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의 요리철학
"사랑은 표현하는 게 아니라 감추는 것"
30년 차 엄마의 요리 철학이다. 해산물을 싫어하는 첫째를 위해 엄마는 택배를 보낼 때 낙지죽을 야채죽이라고 꼭 써서 보낸다. 엄마의 냉장고를 거덜내기 위해 온 둘째 딸을 위해서는 칡차를 컵에 따른 뒤 마치 우사인볼트의 보폭처럼 한치의 망설임 없이 딸의 입만 보고 달린다. 그래서인지 가리는 음식 없이 모든 잘 먹는 사위는 늘 엄마의 칭찬 대상이 된다.
"아이고 잘 먹네 우리 사위~ 딸들은 골고루 안 처먹어서 아직도 속을 썩이네.."
"아니 장모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어떻게 안 먹어요 제가 다 먹겠습니다."
사실 구차하게 변명을 해보자면, 골고루 안 처먹는다 라기보단 엄마에게 많이 속아서 의심하며 먹는다가 맞는 표현이다. 그렇게 매일 엄마가 해준 음식 재료는 일급비밀처럼 감추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 엄마가 해준 음식에 항상 가재눈을 뜨며 도마뱀의 혀처럼 혓바닥을 먼저 길게 빼서 이것이 먹어도 되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정해진 의식처럼 되어버렸다.
"엄마... 이거... 먹어도 되는 거지?"
"그럼... 그럼.."
하지만 어느새 세월이 흘러 마냥 속기만 했던 딸들이 그동안의 데이터를 모아 AI급 시력을 탑재하게 되었고 엄마는 그런 AI 눈을 가릴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은 표현하는 게 아니라 감추는 것
(하지만 감출 수 없다면 속여라)"
오랜만에 친정 냉장고를 털러 온 둘째 딸에게 새로운 방법을 실험해 보기로 계획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당근을 먹이려는 인간 엄마와 매번 제일 싫어하는 당근을 먹지 않기 위해 스스로 진화하는 AI 딸의 숨 막히는 대결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상을 다 차린 뒤 나지막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달걀찜을 뜨겁다며 요란스럽게 들고 왔다. 매우 수상한 달걀찜의 색깔과 어색한 엄마의 연기에 달걀찜이 나오자마자 나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처럼 눈동자를 요리조리 돌리면서 그동안 쌓여온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며 달걀찜을 위아래로 천천히 훑은 뒤 엄마에게 물었다.
“어머니 어머니, 다른 반찬은 문제가 없는데 달걀찜 위에 주황빛 도는 미확인 물질인 저건 뭔가요?"
“응 이거 당근 아냐 엄마가 당근이면 저렇게 버젓이 달걀찜 위에 올렸겠니? “
“그건 그렇긴 한데… 색깔이 이건 아무래도... 70% 이상의 확률로 당..."
“으휴 정말 아니! 아니래도! 이거.. 음... 그래 그 머시냐? 맞다 분홍 소시지 잘게 썬 거야.”
“당근 맞는데.. 이상하네요.. 분홍 소시지라... (가재 눈을 뜨고 달걀찜을 한입 베어 물다가) 퉷 악... ERROR 인식 오류”
“으이구 딸아 딱 봐도 당근이네 묻긴 뭘 물어? 네가 계란찜에 침 다 묻혔으니까, 그냥 다 먹어”
“에이씨.. 또 속았네..”
매번 비슷한 종류의 싸움이었다. 싫어하는 당근을 먹이려는 인간 어머니와 그것을 피하려고 점점 진화하는 AI 같은 딸. 하지만 아직까지는 확률적으로나 연륜으로 보나 인간인 어머니가 우세했다. 그리고 나에겐 당근만큼 싫은 존재가 있었다.
그건 바로 명란.
명란을 처음 봤을 때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마치 외계인을 처음 만난 것 같은 같은 이질적인 모습에 엄마에게 "명란? 저걸 먹는 사람이 있을까?" 라며 물었는데, 그 말을 들은 엄마의 얼굴이 조금씩 굳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그러게라고 대답했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아니면 마치 운명처럼 엄마의 레시피로 글을 쓰기 위해 엄마에게 내 최애 메뉴인 계란말이 레시피랑 사진 보내달라고 했을 때, 계란말이는 절대 안 된다며 무슨 나라를 지키는 이순신 장군처럼 이상하게 철벽을 쳤을 때라도 알아차렸어야 했다.
놀러 갈 때마다 기본 반찬으로 해주던 계란말이에 숨겨진 세프의 퀵이 명란이었다는 것을……
이 또한 구차한 변명을 굳이 해보자면 명란을 먹어 본적이 없기도 했고 얼마 전 우연히 계란말이에 이 씹히는 식감이 뭐냐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을때 비싼 날치알 이라며 뭘 꼬치꼬치 캐묻냐고 엄마가 버럭 하기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마지막 기회마저 놓쳐버렸다.
그렇게 수많은 기회를 놓친 딸은 엄마가 마지못해 보내준 사진을 보고 나서야 10년 넘게 자신을 살 찌운 게 날치알이 아닌 명란이었단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나의 이 허탈한 마음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달걀말이 사진을 보낸 엄마는 곧바로 새로운 메시지를 보냈다. “딸아 그동안 속여서 미안해.. 그런데 명란이도 그동안 숨는 거 마이 힘들었데” 귀엽게 용서를 구하는 문자에 그동안 속아왔던 시간들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그리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어느새 나도 남편 모르게 계란말이에 명란을 넣기 시작했다.
"우와 이 계란말이 맛있다 장모님이 해주신 거랑... 모양은 많이.. 다르지만... 맛은 같아.. 뭐 넣었어?"
“넣긴 뭘 넣어 네가 좋아하는 설탕 넣었어”
“그랬구나 어쩐지 맛있더라 내가 개코잖아 다 알고 물어본 거야 “
“어이구…”
그럼 여러분도 엄마의 명란 계란말이 레시피를 배워보실라요?
소리 질러~엄마 나 배고파!
간단히 차려먹는 명란 계란말이 레시피
*좋은 명란 고르는 법
알이 통통히 차 있고, 색깔은 너무 붉지 않은 걸로 골라라~
*명란 해동하기
실온에서 해동하지 말고! 배 아플라 냉장고에다가 3~5시간 넣고 잊고 있어
준비물 : 달걀 3알, 명란 한 개, 청양고추 반 개, 식용유 끝
1. 명란은 물에 살짝 행군 뒤에 칼로 다져~
명란을 넣으니 소금은 패스~
엄마는 달걀 5알 넣는데, 너는 3알 정도 넣으렴. 다이어트해야 하니까 계란물에 청양고추를 약간 추가한다면 칼칼하니 아주 좋아 굿굿!!
2. 계란물을 쉐킷 쉐킷
3. 약불로 은근히 익힌 다음에 밑바닥이 익으면 조금씩 접어서 계란물을 부어~
여기서 팁! 한꺼번에 계란물을 다 붓지 말고 계란이 익으면 부어 그래야 단단한 계란말이 완성 된단다
4. 한 김 식힌 다음에 잘라
완성!!! 어뗘? 쉽고 간단하지? 당장 부엌으로 고고!
다음화 예고!
당신의 마음을 전복시킬 그 음식은?? 뚜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