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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보니 Oct 24. 2022

나무의 눈물

좋거나 나쁘거나



  식탁 다리로 쓰려고 두툼한 나무를 갈라 대패를 치고 나니 나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톱날이 제 몸을 가르니 못 견디게 아팠던 걸까? 대팻날에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나가니 그게 슬펐던 걸까? 그도 아니면 싸늘한 작업실 구석자리에서 먼지와 함께 뒹굴다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게 한없이 기뻤던 걸까? 


  느닷없는 나무의 눈물 바람에 갈 길 먼 목수는 며칠째 불기가 끊긴 난로에 불을 피운다. 그리고 난로가 따뜻한 자리에 나란히 앉는다. 아가, 아팠구나. 아가, 슬펐구나. 아가... 


  목수의 어설픈 위로에 나무는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그래, 울고 싶으면 울어라. 눈물샘이 마를 때까지, 진이 다 빠질 때까지. 울다울다 지치면 그때는 또 살아갈 용기가 나겠지. 세상에 슬픔만이 남아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날도 있겠지. 그러니 오늘은 마음껏 우렴. 눈물샘이 마르도록, 온몸에 진이 다 빠지도록...  





  제대로 된 건조장에 들어갔다 나온 나무라면 이처럼 뒤늦게 송진을 쏟아낼 일은 없다. 열을 이용하는 건조장 안에서 진이 다 빠져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 건조된 나무라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그늘진 곳에서 세월의 바람만으로는 속살 깊숙이 박힌 송진까지는 어쩌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럴 때 임시방편으로 열풍기나 난로 같은 것을 이용하면 송진을 제거할 수 있다. 


  송진을 줄줄 흘리고 있는 나무로 뭘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목수들에게 송진은 기피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고르고 고른 나무를 재단까지 마쳤는데 송진이 줄줄 흘러나온다고 생각해 보라. 그것처럼 난감한 일이 없다. 대체할 여유분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없다면... 


  목수들에게는 골치덩어리에 지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송진이 아주 몹쓸 건 아니다. 송진이 굳어서 호박이라는 보석이 되기도 하고, 송진 가루는 운동선수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이기도 하다. 송진을 태워서 먹을 만들기도 하고 의료품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 그림을 그릴 때도 쓰이고 현악기를 연주할 때도 사용된다.  


  송진도 마냥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닌 모양이다. 세상 이치가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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