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을 위한 어느 인사담당의 조언
평가자들의 스킬은 점점 더 향상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답변을 유도하기 위한 질문, 계속해서 추가적으로 꼬리를 무는 질문, 상대방이 솔직한 답변을 이끄는 질문은 날로 발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더라도 회사가 물어보는 내용은 비슷비슷합니다. 평가자들은 예상 가능한 질문들을 계속하고 있고, 지원자는 예상되는 답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물어보는 질문의 궁극적인 핵심은 “당신을 왜 뽑아야 하는지 설명해 보세요”입니다. 경력이 없는 신입사원이나, 경력이 2~3년 이내의 주니어 사원들의 경우 채용면접을 아무리 오래 해도 한 시간 반을 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한 조에 5명씩 들어가는 공채 면접에서도 5명을 면접 보는 시간이 한 번에 40~50분이 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초반에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개별 질문과 답변을 하는 데 오래 해봐야 한 사람당 최대 10분 이내입니다. 지구의 평화와 정의사회 구현을 이야기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인사부서는 나름대로 그 회사의 인재상과 핵심가치에 맞게 각 주제별로 질문들 리스트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꼬리 질문표까지 세밀하게 만듭니다. 이때 인사부서 사람들은 골머리를 앓습니다. 어차피 물어보는 질문들은 뻔한데, 면접에 들어오는 임원들에게 좀 더 뭔가 있어 보이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핵심가치와 인재상과 질문들을 매칭 시켜서 멋진 표를 만듭니다. 이렇게 열심히 만들어서 질문표를 면접에 들어가는 평가자에게 드리지만, 실제로 이걸 보면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많이 않습니다. 같은 질문 두세 개만 계속 반복해서 질문을 하기 때문입니다.
면접에서 물어보는 질문들은 여러 유형이 있지만, 대부분 선문답 같습니다. 이는 다양한 답변이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질문이 너무 구체적이면 답변이 나올 수 있는 폭이 좁아져서 비교를 위한 차별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처음 질문을 던지고 나서는 관심이 가거나 의심이 가는 사람에게 꼬리 질문을 다시 던집니다. 점점 구체적인 답변을 유도합니다. 정교하게 준비된 질문 리스트가 앞에 있지만, 정작 면접이 반복이 될수록 평가자들은 자신이 만난 많은 지원자들을 서로 비교하기 쉽게 하려고 똑같은 질문 몇 개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답변에 따라 나오는 꼬리 질문은 매우 변화무쌍하게 변형이 됩니다.
인터넷 취업카페만 가더라도 각 기업들과 공기업, 공무원 시험 면접에 나오는 질문들이 족보처럼 만들어져 공유됩니다. 면접에서 나오는 질문들은 계속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인터넷에서 공유되어 알려지고 있으니, 지원자들도 이것을 가지고 미리 연습도 할 것입니다.
제가 오전에 면접에 참석해서 물어본 질문이 점심시간에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지식 나눔의 정신이 투철한 분들이 정말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렇다면 지원자들의 답변은 해마다 놀랍게 진화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거의 이런 기업에서의 면접에서 나오는 질문들은 적어도 지난 20년간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면접에서 만나는 분들의 답변의 수준은 그렇게 크게 느껴질 정도로 발전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소위 스펙은 매우 화려해지고 있습니다만, 자격증, 인턴경험, 해외연수, 창업동아리, 자원봉사 등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경험들을 지원자들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면접에서 하는 답변의 내용은 현저하게 진화하는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모든 면접에서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어디서든 처음에는 자기소개를 해 보라고 합니다. 지원자가 잔뜩 긴장한 표정과 자세로 열심히 준비한 자기소개를 하는 동안, 평가자들은 매의 눈으로 그 사람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스캔합니다.
이미 사전에 검토하면서 물어보고 싶어서 표시한 부분을 점검합니다. 또는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의 지원서류를 처음 읽어 보는 사람들도 사실은 아주 많습니다. 어떤 부정행위가 있을 우려로 인하여, 회사가 사전에 피평가자의 정보와 지원서류를 공개하지 않고, 면접 당일 아침에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평가자들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평가자는 자신이 질문할 것도 생각해야 하고, 상대가 답변하는 것도 잘 들어야 하고, 동시에 눈으로는 그 사람의 지원서류를 훑어봐야 하고, 동시에 점수도 매겨야 하고, 회사 이미지 때문에 답변하는 분의 눈도 쳐다보며 반응도 해야 합니다. 동시에 5가지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공채에서 오전에 수십 명을 그런 식으로 평가하고 나서는 녹초가 됩니다.
