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SNS는 감시당하고 있다.

비공개로 바꿔야지

by 야초툰

금요일 오후 김 과장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어젯밤 신입 사원이 SNS에 올린 글이 인사부에서 문제가 되어 주임급 이상 회의가 소집된 것이었다. 신입사원 SNS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올려져 있었다.


오늘도 나는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간다.

매일 이곳에서 소모만 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나의 퇴사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퇴사 #곧 퇴사


그 글을 읽은 회의실에 모든 사람의 얼굴이 ‘뜨아’ 커피를 한잔씩 마신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적인 김 과장의 대사 “그 신입 직원에게 이 글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는데 '거절' 당했어” 그 이유에 대해서는 신입 직원은 “개인 계정이기 때문에 감정 표현도 저의 일부분이에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주임급 이상의 모든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특급 호텔에서 일하는 호텔리어에게 개인적인 감정표현이라니! 당시에 호텔리어에게 개인적인 감정 표현은 =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서비스 제공을 말했다.


물론, 우리도 사람이었기 때문에 ‘세리 아유 레디 한 골프 선수'가 전화해 룸서비스를 시킬 때 “언니 많이 먹고 파이팅”을 외치고 싶었고 우리의 영원한 리베로 홍 감독'이 클럽 라운지에서 잡지사 인터뷰를 할 때 옷장 속에 고이 간직한 "Red Devils" 티셔츠를 들고 가 사인을 받고 싶었지만 그저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멀리서 봤어도 얼굴에 서 광채가 났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감정을 점점 숨기고 숨기다 보니 이제는 내가 상사에게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마치 ‘저는 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요’ 라거나 ‘저는 일을 참 못하죠’라는 말처럼

느껴지게 되었고 감정을 참지 못하고 불만을 보이는 직원들을 보면 어리광 부리는 아이처럼 대했다. 그래서 그 신입이 남기는 그 글에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편견을 갖고 보게 되었고 점점 그 글들이 오늘은 또 어떤 이유에서 퇴사를 하고 싶을까? 라며 비아냥대며 읽게 되었다.


이유 없이 퇴사하고 싶은 날 -> 이유가 없으면 너는 퇴사를 못해

비 오는 날 퇴사하고 싶은 날 -> 그래도 너는 퇴근했지 나는 아직 모니터 앞이다.



그리고 나의 그 모습과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던 꼰대 같은 선배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해서 나는 더 이상 그 신입의 글을 읽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계속 그 직원의 글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 과장은 점점 그 신입 직원에게 일을 조금 주기 시작했고 다른 대리님도 그 직원이 실수를 해도 혼내지 않고 ‘그럴 수 있어 ‘라고 위로해 주었다. (나는 한 번도 받지 못했던 대사였다.)


그들은 혹시라도 자신들의 이름이 그 SNS에 올려질까 봐 아니면 그렇게 그녀가 원하던 퇴사를 하게 될 때 마치 자신의 감정을 일기장에 올렸던 것처럼 자신의 이름을 쓸까 봐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다들 그녀가 얼마 안 가서 그만둘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생각이 달랐다.

‘그녀가 올리는 그 글과 다르게 그녀는 나보다 더 오래 일할 것이다.‘ 내 경험상 회사를 그만둔다라고 매번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그만두지 않았다.


오히려, 매일 웃으며 출근하고 일 힘들지 않냐고 물어봐도 ‘괜찮아요’ 하고 웃는 사람들이 갑자기 그만둔다고 말하곤 했다. 그때 그 오빠처럼 말이다.


내가 주임으로 승진한 지 막 두 달이 지났을 때 (아직 흑역사의 트라우마를 힘들었던 그때) 신입으로 인식 오빠가 들어왔다. 그는 나보다 후밴데 5살 많은 경력직 신입 사원이었다. 그리고 경력직 신입 사원이라는 이유로 (프런트 경력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바로 기가 센 15명의 여자 선배들과 함께 3교대 근무를 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웃고 있었고, 자신의 잦은 실수에 자신보다 어린 후배들에게 혼나면서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잡다한 업무가 주어줬고, 그의 퇴근시간은 자발적으로 연장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예약실에 미친 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만은 짖지 않았다.


‘개는 약한 사람에게 짖지 않는다. 자신을 공격할 것 같은 사람에게만 짖는다.’


