사원 면접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면접 평가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분들의 유형입니다.


1. 선언문 낭독

 채용면접이 시작하면 가장 먼저 질문하는 것이 몇 개 있습니다. "본인 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저희 회사에 지원하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런 질문을 안 하면 이상할 정도로 수십 년간 반복된 인트로입니다. 


이런 경우 지원자가 갑자기 눈앞에 마치 프롬프터가 있는 것처럼 허공을 바라보며 무엇인가 읽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표정도 없고, 초점도 없어집니다. 문장의 표현들도 뭔가 어색합니다.


말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좋은 문장들을 다 가져다가 짜깁기를 한 듯한 인상을 줍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보다는 마치 일방적인 선언문을 듣는 거 같습니다. 


면접은 서로의 쌍방향 의사 소통이 중요합니다. 회사의 일이라는 것이 사람 간의 소통이 기본이라, 그 기본능력을 매우 중요시 여깁니다. 지원자가 긴장을 한 것이라면 평가자들이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합니다만, 그냥 한 방향으로만 말을 하려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2. 래퍼


 자기소개를 부탁하면 열 명 중 한두 명은 갑자기 천장을 보기 시작합니다. 그럼 이 분들은 머릿속의 비트가 들리는 듯, 암기한 자기소개를 빠르게 말하기 시작합니다.


 이 분들은 절대로 평가자들과 눈을 맞추는 일 따위는 없습니다. 암기한 문장들을 까먹을까 봐 매우 빠른 속도로 이어나갑니다. 비트까 빨라질수록 평가자들의 맥박수도 같이 올라갑니다. 


내용이 좋다면야 뭐 말투나 아이콘택 따위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슨 말을 했는지 평가자들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목걸이를 드릴 수 없겠습니다. 


3. 어벤저스


어떤 분들은 어떤 질문을 하던지 너무 지나치게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표현합니다. 쉽게 말해서 다 잘했었고, 다 해본 것처럼 말을 합니다. 자신감을 보이는 것과 과장을 하는 것은 다릅니다. 


정말 자신이 경험을 하지 않았거나 모르는 것은 그냥 솔직히 모른다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설프게 없는 말을 즉석에서 만들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봅니다. 


인간적인 매력이 좋습니다. 상처도 있고, 힘들었던 시절도 있는 사람이 더 매력적입니다. 아무리 악당들에게 맞아도 머릿결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슈퍼맨은 별로 호감이 가지 않습니다. 참, 슈퍼맨은 어벤저스가 아니라 저스티스네요. 


4. 단답형과 음소거


어떤 분들은 어떤 질문을 하던지 단답형으로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다른 말이 이어질 줄 알고 기다리고 있으면 그냥 어색한 침묵이 흐릅니다. 평가자들은 다음 질문이 생각이 안 나서 순간 당황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답변을 잘하시다가 갑자기 중간에 멈춥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당황해하며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평가자들은 이때 최대한 긴장하지 말고 다음에 생각이 나면 다시 말하라고 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중간에 긴장을 해서 답변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는 화이트 아웃은 솔직히 평가자들에게는 애교로 보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불합격까지 갈 정도의 감점 요인은 아닙니다. 


그런데 단답형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면접을 보러 온 분이면 최대한 자신을 소개하고 알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짧게 짧게만 말을 하면 평가자들은 그냥 우울해집니다. 소개팅을 나가서 그렇게 이야기해도 아마 상대방이 같은 기분일 것입니다. 


4. TMI


이쯤 되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아실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너무 말을 장황하게 하는 분들입니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뽐내는 것까지는 좋은데, 평가자들이 굳이 듣지 않아도 되는 말을 너무 장황하게 합니다. 


어느 면접에서도 물어보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경험이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라는 질문이 그중 하나입니다. 안 물어보면 섭섭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분들이 자신이 여행을 갔다가 힘들었던 경험을 말하기도 하고, 조별과제를 하면서 만났던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들도 많이 말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자기가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그리고 그때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너무 장황하게 말합니다.  


"죄송한데 면접시간에 제한이 있어서요"라고 평가자가 말을 하는 것은 "좀 그만 마무리하실래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말이 나오면 살짝 평가자들이 맘에 안 들기 시작한다는 신호입니다. 


5. 반전 마무리


사실 이 유형이 가장 면접 평가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주인공들입니다. 거의 모든 면접이 끝나갈 때쯤이면 평가자들이 마지막으로 질문을 합니다. 


"지원자분들께서 혹시 질문을 하실 것이 있나요?" 이 질문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자 이제 면접을 마치겠습니다"라고 신호를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 더 드릴 테니 한번 자기를 어필해 보시죠"라는 사인입니다. 


그런데 간혹 가다 어떤 분들은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앞으로 이 기업의 비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앞으로 사업전망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순간 평가자들 사이에 침묵이 흐릅니다. 왜냐하면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프레젠테이션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시작한 면접이 계속 밀리면 늦은 오후쯤이면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지연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질문은 자주 나오기 때문에 면접 평가자들 중에서 가장 막내(?)가 답변을 전담하는데, 어떨 때는 답변을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해야 하기도 합니다. 


정말 그 기업의 비전과 사업전망이 궁금해서 하는 질문이라면 차라리 문장을 바꿔보세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000과 000이 앞으로의 비전이라고 생각하는데 맞습니까?"라는 식으로 답변하는 사람의 수고를 좀 덜어 주세요. 


그 회사 홈페이지나 보도자료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을 오픈형 질문으로 물어보는 것은 좀 적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질문을 한다면 핵심을 찌르면서도 답변이 간단한 질문이 환영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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