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들고 싶었던 내 추억과 엄마의 취향

6. 엄마의 음식 취향

by 야초툰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 참 특이하다였다 그래서 엄마의 입을 통해 내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쥐구멍을 찾아 숨고 싶어졌다.


예를 들면, 한참을 집배원 아저씨와 대화를 하고 오는 나에게 엄마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물었더니


“아 아저씨가 내가 하도 이곳저곳에서 나타나니까 진짜 집이 어디냐고 해서 사는 곳은 이곳이긴 한데 나를 따르는 친구들이 많아 여러 군데 아지트를 만들었다고 말했지! “


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거나, 언니처럼 공부 좀 하라는 아빠의 잔소리에 뻔뻔하게 입술을 샐쭉 내밀더니 저는 머리에 들어있는 지식이 많아 정리할 시간도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입만 동동 살아가지고 이곳저곳 싸돌아 다니는 둘째 딸이었던 나었어도 이상하게 일요일만 되면 무언의 계시를 기다리듯 얌전히 집에 있곤 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아빠가 가끔씩 일요일에 자장면을 시켜주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자장면을 먹는다는 건 양가집 규수라고 불리는 내가 공부를 해서 수를 받는 확률보다 더 낮았기 때문에 그날만큼은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남의 집 착한 딸을 흉내 내며 공부하는 척을 해야 했다.


그러다 내 계획이 맞아 들 때면 아빠가 ”아니 네가 만화책이 아닌 공부를? 그럼 보상을 줘야지 뭐 먹고 싶니? “라고 물었고, 나는 당연히 자장면이요를 외쳤는데..


문제는 어렵게 잡은 이 기회를 잡으려면 단골 가게의 전화번호를 찾아야만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또 혹여 번호를 찾는 시간이 길어지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메뉴가 자장면에서 자장 라면으로 대체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자주 발생 될수록 번호도 누르지 못한 채 끝나 버린 현실에 점점 분노하게 되었다. 아니?! 왜 자장면을 시켜준다는데 먹지를 못하니?라는 듯한 아빠의 표정. 그때부터였다. 학교 가는 길에 있었던 단골 중국집 번호를 외우기 위해 매일 발끝을 세우고 목을 길게 빼고 서서 번호를 열심히 외우기 시작했던 것이.(2956라는 끝 번호를 자장면 머리에 이구 얼른 오융이라고 외웠다) 그리고 마침내 아빠가 우리 오늘…이라고 말해도 자장면이 내 앞에 올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아빠는 자주 먹지 않기 때문에 분명 잊어버릴 수 있는 번호임에도 불구하고 자장면을 먹기 위해 뼛속 곳곳에 번호를 세긴 딸의 모습에 커서 뭐가 되긴 되겠다며 기대감이 생겼다가 자장면을 시키는 나의 목소리에 바로 와르르 무너졌다고 했다


“아! 안녕하세요? 거기! 자장면 네 집이죠? 자장면 시키려고 하는데...”


번호를 외웠다는 뿌듯함과 내가 가족들을 대표해서 무언가를 주문했다는 뿌듯함 때문에 내 뒤에서 배를 움켜잡고 웃고 있던 아빠의 웃음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아빠가 울적하고 심심한 날에 중국집 번호를 누르게 되었다. 그 후로도 중학생이 될 때까지 자장면 네 집이 틀린 표현인지 모른 채 당당하게 단골 가게에 전화를 했다.


“거기 자장면 네 집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매일 만날 수 없고 만나도 아주 가끔 만날 수 있었던 자장면을 소중한 친구로 생각해서 자장면 네 집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이런 독특한 생각과 특이한 행동들 때문이었을까?


나에겐 지극히 정상적인 생각들이 남들에게는 비정상적으로 간주되었고 나 역시 그들과 어울려 사회생활이라는 걸 해야 했기에 정상적인 앞에 놓인 "비"를 지우려 안간힘을 썼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남과 다르면 큰일 나는 세상에서 남과 달랐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건 바로 우리 엄마. 엄마는 행동이 특이하다기보다는 입맛이 남과 달랐다. 남들이 들었을 땐 응? 뭐라고?라고 할 만한 그녀의 취향들.


예를 들면 시리얼이 우유를 머금다 못해 본연의 상태를 잊어버린 채 축 쳐진 상태로 우유에 둥둥 떠있게 되었을 때 숟가락을 들었다. 콜라는 어떤가? 남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는 김 빠진 밍밍한 콜라를 좋아해 큰딸이 먹으려고 사놓은 콜라를 몰래 뚜껑을 조금 열어놓고 냉장고 밖에 두곤 했다. 뜨거운 커피보단 설탕이 들어가서 헤엄쳐도 될 듯한 미지근한 커피를 즐겨 마셨다.


처음엔 나도 그런 엄마의 취향이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의 노래 한 장면처럼 딸들 위해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것처럼 느껴져 다 불은 시리얼을 싱크대에 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엄마의 표정이란…. 엄마는 싱크대 위에 떠내려가다만 몇 개의 시리얼을 보며 망연자실했다.


“내가 어떻게 불린 시리얼인데….”


그 모습을 보며 자장면이 싫다고 한 어머니는 정말 자장면은 좋아하지 않았고 오히려 남은 소스에 밥을 말아먹는 걸 더 좋아한 게 아니었을까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니 그런 입맛을 가진 엄마가 어떻게 요리는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남편과 아이들을 먹여 살리려고 어깨너머로 배운 요리들이 이제는 시간이 지나 그녀의 입이 아닌 손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게 아니었을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럼 엄마가 까치발 세우고 어깨너머로 배운 그 음식. 이제 며느리만 아는 그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소리 질러!! 엄마 나 배고파~


<닭 백기 들어 청기 들지 마 레시피>

닭 한 마리, 두부 한 모, 진간장, 다진 마늘, 청주, 굴소스, 후추, 멸치육수, 대파, 소금, 쌀뜨물

전라남도 닭 간장조림 (닭 백기)


양념장: 진간장 다섯 스푼, 다진 마늘 반 스푼, 청주 두 스푼, 굴소스 반 스푼, 후추 약간


1. 닭 쌀뜨물 씻어주고 끓는 물에 1분 정도 살짝 데쳐 흐르는 물에 헹궈 물기 빼둬라


2. 냄비에 대파 다진 마늘 넣고 볶다가 닭을 넣고 코팅하는 느낌으로 휘리릭 저어주고 멸치육수를 넣고 자작하게 해 15분 정도 익혀줘라~


* 여기서 잠깐!! 멸치 육수는 팔기도 하지만서도 멸치 한 6~7개 , 다시마 한 장, 무 반 개를 넣고 끓여도 된단다


3. 미리 만들어둔 양념장 넣고 색 입혀주고 두부 넣고 10분 정도 끓인 후 큼직한 대파 넣고 간을 봐봐


4. 간장으로 간을 다하면 색이 너무 진하니 색을 봐 가며 나머지 간은 소금으로 해라.


다음화는 자취생들의 인기메뉴

멸치 바사삭 볶음과 꽈리고추 볶음 임돠

전국의 자취생들 쏘리 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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