그리고 그가 우리와 일한 지 1년 되던 해 프런트 클럽 라운지에서 새 직원을 뽑는다는 내부 공고가 올라왔다. 나는 클럽 라운지를 입사할 때부터 가고 싶어 했고, GM 트라우마로 인해 부서 내 업무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었을 때라 바로 인사부로 가서 지원서를 제출했다. 어쩌면 내가 지원하면 당연히 나를 뽑으리라 라는 확신까지 했었던 것 같다. 얼마나 오만했던가 그런 나에게 혼을 내주기 위해서였을까? 인사부에서 돌아온 대답은 “미안한데 다음 기회에"였다.


그리고 연이어 들려온 인식 오빠의 클럽 라운지 부서이동 소식!! 왜 내가 아니고 그였는지 나는 화가 나서 김 과장을 찾아갔다.


“김 과장! 내가 클럽 라운지 지원했는데 왜 인식 오빠가 가?!”


“......”


“아니 내가 입사 먼저잖아 입사 순이지!”


“야.. 오빠가 먼저 입사했어!”


“무슨 소리야!! 내가!! 선배야!”


“오빠는 재입사자야!”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재입사자라니 그럼 퇴사 후에 다시 들어왔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어지는 김 과장의 설명에서 인식 오빠는 처음 호텔이 오픈했을 때 오픈 멤버로 들어와서 3년간 일을 했는데, 지금 아니면 후회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호텔을 그만두고 가수에 도전했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나름 앨범도 내고 무대까지 섰지만, 계속되는 앨범 판매 부진 때문에 생활이 갈수록 힘들어져만 갔고, 오빠는 다시 자신의 전 직장이었던 우리 호텔에 면접을 봐서 들어오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전혀 몰랐었다.


이런 사정을...


인식 오빠는 늘 나에게 깍듯이 선배님이라고 불렀고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시간은 많았지만, 가수를 꿈꿨다는 말은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유명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연예인과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알았어"라고 대답할 뻔했지만 나는 정신을 차리고 “아니.. 그래도” 나는 그건 그거고 클럽 라운지를 먼저 지원한 사람은 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김 과장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야 나도 너 거기로 보내고 싶어! 근데 보내고 싶으면 뭐 하냐? 그 부서에서 안 받겠다는데


얼마나 타 부서에 지랄을 했으면 그 부서가 너를 안 받는단다! “


“우르르릉”


사실 예약실의 미친개를 누가 받고 싶어 하겠어?라는 말까지 하고 싶은데 삼키는 김 과장의 얼굴을 나는 맹렬히 노려보았다.


“사실... 은 인식 오빠가 우리 부서 적응이 좀 힘들데... 얼마 전에 사직서 썼나 봐 우리 부서는 너도 알다시피 뭐든지 멀티로 해야 하잖아 전화를 받으면서 메일도 쓰고 메일 쓰다가 룸서비스 주문받아서 찍고 해야 하는데 오빠는 그게 힘들데 그래서 동료들한테 미안한가 봐 오빠가 못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추가로 하게 되니까 말이야 “


“아!”


나는 오빠에 대한 직원들의 불평을 들은 적이 있었다. 오빠랑 같이 일을 하면 직원들은

“오빠 전화 왜 계속 꺼놔?” “오빠 전화 밀려!!”라고 소리치는 걸 들은 적도 있었고,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나는 오빠가 느리다고 생각했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김 과장은 우리 부서에 여자만 있는 것도 일전에 몇 번 남자 직원들이 있었는데 같은 이유로 우리 부서 업무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하니 오빠 개인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에 나는 나도 신입 때는 못했는데 연습하면 나아졌던 것처럼, 오빠도 점점 나아지리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빠는 1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고, 특히 2명이 근무하는 야근조를 한 날은 얼굴이 좋지 않았다. 혹시 그땐가? 그럼? 오빠가 사표를 낸 날이? 갑자기 J부장이 남자가 일하기 힘든 부서라며 혀를 끌끌 차면서 퇴근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날 오빠가 그만둔다고 말했으리라. 그 뒤 이야기는 바로 그림처럼 그려졌다. 그의 퇴사를 들은 J 부장은 자기 부서에 퇴사자가 나오면 자신의 인사 점수에 영향이 있기 때문에 때마침 미팅에서 들은 클럽 라운지 공석을 오빠에게 이야기하며 회유했으리라


“어렵게 다시 입사했는데 클럽 라운지 부서로 가서 다시 생각하는 게 어때?”


