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시작되는 계절이 되었나보다.
40도가 넘게 푹푹 찌던 여름의 기운이 가고
이젠 부슬부슬 비가 시작되었다.
여름내내 쨍쨍 했던 날씨에 마당의 잔디는 다 말랐고, 풀들은 노랗게 변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비였지 하면서 꼭대기 다락방에서 올려다 본 빗줄기.
그런데 이 비는 왠지 이제 멈추지 않을 것처럼 힘차게 쏟아진다.
여름에 고집스럽게 모아두었던 비를 기다렸다는 듯이 부어댄다.
아.
가을이 시작되었구나.
발빠른 사람들은 벌써 패딩이 들어있는 방수코트를 입고 거리를 누빈다.
우리집은 아직 가을옷은 꺼내지도 않았다고!
아직 그 시간을 맞이할 마음에 준비도 되지 않았다고!
갑자기..
잊고 있었던 이 곳의 가을과 겨울, 축축함과 어둠이 떠오른다.
이 으실으실 추운 날들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위쪽에 사는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 곳도 그다지 경쾌하지 않은 나라는 인간이 견디기에는 충분히 침울한 계절이다.
오늘부터 점점 혹독해질 계절을 준비해야지. 썰렁한 방구석에 포근한 녀석들을 하나둘씩 심어놔야지.
카카오가 가득들어찬 다크초컬릿을 한입베어문다.
그리고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들으며 이 가을도 잘 견뎌보자 하고 다짐하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