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로 만든 낮은 테이블
1,500*550*310
인적 드문 바닷가에
작은 고래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먹잇감도 충분하지 않고
제 덩치에 비하면 좁아터지기만 한
조그마한 만이 뭐가 그리 좋은지
고래는 그곳을 떠날 줄 몰랐다.
그저 밀려왔다 밀려가는
작은 파도에 몸을 맡길 뿐
고래는 한 번도 그 파도를 거스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꼬리 짓 몇 번이면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을 만큼 작은 만 안에
스스로 갇힌 채
고래는 그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번 그 무시무시했던 폭풍이 지나가던 날,
제 몸보다 수십 아니 수백 배나 더 큰 파도가 덮치던 그날,
고래는 모든 것을 잃었다.
쾌속선과 경주라도 하듯
힘차게 파도를 가르던 그 짜릿함도,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바닷속을
조심스레 더듬어나가던 그 아슬아슬함도...
그때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날 암초에 쓸려 생긴
옆구리의 상처는 벌써 다 아물었다.
그래도 고래는 아직 힘차게 꼬리 짓을 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저 작은 만 안을 맴돌며 언젠간,
옆구리의 상처만 다 아물면 언젠간...
파도에 묻어온 먼바다 냄새는
간혹 고래를 환장하게 만들었다.
그럴 때면 고래는
먼바다로 이어지는 만의 끄트머리에서
돌아가지 못할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무지개를,
신기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