그런데 그것을 하루 종일 하고 또 며칠을 합니다. 하루 종일 면접을 보려면 커피를 영혼까지 적시도록 들이부어야 합니다. 인터넷에 성의 없는 면접관을 성토하는 글이라도 올라올 수 있어서, 눈도 맞추고, 미소도 짓고, 격려와 인사의 말도 진정성 있게 해야 합니다. 사실 이것도 보통일은 아닙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평가자와 지원자가 서로 질문과 대답을 오래 동안 주고받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 주고 그러지는 못합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여러 명이 들어가는 면접의 경우, 평가자에게서 질문 두세 개 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다양한 질문을 평가자가 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는 말을 지금 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질문이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범위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기업들도 입사지원자들이 과거의 질문들에 대해 다 알고 있고, 패턴을 다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에 답변에 대한 기대 수준은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학교에서 오픈북으로 시험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오픈북 시험이 더 쉬운 시험이던가요?
아무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채용면접에서 제일 먼저 시작하는 질문들은 거의 비슷할 것입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또는 “우리 회사를 어떤 계기로 지원하게 되셨나요?” 이런 말로 시작을 할 것입니다. 이 질문을 안 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물론 다른 질문이 먼저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지원자와의 친밀감을 조성하여 좀 더 솔직한 답변을 유도하기 위한 마중물 같은 말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뻔히 예상되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말을 더듬거나 긴장을 해서 생기는 문제만은 아닙니다. 평가자들도 그런 것을 다 이해하고 오히려 지원자의 긴장이 풀어지기 위해 배려하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합니다. 그래야 기업의 이미지도 좋아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습니다.
여기서 제대로 못한다는 것은 두 가지로 다시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뻔하고 기계적인 이야기들이라 별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 회사에 입사하려는 이유가 정의사회 구현과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수준에 가깝게 모호하고 추상적인 경우입니다. 랩을 하듯이 천장을 바라보며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말을 하려고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누군가 써준 대본을 충실히 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이 되는 부분이 적습니다.
둘째는 아예 대답 자체가 엉성해서 뭔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되는 경우입니다. 첫째는 아무런 임팩트가 없는 답변일지라도, 면접 초반이라 다시 다른 질문을 받을 기회가 남아 있겠지만, 둘째는 치명적입니다. 평가자들은 이런 식으로 답변하는 분에게 더 이상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됩니다.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차라리 관심이 가는 다른 후보자들에게 더 시간을 할애합니다. 경기가 많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초반에 승패가 나는 것과 같습니다. 경기는 뛰지만 끝날 때까지 아무도 패스를 안 해주는 고독한 선수가 됩니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십 수년 전부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 주제입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지, 나는 왜 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는 그걸 물어보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의 기본적인 질문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엉성한 대답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치명적인 점수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단순한 질문이 가장 어려울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한 생각의 결과인지 구분할 수 있는 폭이 넓기 때문입니다.
어느 기업에 가서 채용면접을 하던지 입사지원자들은 아래와 비슷한 패턴들의 질문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답변에 따라 이어지는 꼬리 질문이 개별적으로 주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였나요?”
“본인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경험은 무엇입니까?”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 본 경험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다른 사람과의 있었던 가장 큰 갈등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하였나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은 무엇인가요?”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표현들은 무엇이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본인의 성격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본인이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 회사의 인재상과 본인의 어떤 면이, 왜 일치한다고 생각하나요?”
“왜 우리 회사가 귀하를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기본적으로 회사가 물어보는 질문은 그 사람의 어떤 패턴을 통해서 앞으로의 모습을 추측하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은 앞으로도 이렇게 행동할 것이다’라는 추정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확신이 드는 후보자를 선택하게 됩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기업은 불확실성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조금이라도 확실한 쪽을 선택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말로만 잘하겠다는 것보다, 잘할 것이라 추정되는 데이터가 조금이라도 더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는 말입니다.
위에서 말한 기본 질문에서 확장되는 응용 질문들은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기본 질문에 본질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질문 패턴들과 그 응용 질문들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면접장소에서 이런 질문들을 연속해서 받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간단한 질문에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짧은 질문이 답을 하기 더 어렵습니다.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 답을 하기가 더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너무 간단한 질문이라 오히려 당황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전에 생각을 해보지도 않은 것이 눈에 보입니다.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침착하고 조리 있게 답변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분들도 많이 봅니다. 뻔한 질문인데도 이렇게 힘든 것은 가장 본질적인 것을 묻기 때문입니다.
핵심과 본질로 들어갈수록 질문은 단순해지지만, 답변은 어려워집니다. 평소 본인이 예상 질문을 하고 본인이 답하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으면 그 긴장된 자리에서 즉답을 하기는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