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을 위한 어느 인사담당의 조언
기업 인사부서에서 면접 평가자들에게 제발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런 질문을 하나마나 모든 답변이다 똑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을 지난 수십 년간 많은 곳에서 높은 직급의 분들이 지원자들에게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먼저 떠오릅니다. 첫째는 그 뻔한 대답이라도 그분들은 직접 듣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그렇게 질문하는 분이 높은 분이라, 아무도 감히 그분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말라고 말을 못 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질문들이 있습니다.
“내가 퇴근을 하려는 데 갑자기 상사가 회식을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갑작스러운 야근 지시를 받거나, 휴일에 출근을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가족들과 휴가를 가려고 출발했는데, 회사로 급하게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는다면?”
“상사가 부당하거나 무리한 지시를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서 내에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선배 직원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런 질문을 우월한 위치에 있는 분이 떨어질지도 몰라서 떨고 있는 지원자에게 한다면 누가 소신 있는 답변을 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은 좀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퇴근하려는 사람을 갑자기 붙잡고 부장님이 회식하고 싶으면 하는 회사랍니다”, “야근을 하라면 하는 거고, 주말에 출근을 하라면 하는 거고, 휴가를 가든지 말든지 부르면 오는 겁니다. 오케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마치 “이 말에 반대하는 분은 빨리 이 자리에서 미리 말을 해주세요.
그래야 우리가 안 뽑거든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것 말고도 쓸데없는 질문이 너무 많습니다.
요즘 세상에 그렇게 물어보면 바로 인터넷에서 화재가 될 만한 심각한 질문들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질문들 말입니다. “사귀는 사람이 있나요? 언제 결혼하실 건가요?”, “결혼하시면 출산휴가 곧 가시겠네요”. 인사부서가 면접 전에 평가자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주의사항에 대해 말씀드리며, 이런 질문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이 간혹 있습니다. 그때에는 그분의 개인적인 돌출 행동인 것인지, 아니면 회사 전반적으로 그런 질문을 허용할 만큼 문화가 그렇게 정착이 된 것인지 세심히 관찰을 하셔야 합니다.
이런 질문을 들으면 우리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겁니다.
“얼마나 야근과 주말근무를 시키길래 그런 질문을 하시나요?” 라든지
“옆에 계신 다른 분들도 다들 이런 게 궁금해요?
다들 돌아가면서 솔직히 한번 말해 보세요”,
“제가 언제 결혼을 할 것인지는 왜 궁금하신 건가요?
합격시켜주면 말씀드리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에서의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못합니다. 맘에 없는 답변을 성실하게 하면서 속으로는 씁쓸해할 것입니다.
“얼마나 회사가 다급하고 중요한 일이었으면, 휴가 중인 저에게 회사로 급하게 나오라고 하겠습니까? 일단 가족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신속히 회사로 나와서 일을 먼저 처리하겠습니다”
이런 맘에도 없는 답변들을 말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런 멍청한 질문을 반복한다면 그 회사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기를 추천드립니다. 휴가 간 신입사원 한 명이 없어서 당장 회사가 안 돌아갈 정도로 엉성한 회사입니다. 자신들의 문제와 한계를 입사지원자들에게조차 드러내는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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