라며 말이다. 마치 그를 위하는 척하면서 그렇게 인식 오빠의 부서 이동이 확정되면서, 갑자기 부서 회식을 하게 되었다.


회식 초대 문자에는 “인식 오빠의 송별회 및 허주임의 승진 축하 회식“ 승진한 지 거의 1년이 다 돼가는데, 껴 맞추기식 회식 문구였다. 그래도 회식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한참 신나게 흥이 오르기 시작했었는데, J부장이 갑자기 찬물을 끼얹었다.


“인식이 너 가수였다며 여기서 노래 좀 불러봐 혹시 알아 이 중에 팬이 생길지?”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앨범까지 낸 가수에게 숟가락을 건네며 노래를 부르라고 하다니 다들 인식 오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는 오빠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고 J 부장을 노려봤다. “J부장 저는 이미 당신의 팬이에요! 안티팬!”그런 싸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인식 오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 네 그럼요 부장님”


건네진 숟가락을 받고 오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이라는 노래였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오빠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여러 갈래 길 중

만약에 이 길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돌아서 갈 수밖에 없는 꼬부라진 길이라도

포기할 순 없는 거야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처럼/강산애


비록 마이크가 아닌 숟가락을 들고 있었지만, 깊고 크게 울리는 오빠의 목소리는 그 회식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났을 때 그 가게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기립 박수를 쳤다.


J부장은 괜스레 너스레를 떨며 본인이 안 시켰으면 큰일 났지 않았겠냐며 말했지만 아무도 그가 하는 말에 반응을 하지 않고 오빠에게 칭찬세례를 하기 바빴다.


‘정말 잘 부른다’


‘가수가 맞네’


심지어 재경부에서 온 이사님은 자기 부서 회식 때도 오빠를 불러야겠다며 난리였는데 옆에 있던 김 과장이 오빠를 부르려면 돈 먼저 내시라며 그냥 공짜로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고 일침을 날렸다. 그 이사님은 '아 그래야지 그래야지' 하면서 다른 직원이 구워놓은 고기를 연거푸 입에 구겨 넣었다.


아마도 민망했으리라 왜 회사의 높은 사람들은 다 저 모양인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자리마다 술잔을 따르며 돌고 있었던 유리 선배가 오빠 옆에 앉아서 빈 오빠의 술잔을 채웠다. 유리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인식 오빠 오빠 너무 노래 잘한다 얼굴도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고 못하는 게 뭐야~”


“아... 어.. 그래?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나가보니까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더 많더라고”


“아 그래서 가수는 포기하고 호텔에 온 거야?”


그때 처음 오빠의 얼굴이 붉어지는 걸 봤다. 그리고 바로 오빠는 유리 선배를 똑바로 쳐다보며


“무슨 소리야! 나는 가수를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어! 앨범 비용 마련하면 다시 앨범 낼 거야.”


라고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아마도 나라면 민망해서 자리를 일어났을 테지만 그녀는 유리 선배였다. 생끗생끗 다시 웃으면서 다시 오빠에게 말을 시켰다.


“아니지 그럼 오빠는 포기할 사람이 아니지 그럼! 노래는 연습하고 있는 거야?”


“아.. 어... 부끄럽지만 일 끝나면 홍대에 조그만 라이브 무대에서 노래해”


호텔 일이 끝나고 다시 노래를 부르러 간다고? 나는 오빠의 말에 망치를 맞은 토끼눈이 되어 오빠를 쳐다봤다. 오빠는 늘 퇴근 시간이 늦었다. 다른 사람들이 다 퇴근해도 늘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오빠였다. 그렇다면 그렇게 10시간, 11시간을 호텔에서 일을 하고도 다시 홍대까지 가서 노래를 불렀다는 말인가? 그래서 오빠는 아침 근무할 때는 눈이 벌겋게 돼서 출근하는 날이 많았고, 우리는 오빠가 술을 진탕 먹고 출근하는 거라 생각해서 더 미워했던 것 같다. ‘일을 못하면 일찍 출근해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럼 왜 그런 사정을 왜 말하지 않았는지 나는 궁금해졌다. 그때 역시 유리 선배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그런 사정이 있으면 우리한테 말하지 우리도 그럼 이해해 줬을 텐데”


“그 둘은 각 각의 다른 일이니까 이해를 바라면 안 되지”


그 오빠의 말이 마치 내가 노래하는 건 취미가 아니라 일을 하는 거야 라며 유리선배한테 일침을 가한 것 같았고 이번엔 유리 선배도 "깨갱" 하며 정말 민망했는지 다른 자리로 도망치듯 가버렸다.


