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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보니 Sep 14. 2022

고래의 꿈



오크로 만든 낮은 테이블

 1,500*550*310






인적 드문 바닷가에 

작은 고래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먹잇감도 충분하지 않고 

제 덩치에 비하면 좁아터지기만 한 

조그마한 만이 뭐가 그리 좋은지 

고래는 그곳을 떠날 줄 몰랐다. 


그저 밀려왔다 밀려가는 

작은 파도에 몸을 맡길 뿐 

고래는 한 번도 그 파도를 거스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꼬리 짓 몇 번이면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을 만큼 작은 만 안에 

스스로 갇힌 채 

고래는 그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번 그 무시무시했던 폭풍이 지나가던 날,

제 몸보다 수십 아니 수백 배나 더 큰 파도가 덮치던 그날, 

고래는 모든 것을 잃었다. 

쾌속선과 경주라도 하듯 

힘차게 파도를 가르던 그 짜릿함도,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바닷속을 

조심스레 더듬어나가던 그 아슬아슬함도... 


그때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날 암초에 쓸려 생긴 

옆구리의 상처는 벌써 다 아물었다. 

그래도 고래는 아직 힘차게 꼬리 짓을 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저 작은 만 안을 맴돌며 언젠간, 

옆구리의 상처만 다 아물면 언젠간... 


파도에 묻어온 먼바다 냄새는 

간혹 고래를 환장하게 만들었다. 

그럴 때면 고래는 

먼바다로 이어지는 만의 끄트머리에서 

돌아가지 못할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무지개를, 

   신기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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