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엄마의 밑반찬과 요가
엄마는 오랫동안 요가원을 다녔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가 체지방 없는 몸과 구릿빛 피부를 갖게 되자 질투의 불꽃에 불타기 시작했다. 엄마도 하는데 더 젊은 나라고 못하랴 그렇게 젊음을 핑계로 난생처음 하는 요가를 인터넷으로 야심 차게 3개월 과정을 등록해 버렸다. 선천적으로 몸 자체가 굽혀지지 않는 통나무로 삼십 평생 살아왔다는 걸 통째로 잃어버린 채로 말이다.
누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요가를 등록하자마자 자신감이 차올라 엄마에게 3개월만 지나면 엄마를 뛰어넘겠다는 선전포고 형식의 메시지를 보내고 말았다. 어쩌면 요리솜씨는 엄마를 닮지 못했지만 운동이라면 후천적으로 열심히 노력만 하면 엄마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곧 아마추어의 패기 넘치는 문자에 답장이 왔다.
“드루와“
그렇게 엄마와 약속한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났고 들어가면 응당 조용하거나 명상소리만 들려야 할 요가원에 커튼을 찢어 갈기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렸다
"아아아악 선생님 안 돼요 이건 정말 안될 것 같아요"
그 소리는 마치 30년 넘게 나무처럼 땅에 꼿꼿하게 뿌리내렸던 팔다리가 지르는 아우성 같았다. 그 소리에 수강생들은 일제히 나를 쳐다봤고 그들은 두발과 팔이 만나 활처럼 휘는 쟁기자세를 하고 있었다. 반면 나는 두발을 잡지 못해 바닥에 파닥이는 생선처럼, 두 손을 허공에서 퍼덕거리고 있었다. 심지어 내 자세를 고쳐 주러 온 선생님은 내 얼굴을 보고 흠칫 놀라더니 조용히 내 근처에 놓여 있었던 요가링 두 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회원님… 화나신 건 아니죠?”
“네?”
선생님의 질문에 놀란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마치 시뻘겋게 익은 토마토와 같은 모습의 악귀가 거울 안에 서 있었다. 안 그래도 안면홍조증이 있었던지라 머리를 거꾸로 하는 자세를 하니 머리는 산발에 피가 얼굴에 쏠려 방금 누군가와 싸운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황급히 화난 게 아니라며 손을 저었고 선생님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었어요. 거울 좀 보고 하시라고, 봐요 억지로 혼자서 안 되는 동작을 하려고 하니까 얼굴은 벌게져서 인상을 쓰게 되고 몸은 더 경직돼서 더 뻣뻣하게 굳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럴 땐 도구의 도움을 받아도 돼요 그럼 다시~"
선생님의 조언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쟁기자세를 하기 위해 두 팔과 두 팔을 뻗었다.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내 두 손에 두 개의 요가링을 각각 끼워주었지만 요가링은 발에 닿기는커녕 허공에 몇 번 무빙 하더니 바닥으로 하강했다.
그 모습에 놀란 선생님은 3개월 차 회원이 이자세도 안 되다니 라는 표정으로 빠르게 두 개의 빨간 끈을 가져와 내 팔과 다리를 마치 끓는 물에 곧 들어갈 삼계탕을 다루듯이 묶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활처럼 휘어있는 자세의 고수들 사이에 웬 생닭 한 마리가 묶여있었다. 갑자기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붉은 얼굴이 더 붉게 달아올랐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당탕탕”
내 옆에 간신히 쟁기자세를 하고 있던 다른 수강생이 하나 둘 아이쿠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구르기 시작했고, 이어지는 도미노 행렬에 묻혀 생닭으로 간주되었던 내가 가장 오래 버티는 센 닭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 나만 힘들게 아니었구나 ‘
남처럼 안 돼서 도망치고 싶던 상황에서 갑자기 남들도 나와 같다는 걸 깨닫자 왠지 모를 희열이 느껴졌다.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아 다만 내가 포기했던 걸 남들은 조금 더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어.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두발을 놓치며 쓰러진 사람들이 오늘도 실패라며 까르르 웃기 시작했고, 웃음소리가 바이러스처럼 퍼져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 또한 바들거리며 잡고 있던 빨간 끈을 툭하고 내려놓고 아 이놈의 주인 말 안 듣는 몸뚱이!라고 외친 뒤 미친 듯이 웃었고 어떤 사람이 “여기 요가원 아니고 웃음치료원인가?”라고 묻자 그 말에 모두 맞다며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방울을 공중에 흩날리며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그들의 웃음소리에 마음대로 안 돼서 짜증 났던 내 일상도 어쩌면 같은 처지의 사람들 안에선 아무 일도 아니게 될 수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선물해 주었다.