나는 물끄러미 오빠를 쳐다보았다. 아마도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도 많은 일이 있었겠지. 그리고 그 길에는 그가 꿈을 지키기 위해 포기한 것들이 많았었을 것 같았다.


'자존심, 고집 그리고 자기 자신'


생각해 보면, 다시 오기로 한 전 직장에는 이미 자신과 같이 입사한 동기들이 직급을 달아 자기보다 상사에 있었으며, 자기가 가야 할 부서에는 자기보다 어린 15명의 여자 후배들이 있었기에 쉽게 출근길 발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 또한 친했던 부장님께 어렵게 부탁한 자리였기에, 용기를 내서 출근까진 했지만 그 역시 부장님이 그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부서에 보내서 ‘정신 차려라 아직까지 헛된 꿈을 꾸고 있느냐 현실은 이렇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 부서로 자기를 보냈다는 걸 입사 첫날에 깨달았으리라.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자라는 마음이 1년이 지나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게 남에게는 민폐라는 생각에 그만둔다고 말을 했으리라. 그렇개 그 말을 하면서 자신을 추천한 부장님께 ‘저는 그동안 헛된 꿈을 꾸었어요’라며 인정하는 동시에 밀려오는 수치심을 인식 오빠라면 도저히 숨길 수 없었을 것이고 J 부장은 그 틈을 바로 파고든 것이었다.


비록 클럽 라운지가 자신과 같이 입사한 동기가 대리로 있고 후배가 주임을 달고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오빠의 상황이 그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소주를 마시는 모습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아마도 그에게 회식자리에서 숟가락을 들고 노래하는 것이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꿈 이외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던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 되었다.


내가 오빠를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었는데 오빠의 손에는 오빠가 노래 부르는 듯한 영상이 틀려져 있었다. 나는 괜히 오빠를 '툭툭' 치며 물었다.


“오빠 그.. 그.. 라이브.. 무대.. 한 거야?”


“아.... 어...”


오빠는 수줍게 자신 노래를 녹화한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 오빠는 우리 부서에서 일하던 오빠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항상 주눅 들고 ‘미안해 다시 말해줄래’라고 말했던 오빠의 모습이 아닌 정말 열성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팬들도 몇 명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런 오빠를 구박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야~ 팬도 있어?”


라며 괜히 민망해서 너스레를 떨었던 것 같다.


그랬더니 오빠는 입이 터졌는지 신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 보여? 오빠한테 미역국도 끓여줬어 근데 별로 맛이 없었다는 둥 자기 공연만 보러 오는 사람들은 매주 그 시간만 기다린 다는 둥' 신나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오빠는 자기가 노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던 것뿐이었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 뒤로는 클럽 라운지 가기 전까지는 얼마나 수다를 떠는지 오빠가 야근할 때 내가 오전 조를 시작하면 컴퓨터 킬 때부터 옆에 와서 조잘조잘 말하기 시작했다.


‘아 망했네...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오빠는‘


계속되는 오빠의 수다에 나는 황급히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오빠가 퇴근도 안 하고 나를 부르며 직원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다시 수다의 시작하려는 오빠에게 나는 조용히 물었다.


“오빠 어제 야근한 사람이랑 이렇게 수다 떨지 왜 나를 기다려?”


“그 애랑은 사이가 안 좋아.. 그에게는 내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어”


아 마음의 문이라니 얼마나 시적인 표현인가? 가수라서 역시 그런 표현을 쓰는구나 해서 나는


“그럼 그 문 나도 닫아줘 오빠!”


“야 너랑 나랑은 다르지 그 미역국이 말이야~!”


계속되는 그의 수다 삼매경에 나의 숨겨두었던 공격성이 나올 뻔하다가 이내 곧 클럽 라운지 갈 사람이니 잘해주자 생각하며 나오려던 이를 조심스럽게 숨기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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