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전복시키는 전복 김치 갈비찜

2. 엄마의 놀이터

by 야초툰

오늘따라 고깃집 사장님의 눈빛이 비장하게 느껴졌다 마치 동종업계 사람이 자신의 가게를 염탐하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몇 년 동안 차곡차곡 쌓인 것 같은 눈빛을 엄마에게 쏘며 물었다.

"예전부터 정말 물어보고 싶었는데...
혹시 장사하세요?"


하지만 엄마는 사장님의 질문을 못 들은 척하며, 오른손 검지를 치켜세우더니 1킬로 더를 외쳤다. 겸연쩍어진 사장님은 당황해하며 고기를 담기 시작했다.


"하하하.. 아... 아니면 아주 큰 잔치 하시는가 봐요? 그렇죠?"


사장님은 고개를 돌려 동의를 구하는 듯이 나와 내 남편을 번갈아 보면서 쳐다보았지만, 이마저도 엄마의 그런 행동에 이미 창피해져 고개를 돌려버린 나에 의해 대답없는 메아리 소리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고깃집 사장님은 몇 달 동안 품어온 질문에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하게 된 이 상황에 당황한 듯 어색하게 허허허 웃고는 갈비를 검은 봉지에 빠르게 담기 시작했고 그런 사장님과는 상관없이 다시 엄마는 고기 무게를 힐끗 쳐다보더니 냉큼 옆 냉장 카운터에서 생 갈비 두 봉지를 추가로 들고 와 당황한 사장님을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것도요!"

"네? 더요? 여기 키 큰 사위분이 갈비를 엄청 좋아하시나 봐요. 하하하하하"


결국 답을 찾지 못한 사장님은 자르고 남은 고기를 다시 랩핑을 하듯 빠르게 '사위'라는 글자로 에둘러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번엔 그의 말에 엄마는 버럭 하며 그건 아니라는 듯 쏘아붙이며 말했다.


"사장님!! 사위가 아니고! 제 딸이 잘 먹어서 사가는 거예요"

"엄마!!!"

엄마의 그 말에 고개 숙이고 있었던 그 딸은 얼굴이 벌게져서 소리쳤다.


"나 얼마 안 먹어! 엄마가 손이 큰 거야!"


엄마와 마트를 가면 흔하게 벌어지는 장면 중 하나였다. 그래서 친정에 오면 마트는 엄마 혼자 가길 바랐지만 엄마는 굳이 가기 싫다는 딸을 억지로 끌고 와 사위 차에 태우곤 했다. 왜 그렇게 싫다는 사람을 매번 억지로 태우는 것인가? 그렇게 짐짝처럼 실려가면서 입만 뚱하게 나온 나와는 다르게 엄마와 사위는 마트 간다며 신이 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으면 둘이 가던가..."


그런 나의 핀잔을 무시하고 마트에 도착한 엄마는 집에서 종종거리는 발걸음과는 다른 발걸음으로 마트를 향했다. 마트 문이 열리자마자 이곳은 자신의 놀이터라는 듯 “오늘은~뭘 해야 맛있다는 소리를 한번 들으려나~”엄마의 콧노래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엄마의 콧노래가 마트 내에서 울리는 방송처럼 시골 요가원으로 묶여 있는 마트 주변에 잠복해 있던 비밀 요원들이 하나둘씩 코너마다 나타나서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자기야! 오늘은 왜 요가 안 왔어?"

"언니~말했잖아 오늘 딸이랑 사위 온다고"

"아 맞다 그랬지 그랬어 내가 또 깜빡했네 자기 오늘 은 전복이 씨알이 크고 싸던데"

"그럼 지인 찬스 되나?"


마트에서 지인찬스라니... 능청스러운 엄마의 수다에 나는 당황해 같이 걷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렇게 나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거리처럼 엄마는 더 이상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깔깔깔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언니 패션이 오늘 멋지다며 놀리기도 하는 장난 끼 많은 소녀로 변해갔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나를 쫓아다니면서 잔소리하는 엄. 근. 진. 인 엄마는? 사실 엄마는 사라진 게 아니었다. 엄마라는 두꺼운 책임감으로 덮어버린 그녀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뿐이었다.


엄마는 그렇게 수다스러운 소녀가 되어 채소, 해산물 코너를 휘젓고 다녔고 처음엔 낯설게만 느껴졌던 엄마를 보는 감정도 어느새 사랑스럽게로 바뀌어갔다.


‘풋 웃겨 엄마가 누구 패션을 지적해?ㅎㅎ’


그렇게 엄마와 멀어져 간 딸의 빈자리는 자연스럽게 사위라는 놈이 바로 튀어나와 차지했는데..


아마도 마트 동행이 몇 년 되지 않은 사위는 엄마 옆에 있으면 슈퍼스타가 되는 이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엄마와 사위는 소위 아줌마 부대를 끌고 다니는 트로트 가수와 매니저가 되어 마트 내에 3번의 순회공연이 끝나자 이를 눈치챈 마지막 비밀 요원이 엄마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이고 뭘 이렇게 많이 샀데? 아 옆에는 사위? 키가 엄청 크네.. 뭐 먹고 이렇게 컸데?"


순간, 점수를 딸 수 있는 질문이 들리자 사위는 냉큼 끼어들어 대답했다.


