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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지원자가 의외로 잘 모르는 것들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어느 인사담당의 조언

 어떤 회사에 입사지원서류를 보내는 일은 회사가 나를 만나고 싶게 만드는 일입니다. 협상에서도 상대방을 먼저 잘 알아야 우위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입사지원자들은 항상 평가자의 시각에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지원자들이 의외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되는 점들을 아래 정리했습니다. 


진열대에 제대로 놓아야 보석이 됩니다.  


 첫째, 내가 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회사에서 전부 읽어 볼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채용담당자들이 1차 심사를 할 때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빠른 속도로 훑어봅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서 중요한 점 중에 하나는, 읽는 사람이 얼마나 지원자의 장점을 빨리 찾게 내용을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가입니다.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자신이 쓴 글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읽었으니 내용이 한눈에 잘 들어옵니다. 하지만 제삼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무리 본인이 간추리고 정제한 문장들이라도, 남이 보면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장황하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5분 이상 계속 같은 톤으로 앞에 있는 친구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그중에서 몇 문장이나 우리는 집중해서 들을 수 있을까요? 실제로 측정을 한다면 매우 적은 분량일 것입니다. 서로 얼굴도 본 적이 없는 회사의 평가자에게 내 이야기를, 그것도 글로 적어서 보내는 일은 이 보다 더 읽는 이를 따분하게 만듭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광고회사에서 CF 문구를 만들듯이, 계속해서 검토하고 또 검토해서 알맞게 수정해야 합니다. 문장의 가독성을 높이고, 문장을 읽기 좋게 간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논리 전개가 자연스러워야 하고, 중간중간에 소제목도 넣고, 단락을 적절히 나누고, 비슷한 표현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채용담당자가 1차로 지원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유감스럽게도 통상 몇 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는 몇 초 만에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일단 일정 기준을 만족시킨다고 생각되는 지원자의 이력서는 추후 재검토를 위하여 따로 분류해 놓습니다. 하지만 1차 스크린에서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생각되는 이력서는 그대로 탈락으로 분류해 버립니다. 


 숙달되고 경험이 많은 담당자일수록 이 결정은 매우 빠릅니다. 현실적으로 기업에서 모든 지원자의 이력서를 전부 다 꼼꼼히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AI가 발달할수록 시스템에서는 이미 일정 기준으로 설정된 알고리즘이 이력서를 분류할 것이고, 수백 명의 이력서를 검토하는 시간은 불과 몇 분이 걸릴 것입니다. 


평가방법이 어떻게 달라지든지, 나를 평가하는 상대가 사람이든지, 아니면 AI이든지, 답변의 본질은 크게 변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AI와 면접을 보게 될 것입니다. 어차피 선발하는 인원들은 제한이 있으니, 면접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사람이 상대를 하든지, AI가 읽든지 하여간 상대가 내가 하는 말들을 듣고 내용 파악이 잘 되기 위하여 사전에 충분한 연습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준비가 안된 설명은 항상 장황합니다.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표현을 계속 가다듬어야 합니다. 중요 정보들의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상대가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미리 예상해서 적어봐야 합니다. 불필요한 표현들을 단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 반복해야 합니다. 


 예상 질문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그것에 곧바로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합니다. 면접에 들어오는 평가자들은 ‘꼬리를 무는 질문’을 집요하게 하는 것에 잘 훈련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답변한 모든 대답에는 다시 꼬리를 무는 질문이 들어올 것이라 간주하고, 그것에 대한 다음 답변 또 그다음 답변을 준비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준비를 안 한 사람은 항상 답변이 장황합니다. 서두가 장황하다는 것은 계속 말을 하면서 다음 말을 생각하려는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입니다. 말이 장황하게 길어질수록 자신의 답변들이 서로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내용이 빈약해지는 것에 더해져서 자신의 말의 신빙성이 의심받기 시작합니다. 상대에게 확신을 주려는 본능으로 표현이 과장되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한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즉흥적인 답변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전에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해 시나리오를 구상한다고 생각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서 본인에게 들어올 질문을 미리 글로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연습은 매우 놀라울 정도로 자신을 훈련시킵니다. 


 머릿속으로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글로 생각을 적어 놓고 다듬는 것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릅니다. 


 그리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조언을 줄 만한 사람들에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내서 피드백을 구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보고 피드백을 줄수록 내용은 더 세련되어 갑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부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방이 관심 있어할 만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안 물어보겠지 생각하면, 꼭 그걸 물어봅니다.  


 입사지원자가 흔히 착각하는 것, 둘째로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은 것은 회사도 신경 쓰지 않고, 물어보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가장 흔한 사례들은 학교를 막 졸업한 입사지원자들은 자신의 휴학기간, 졸업유예기간 등 공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점이 낮은 경우, 학교 공부 말고 다른 것에 집중한 것이 있다면 그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어학점수나 전공과 관련된 자격증이 없다면, 나름대로 자신이 그것 대신에 선택해서 집중했던 일들을 설명해야 합니다. 아무 설명을 하지 않으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래야 하겠지만, 본인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든지, 다른 것을 하느라 그랬든지 부연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 이직을 한 경우, 그 사유를 명백히 밝혀야 합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퇴사를 경우라고 할지라도, 그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야 합니다.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직원이 잦은 이직입니다. 그런 이직의 패턴을 입사를 한 이후에도 또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게 된다면 선발될 수 없습니다. 


