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을 위한 어느 인사담당의 조언
지원자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다가 보면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구조나 내용이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디테일에 신경 썼다면 당연히 안 할 수 있는 실수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인사담당자의 시선으로 지원자들이 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사진을 제대로 찍는 곳에 가서 드레스코드를 갖추고 제대로 찍을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비싸고, 좀 더 사진을 많이 보정해주는 곳을 가라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자판기 사진이나, 자신이 스스로 찍은 사진을 편집해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사진을 잘 찍자는 말은, 외모를 좋게 평가받기 위해서 그러자는 말이 아닙니다. 대충 찍은 사진과 신경을 써서 찍은 사진은 첫인상에서 정말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문자를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미지를 인식하고, 저장하고 다시 기억해 내는 능력이 우월합니다.
어떤 사람의 이름은 쉽게 잊히고, 잘 생각이 안 날 수 있어도, 오래전에 본 얼굴이나 모습은 상대적으로 더 잘 기억됩니다. 문자의 형태로 된 정보보다는 이미지 형태로 된 정보가 더 오래 기억됩니다. 지원자들의 사진은 그 지원자를 기억하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아이콘의 역할을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지원자들의 지원서를 검토한 담당자들, 많은 지원자들과 면접을 진행한 평가자들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지원자들의 이름을 혼동하기 쉽습니다. 공채에는 보통 하루에 면접을 백 명을 넘게 볼 때가 있고, 서류상으로 볼 때에는 하루에도 몇 백 명을 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 놀랄 경험을 하는데, 자신이 검토했던 사람의 사진을 나중에 다시 보면, 그 사람 이름은 갑자기 떠오르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특징이나 스토리는 다시 기억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사진을 지나치게 보정해서 다른 사람들의 얼굴과 비슷비슷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불필요한 일입니다.
자신을 잘 기억시키기는 고사하고, 다른 사람들과 사진 속의 얼굴을 비슷비슷하게 만드는 일에 돈과 시간을 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셀카나 사진 자판기에서 찍은 사진은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입사지원 서류조차도 성의 없이 대충대충 작성하는 사람인지 증명하는 일입니다.
지원서를 자유양식으로 받는 기업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때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흔한 이력서의 양식은 20년 전에 종이로 된 입사지원서 포맷과 거의 비슷하고, 아직도 많은 지원자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로세로줄이 잔뜩 있는 바둑판같은 형태의 입사지원서는 과감하게 버리고, 좀 더 읽는 사람의 눈에 쉽고 편하게 정보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내용을 배치하도록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너무 획기적인 포맷으로 공연 팸플릿에 나오는 등장인물 프로필처럼 만드는 분도 있었는데, 일반적인 직무의 입사지원서를 너무 튀는 양식으로 만드는 것은 리스크가 큽니다.
기존에 흔히 볼 수 있는 양식을 작성하면서 좀 더 가독성이 높게 꾸민다는 고민으로 계속 다듬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세로로 된 선들을 줄인다면 훨씬 가독성이 높아집니다. 외국에서 사용하는 이력서의 형식에는 선이 들어가지 않는다. 왜 유독 우리나라의 이력서만 관공서 민원서류들처럼 표들이 그리 많나 의아해하곤 했습니다.
추정컨데, 아마 오래전부터 인쇄된 입사지원서 양식을 많이 사용하던 것의 영향이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구글에서 이미지로 resume라고만 검색을 해봐도 외국에서는 선이 있는 이력서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검색을 통해서 좋은 포맷의 샘플들을 볼 수 있으니 한번 시간을 내서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입사서류를 세련되게 꾸미는 일은 내가 연회장에 초대되었을 때 입고 들어가는 옷을 고르는 것과 같습니다. 꾸밀 때에는 꾸밀 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원서 양식에 필요 없는 정보들은 적지 마세요. 주민등록번호, 체중, 키, 시력, 혈액형, 가족들 학력과 직장명 등을 이력서에 적는 것은 이미 오래전 일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과거에 개인정보보호라는 개념이 있기는 했는지 의아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각종 언론에서 개인정보보호라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하는 데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이력서 양식에 주민등록번호를 적는 분들을 가끔 보는데 참 기업을 할 노릇입니다. 아주 오래전 양식을 다운로드하여 무심코 입력을 한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이렇게 쉽게 스스로 노출할 정도로 부주의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증하는 셈입니다. 어느 기업도 이력서에 위에서 말한 그런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특수한 직무가 아닌 다음에 일반적인 경우라면 체중, 키, 혈액형, 시력 등을 묻는 회사가 있다면 요즘 세상에 뉴스에 나올 일입니다. 부모님 나이, 학력과 직장명을 적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웃으시는 분이 있겠지만, 정말 그런 일이 있습니다. 정확한 핸드폰 번호를 적지 않아서 연락을 못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습니다. 자신의 핸드폰 번호, 이메일 아이디를 정확히 표기하고, 그리고 지원서류에 눈에 잘 띄는 곳에 표기를 해야 합니다.
회사가 지원자가 연락을 할 일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합니다. 요즘 세상에 집으로 편지를 보내는 회사는 절대 없습니다. 회사에서 주소를 참고하는 이유는 출신지를 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만약 필요하다면 출퇴근 거리를 참고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채용 후에 배치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이 여러 군데라면, 회사에서 미리 당사자와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물론 상식적인 회사라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