"장모님의 사랑이요. 헤헤헤 “


철없는 사위의 농담에 말을 걸었던 요원도 엄마도 흡족한 듯 허허허 웃더니 엄마는 그건 또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언니~근데.. 먹는 거랑 상관없는 것 같아요 저희 딸은 그렇게 먹는데... 이렇게... 응? 얘가 어디 갔지?"


30분이 지나서야 딸이 사라진 걸 눈치챈 엄마는 멀리서 내가 자신들을 쳐다보며 피자빵을 시식하고 있는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쩌면 엄마도 마트에서 딸을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자주 있어 보였다.


하지만 계산할 때 들려오는 "장사하시나 봐요"라는 대답에 딸이 필요해서 엄마는 이번에도 마치 자동 완성 기능에 저장되어 있는 말인 “많이 먹는 딸 때문에”를 내뱉고는 장 본 재료를 박스에 담으러 서둘렀다.


매번 같은 변명을 하는 엄마를 보면서 도대체 내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마트에 저렇게 소문을 내고 다닐까? 억울한 감정이 일다가도 쓰러질 듯 피사의 탑처럼 쌓여있는 음식 재료들을 3개의 박스로 나눠 담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거짓된 이유라도 됐어야 했었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떡이게 되었다.

원근법을 무시한 딸

유난히 마트에서 장본 물건이 차 안에서 흔들리는 향이 오늘따라 내 후각을 자극했다. 오늘은 또 뭘 해주실라나? 헤헤 엄마 딸 오늘 많이 배고픈데..라는 생각과 함께 미래의 마트 투어를 위해서 엄마가 왜 이렇게 장을 많이 보는가에 대한 나만의 답을 반드시 찾아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엄마는 왜 이렇게 음식 재료를 많이 사는 건가? 엄마가 손이 커서? 아니면 내가 진짜 많이 먹어서?

음…. 둘 다 아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엄마는 마치 도토리를 한 아름 물고 있는 다람쥐처럼 음식을 하다가 맛있으면 두 딸들에게 보내줘야지 하며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저장하곤 했다. 그러다 덩치 큰 사위의 입이 추가되면서 그 양이 무한대로 늘어나게 된 것이었다!


그럼 그 사실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엄마의 냉장고는 무한증식하게 되어,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엄마 손맛동굴이 되어버렸고 그 안에 보물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음식이 담긴 비닐봉지에 엄마만의 표식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영양 가득 전복죽"

"눈물 나게 맛있는 토마토 파슬리"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난 닭개장"


그 이름들이 얼마나 재밌던지 엄마가 보낸 음식 사진을 찾다가 나도 모르게 빵 터지고 말았다. 사실 이 매거진의 이름을 미운요리새끼로 하려고 했을 때 엄마는 누가 만든 제목을 그대로 따라 하면 강력히 반대했다. 그래서 결국 엄마 나 배고파로 하게 되었는데... 이 사진을 보니.. 누구보다 따라 하기에 진심인건 딸이 아니라 엄마였다.

그렇게 엄마의 냉장고 저장법은 시간이 갈수록 진화하여 지금은 지상에 2개, 지하에 한 개의 냉장고를 증식 시켰다. 아 김치 냉장고도 하나 추가요. 그게 이유였다니…아.. 다음부터 마트에서 엄마에게 장사하시나 봐요?라고 물으면 내가 냉큼 끼어들어서 엄마가 올드 앤 리치 다람쥐라서 그래요라고 해야겠다! 히힛


이런 엄마의 레시피를 알고 싶은 분들

자 따라 외쳐보세요 엄마 나 배고파~


사람의 마음을 전복시키는 전복 갈비 김치찜

신선한 전복 고르는 팁!
전복 얼굴이 오글 조글 말려 있어야 살아 있는 놈이니 그걸 골라라
8월에서 10월이 전복이 제철이기도 하고 지금 막 전복값이 떨어졌으니 얼른 사서 해봐라~

(2인분 기준)

재료: 돼지갈비 1KG, 양파 1개, 청양고추 3개, 들기름, 대파 큰 놈 하나, 마늘 한 줌, 생강청 반 스푼, 후추 약간, 매실 청 조금, 고춧가루 2 스푼, 진간장 한 국자, 묵은지 반포기, 전복 5마리, 무 한토막

1. 돼지갈비 2번 씻고 끓는 물에 5분 데쳐!

2. 흐르는 물에 헹궈

3. 간장+ 고춧가루 +매실청+ 들기름 + 후추+ 생강청 마늘 한 줌 양념을 만들어 갈비에 골고루 묻혀서 그냥 둬 (대락 10분)

4. 3. 에 건더기가 푹 잠기게 물을 넣고 양파 대파 무를 추가해서 끓으면 묵은지를 물에 씻어서 넣고 20분간 팔팔 끓여!

5. 전복 5마리를 깨끗이 손질해서 솥에 투하! 하면 끝

어뗘?? 쉽지 얼른 마트로 고고!


다음화 예고!!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버섯볶음

어릴 때부터 버섯을 국에 많이 넣던 엄마를 따라 요리를 배운 딸은 김치찌개를 끓일 때도 된장찌개를 끓일 때도 버섯을 마구 넣기 시작했는데…. 남편은 그 탕이 아직까지도 버섯탕인 줄 알고 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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