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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라윤 Oct 10. 2021

백수가 구글면접에 합격한 비밀

진정성

백수 생활한 지 3개월이 넘어가는데도 나는 여유가 있었다. 솔직히 꽤 즐겼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것처럼 일찍 일어나서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하고 싶은 업무 공부, 독서를 하는 것이 짜릿할 정도로 좋았다. 식대에 돈을 아껴봤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서 꼭 내가 먹고 싶은 것, 건강한 음식을 먹었다. 그러니 어찌 백수생활이 즐겁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다만, 3개월이 넘어가니 조금 지루해졌고 뭔가 더 열심히 백수생활을 하고 싶어서 잠시 한국에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부모님께 백수임을 알렸다가는 괜히 한국까지 가서 하루 종일 잔소리만 들을 것이 뻔하다. 내가 한국에 가면 으레 출장이라고 생각하시니 나는 그저 뭔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만 된다. 그런 고민하던 차에 다행히 구글 애날리틱스 강의 제안이 들어와서 그것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신나게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원룸에 있는 남동생과 같이 있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데 원룸에 둘이서 있다 보니 동생이 일하는 시간이랑 내가 자고 일어나는 시간들이 달라서 나의 루틴이 흔들렸다. 원래 같으면 심각하게 생각했겠지만 이때만큼은 너무 신이 났었다. 착한 동생도 매일 보고 가족들과 저녁도 먹으니 한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붕 떠서 전혀 책이 눈이 들어오지 않았다. 스타벅스에 앉아서 창밖에 사람들만 봐도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반여 행객의 심정이었다. 찬바람 맞으며 동생과 여유 있게 걸어서 집에 가는 것만도 얼마나 행복하던지. 걷다가 카페가 보이면 거기도 들어가 보고 싶고 여러 가지 바뀐 동네 모습에 대하여 동생이 여러 가지 설명도 해주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나마 구글 애널리틱스 강의가 잡혀 있어서 용돈도 벌고 강의 준비차 공부를 해야 돼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백수가 휴가 간 셈이 될뻔했다.

행복했던 동생과의 시간. 항상 고마운 내 동생.


그러다 어느 날 싱가포르에서 전화가 왔다.


"타라 씬 가요?"

"네, 그런데요?"

"이력서 보내신 것 때문에요. 우리가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데 면접 보실 의향 있으세요?"

"네, 물론입니다. 어떤 포지션이죠?"

"상세한 내용은 이메일로 따로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네, 그럼 내일 중에 다시 통화하는 것으로 하고 이메일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차! 근데 무슨 회사죠?"

"구글에 광고 매니저 지원하지 않으셨나요?"

"아니요? 지원한 적 없는데요."

"네? 이름이 타라, 전화번호가 111-2312 아니신가요?"

"맞습니다만...."

"지원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으로 전화드린 겁니다."

"기억이 없는데.... 페이스북이 아니고요? 여하튼 알겠습니다. 이메일로 내용받고 회신하겠습니다."

"네, 곧 다시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뭣이라?! 구글? 그래 좋다. 일생일대의 기회다. 면접이라니! 페이스북에 지원한 기억은 나는데 구글은 지원 안 한 것 같은데.... 한 일 년 전에 한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이제 면접에 올인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정신을 차렸다. 예상 질문집과 응답을 준비하고 영어로 쓴 다음에 예전 동료들과 선배들에게 피드백을 부탁했다. 그리고 그것을 답안지처럼 줄줄 외웠다. 요즘도 면접 볼 때 그때 외운 그 문장들로 시작할 때가 가끔 있을 정도로 뇌에 박힌 문구들이다.

그 날의 면접의상, 내가 좋아한 남동생 조끼. 난 가을/ 겨울 옷이 별로 없다.

화상면접으로 동생의 원룸에서 보았다. 예상 질문들이 나왔고 나는 아는 것을 모두 동원해 이야기를 다. 인상 깊었던 것은 질문의 많은 부분이 내가 시장의 전체 그림을 그릴  아는가? 그에 대한 견해가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다채롭게 여러 방면을 짚으면서  논지를 펼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일반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떠나 내가 합격할  있었던 가장  이유는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음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점을 두었다.


"우리는 중소기업 대상으로 일하는 팀인데 지금까지 대기업 광고만 하셨었잖아요. 중소기업광고에 왜 관심이 있나요?


"최근에 일반인 분들 대상으로 구글 애널리틱스 강의를 하였습니다. 강의에 오신 분들이 다들 자영업자분들, 직접 광고하시는 소상공인 분들 이시더라고요. 가족사업이라 아들 따님분들이 엄마랑 같이 수업을 들으러 오시기도 했고요. 그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데이터를 읽고 어떻게 광고전략을 짜야할지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저에게는 그 일이 단순한 광고, 마케팅이라는 일을 넘어선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중소기업에게 광고는 단순히 물건을 더 팔고 돈을 더 벌겠다는 것을 떠나 한 가족의 생계가 걸린 일이었습니다. 구글에서 그런 의미 있는 일을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능력이 있고 경력이 화려하고 나보다 영어도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다. 하지만 일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사람의 성과는 남다르다. 나는 아마 그것을 피력했고 그렇게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본다.


나는 야구를 사랑합니다 믿어주세요. 보다 시즌에 직관을 몇번까지 한다고 이야기하면 자동적으로 이 사람은 야구를 얼만큼 좋아하는구나 알게 된다.


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의 사실을 나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상대가 느끼게 해야 한다.

,  사람은  일에 진심이구나. 열정이 있구나.

왜냐하면 인간은 상대방이 나에게 무언가를 설득 하려고 한다는 움직임이 보이면 본능적으로 방어자세를 취하고 다시 한번 스스로 곱씹어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동거부반응을 보이게 된다. , 사람들은 세일즈에 설득되서 팔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사고 싶어 한다. , 본인이 결정하게 도와주는 것이 최고의 설득의 기술이다.

Nobody Wants to be Sold. People Want to Buy.
by Dave Tear



이 분은 그 뒤로 내가 나머지 면접도 합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결국 나의 직속상관이 되셨고 나에게는 지금도 큰 은인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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