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라윤 Oct 24. 2021

배고픈 인재

앞으로의 5년이 더 중요하다.

계약직 기간은 하루하루가 시험이고 입사 면접 같은 나날들이었다. 1년 반 정도 되는 시간 동안 친구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꿈속에서도 일을 했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일을 한 건지 잠을 잔 건지 구분이 안 가는 그런 날들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 전 샤워하는 화장실의 거울에는 포스트잇으로 후회 남지 않게만 최선을 다하자. 한 톨의 아쉬움도 남기지 말라는 말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정규직 면접을  기회가 생겼고 그렇게 이력서를 새로 제출했다. 계약직의 시간은 나를 증명하는 기간이었다. 그 시간 내내 매일 같이 면접을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정규직이 되었다. 새로운 계약서를 가져오며  매니저는 이렇게 운을 떼었다.

일찍 전환시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의 말에 나는 부모님께서 제일 좋아하실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울컥했다. 매니저에게 제일 감사했다. 그가 아니었으면 엄청 많이 헤매었을 거다. 그가 내 매니저였음이 행운이었다. 그 행운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그가 지시한 일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의 말, 지적, 배경의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일했다. 결코 혼자서 해서는 성공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예전의 나는 혼자서 일하는 것이 편했는데 왜 협력해서 일하는 것이 필요한지 몸소 경험했다.


또 다른 디렉터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버드졸업생은 차고 넘친다. 나는 배고픈 인재를 원한다.

나는 아마 배고픈 인재였던 것 같다. 회의를 할 때 제일 좋은 발표는 사람들이 모르는 인사이트,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 그의 말이 기억이 난다. 집에 가는 퇴근길에 해주신 말씀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다음날 오전에 있던 회의의 프레젠테이션을 집에 도착해서 다시 그날 저녁에 고쳤던 생각이 난다. 어떻게 하면 당연한 말 말고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들을 가치가 있는 말, 정보, 데이터가 뭘까 고민을 해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다시 했다.


내가 이미 무엇이 더 나은지, 더 할 수 있는 것을 안다면 나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 더 나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안 이상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또는 후회남지 않게 나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그렇게 준비를 해서 발표를 한다고 해도 실상, 내가 그린 그림과 다르게 실력의 반도 안 되는 작품을 보여주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나는 나에게 거짓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지를 계속 점검했다. 인생에서 후회보다 무서운 그림자는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의 시간은 그 진화와 발전을 거듭한다. 오늘이 내일 같지 않고 지난 분기가 다음분기와 같지 않다. 그래서 일이 재미있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의 5년이 지난 5년보다 더 중요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