 그때 난 왜 이직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면 그냥 쉽게 퇴사를 하는 사람이라고 짐작하게 합니다. 또한 참고할 것이, 회사 입장에서 우려하는 답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너무 일이 많아서 퇴사를 했다던지, 회사가 너무 멀어서 퇴사를 했다던지, 상급자와 갈등이 있어서 퇴사를 했다던지 하는 말은 신중한 답변을 동시에 같이 하지 않으면 더 큰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일이 많아서 퇴사를 했다는 경우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상식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요구되었고, 야근과 철야와 주말근무가 얼마나 지속이 되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가지고 설명을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야근이 많아도 괜찮겠냐는 하나마나 한 질문을 채용면접에서 하는 회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질문을 하는 회사는 없을 겁니다. 어차피 답변이 다 똑같거든요. 그리고 회사가 너무 멀어서 퇴사를 했다는 말은 추가 설명이 필요합니다. 미리 예측이 가능했던 일인데, 대안을 찾지 않고 퇴사를 했다는 것은 무책임하게 보입니다.


 특히, 상급자 때문에 퇴사를 했다고 설명을 하려면 충분한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같이 설명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갈등관리, 특히 직장상사와의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회사에서 매우 민감하게 바라봅니다. 직장의 상급자를 너무 감정적으로 비난만 하는 표현을 했다 가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완화해서 표현을 하면, 그 정도 갈등도 견디지 못해서 퇴사를 한 것이냐 라는 의문을 낳습니다. 어느 쪽이든지 피할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됩니다. 


답변이 애매한 경우는 항상 정공법으로 나가는 것이 정답입니다. 


정말 어느 정도로 전 직장 상급자가 상식 밖의 행동을 하여 본인이 힘들었는지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만약 그것이 자신의 입장에서 충분히 합리적인 논리로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가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서 채용을 안 한다면, 그 회사는 처음부터 안 갔어야 맞는 곳입니다. 그런 관리자의 행동이 묵인될 수 있는 곳일 수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말들은 전제가 반드시 따릅니다. 자신이 설명한 이유가 사회 통념상 상식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사실을 왜곡해서 거짓으로 포장하는 방법을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에 비밀이라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내용만큼이나 보이는 형식도 중요합니다.  


 입사지원자가 흔히 착각하는 것, 세 번째로는, 이메일이나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중요하지, 양식과 구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소개팅을 나갔다고 가정을 했을 때, 나의 성격이나 인품 등은 대화를 한참 나누어 봐야 상대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 내 모습을 보았을 때 첫인상은 내가 입고 있는 옷과 표정 등이 크게 좌우합니다.


  첫인상이 별로 호감이 가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다음부터 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입사지원자로 바꾸어서 말을 해보겠습니다.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이력서를 모두 읽어보고, 자기소개서를 검토해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인상은 그 사람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의 전반적인 양식과 구성을 통해서 한눈에 느껴집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여 그냥 마지못해 빈칸 채우기를 한 것 같은 지원서류를 본다면 평가자들은 한눈에 그것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사가 별도로 시스템에서 입력할 수 있는 입사지원양식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입사지원서류를 메일을 보내거나, 아니면 회사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도록 하는 경우, 지원자들은 워드나 아래한글 또는 이를 변환한 PDF 형식으로 입사지원양식을 제출할 것입니다. 


 혹시 이때 엑셀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만든 분은 그걸 버리고, 어서 빨리 워드 파일로 만들 것을 추천합니다. 나는 엑셀로 더 이쁘게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하시면 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게 하셔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문서를 작성하는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달라야 하는데, 입사지원 문서를 손쉽고 이쁘게 꾸미는 기능은 워드프로세서가 더 효과적입니다. 


 평가자들이 지원자의 입사지원 서류파일을 열고 몇 초만 훑어보아도, 이 지원자가 OA에 얼마나 능숙한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직장인들이라면 하루 종일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래한글 등과 씨름을 하며 삽니다. 그래서 남이 만들어 놓은 양식을 보면 얼마나 이 사람이 이런 것에 능숙한지 아닌 지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노련한 주방장은 남이 칼로 썰어 놓은 음식재료를 보면 실력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많은 양의 입사지원서를 검토하는 담당자들은 비슷한 양식과 구성을 하루에도 얼마나 많이 보겠습니까? 만든 사람의 솜씨가 한눈에 비교가 됩니다. 


 참, 아직도 이력서에 주민등록번호를 적는 사람이 있습니다. 키, 몸무게, 시력을 적는 분들이 있고, 여성인데 군 복무사항에 미필이라고 적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력서에 이런 것을 적었다 가는 십몇 년 전 이력서 양식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여 사용한 아무 생각이 없는 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길입니다. 기업은 어떤 경우도 입사지원자에게 그런 개인정보를 물어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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