하지만 깨달음은 깨달음일 뿐 온 힘을 쥐어짜듯 운동을 한 후유증으로 다음날 나는 그만 산 송장이 되어버렸다. 한심하게도 자기 몸인데도 다리조차 들지 못해 화장실도 못 가는 존재 말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몸은 산 송장이 되었어도 신체장기는 건강하다는 것이었다. 배고픔에 배 속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고 나는 겨우 다리를 질질 끌고 5분 거리에 있는 냉장고를 20분에 걸쳐 도착했다. 간신히 냉장고 문을 열어 두 번째 칸에 놓인 엄마표 애호박 볶음과 겉절이만을 손을 덜덜덜 떨며 꺼내 식탁 위에 올렸다.
그렇게 힘들게 식탁 위에 놓인 애호박볶음과 겉절이 뚜껑을 열었는데, 그 속에 너무나도 유연해 보이는 새우젓갈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 재료 속에 숨어있지만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새우젓갈의 모습은 가히 요가의 고수처럼 보였다. 그들은 3개월 넘어도 내가 하지 못했던 쟁기자세를 다양한 형태로 하고 있었다. 순간 새우가 너무 부러워졌다
“나도 새우처럼 유연하고 싶다. “
이제 부러워할 것이 없어서 새우를 부러워하다니, 부러움에 애호박 안을 가만히 쳐다보다 그만 새우젓 들이 어제의 나처럼 단체 요가 수련을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고 그 상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새우젓이 부러웠던 순간도, 글이 안 써져 며칠째 깜빡거리고 있는 커서도, 웃으면 갈비뼈가 나갈 것 같은 지금 내 모습도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엄마가 해준 음식은 몸도 내 맘대로 안 되는 심지어 새우마저 질투하는 나에게 네가 하는 그 고민은 하찮은 것이니 한번 크게 웃고 털어버리고 밥이나 먹어라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의 레시피
애호박 볶음과 겉절이 속에 수련하는 젓갈선생님을 만나러 가볼까요??
소리 질러 엄마 나 배고파!
호박에 줄 그으면 애호박 된다 볶음
1. 애호박 2개 반달모양으로 썰어라
2. 대파 반 개, 양파 반 개, 다진 마늘 반 스푼을 팬에 기름 한 스푼 둘러~
3. 대파와 다진 마늘 볶다가 썰어둔 호박과 양파 새우젓 반 스푼 투하 이때 매실 청 한 스푼 넣어주면 호박은 달달해지면서 새우젓 비린맛도 줄어든단다~
4. 호박이 투명해지거든 불을 끄고 참기름 반 스푼을 두르면 끝 간단하지?
Bonus 이제부터 겉절이처럼 아삭 할 내 인생
1. 알배기 배추 한 포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어슷 썰고
흐르는 물에 헹궈 천일염 반컵을 켜켜이 뿌려주어라
2. 물 세 컵을 부어 40분 중간에 위아래로 뒤집어 절인다음 두 번 헹궈 물기를 잘 빼주고 양념 만들어 버무려버려~
3. 양파 반 개 썰고 작은 마늘 8쪽 사과도 4분의 1쪽 새우젓 반 스푼 넣고, 믹서에 갈아줘
4. 매실청 2 스푼, 고춧가루 5 스푼 멸치액젓 3 스푼 넣고 섞어 잠시두면 양념이 부드러워 진단다~
5. 쪽파 반 줌 썰어 양념 넣고 살살 버무려주면 끝
엄마의 잔소리
밥은 절대 굶고 다니지 말고 꼭 챙겨 먹어라~엄마는 늘 그 걱정뿐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