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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진 Sep 06. 2023

12. 제2의 마누라

아빠, 언제 와?




남편 퇴근 체크는 굳이 내가 안 해도 퇴근 시간만 가까워지면 딸아이가 몇 번씩이고 언제 오는지 체크하고 확인한다. 비 오니까 운전 조심해라, 조심해서 천천히 빨리 와라(?) 밥은 먹었냐, 몇 시 도착하냐 등.

집에 들어올 때까지 귀찮게 하다가 정작 아빠가 집에 오면 거들떠도 안 보는 건 마치 결혼 10년 차는 된 마누라에 빙의한 모습 같다. 예전에 어디선가 우스갯소리로 남편이란 안 보이면 궁금하고 보이면 피곤하고, 일찍 오면 화가 나고 늦게 와도 화가 나는 신기한 존재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을 보고 슬쩍 공감이 돼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딸래미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마누라인 나보다 열과 성을 다하여 아빠의 귀가를 기다린다. 그리고는 정작 아빠가 오면 시원찮은 반응으로 맞이한다. 사실 딸래미의 꿍꿍이는 따로 있다.  

아빠의 늦은 귀가는 아빠를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늦은 시간까지 TV나 핸드폰 따위를 하며 취침시간을 늦출 좋은 핑곗거리 중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아빠를 기다린다는 순수한 마음은 사라지고 어느덧 유튜브 시청에 빠져 아빠의 퇴근은 뒷전이 되어버린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남편은 집에 오는 동안 버선발로 뛰어나와 아빠의 귀가를 반기는 딸아이의 그림까지는 아닐지라도 아빠 잘 다녀오셨냐며 살포시 안기는 그림 정도는 상상하며 걸음을 재촉하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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