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엄마와 여행
덜컹거리는 버스 안 엄마와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실눈을 뜨고 서로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두 사람 얼굴에 흐르는 땀들은 서로 금메달을 따기 위해 경쟁을 하는 수영 선수처럼 빠르게 흘러내리고 있었고, 평상시 엄마가 복 달아난다고 떨지 못하게 하는 다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쪽에서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엄마... 뒤 좀 봐봐! 진짜 우리 안 쫓아와?"
채근하는 내 목소리에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실눈을 조금 크게 떠서 버스 뒤쪽을 살짝 쳐다본 뒤 다시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응 안 쫓아오는 것 같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동넬 빠져나갈 때까지 너는 고개 들지 마"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쫓아올까 봐 차마 고개도 들지 못하는 부녀를 버스기사가 의심쩍다는 듯 거울로 힐끔 쳐다봤다. 버스 기사의 의심의 눈초리를 눈치챈 나는 얼굴을 빼꼼히 들어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봤다.
그런 내 표정에 당황한 듯한 기사 아저씨는 빠르게 버스 문을 닫고 그 동네의 마지막 정류장을 지나쳤다. 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라며.. 마지막 정류장을 빠져나올 때까지 15분. 남들에게 화장실 잠깐 들렀다 나오는 짧은 시간일지 모르지만 엄마와 나에게는 침을 넘기는 소리가 들릴까, 침도 삼키지 못해 결국 목구멍이 미라처럼 말라 비틀어 버린 시간이었다. 그때의 우리의 모습은 마치 두 번 마주치면 죽게 되는 존재에게 미친 듯이 도망치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랄까?
도대체..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건의 톱니바퀴는 일주일 전, 한 직원이 무료 숙박권을 양보한다며 직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분… 여기 좀 보세요 저 다음 주에 무료 숙박권 쓰려고 예약했는데 부득이하게 못 가게 됐어요 혹시 다음 주 부산 가실 분 있어요? 취소 변경 안 되는 예약이라 커피 한잔만 사 주시면 무료로 양도해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자신이 내야 할 위약금을 무료 양도로 탈바꿈하고 거기다가 커피 한잔까지 얻어먹는 계산을 한직원의 발상에 놀라서 보통이라면 끼어들지 않았을 대화에
나도 모르게 말을 얹었다.
"오~수진!!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군... 멋진 영업사원의 자세야"
"하하하.. 다 주임님 가르침 덕분이죠. 아 그러고 보니 주임님 연차 엄청 많던데... 부산 가실래요?"
부산에 가야 될 사람이 내가 될 거라는 상상도 못 한 채 던진 그 칭찬에 악마 같은 주임이 부산을 가게 된다면 이곳이 천국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술렁거림이 나에게 양보 표가 쏟아지게 만들었다. 주임님 좀 쉬셔야죠 얼굴이 핼쑥하다는 성화에 마지못해, "그럼 나랑.. “이라고 말하자마자 “저요”라는 대답이 아닌 악마에게 바쳐질 재물이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의 책상을 향해 의자 바퀴 굴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리고 사무실에 울리는 바퀴소리가 얼마 전 여행 가방을 질질 끌며 질질 짜고 집으로 돌아오는 엄마에게 전화하는 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날은 언니와 홍콩으로 여행을 갔다 한국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어 ~딸 언니랑 홍콩은 잘 갔다 온 거야?"
"음.. 마! 흑흑 그게... 아니야.. 그.. 그냥 다음번엔 우리끼리 여행을 가자!! 엄마랑 나랑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그냥 가는 거야!"
"언니랑 뭔 일이 있었길래.. 그려! 그러자! 까지껏 즉흥으로 떠난다면 엄마 따라오는 비구름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홍콩 여행은 언니와 둘만 떠난 여행이었다. 그리고 나의 여행 메이트 언니는 철저한 파워 계획형 J형에다가 여행을 업으로 하는 여행사 직원이었다. 그래서 그녀와 여행을 떠나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부터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모든 걸 계획표에 따라 움직어야 했고, 평소에 숙소에 누워있는 요양형인 나에게는 언니와의 여행은 벅차기만 했다. 거기다가 홍콩은 습하고 덥기까지 했다.
온몸의 땀을 흘린 채 혼을 반쯤 빼고 돌아다녀서였을까? 마카오에 배를 타고 들어가려면 여권이 필요하다고 언니가 바늘이 귀를 꿰매도록 말했었는데, 마카오에 가야 하는 그날 크루즈 매표소에서 여권을 호텔 금고에 고이 모시고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의 언니의 표정이란.. 네가 그런 앤 줄 알았지만 그래서 그렇게 말했는데 넌 역시 그런 애였구나라는 듯한 싸늘하게 변한 얼굴과 앞으로 완벽했던 자신의 여행이 계획표대로 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에 축 늘어져버린 두 팔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괜찮아... 동생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래 그럼 내일 가면 되지 마카오.. 그렇지? 그래.. 그래도 돼"
마치 나에게 괜찮다고 하는 말이 아닌 곧 터질 것 같은 자신의 심장에게 괜찮다고 설득하는 듯한 그 말투.
그리고 그때부터 언니는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니까 그때 네가 여권을 두고 와서, 왜 네가 어제 여권을…. 어쨌든 네가 그제.. 마카오를” 괜찮다고 말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던 언니와의 남은 여행일정을 힘겹게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나는 결국 처음 와본 홍콩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고 말았다.
"미안 홍콩아! 나.. 다시는 못 와. 이곳에서 너무 슬픈 사연이 생겼어"
PSTD 증상의 일종이었을까? 홍콩 여행을 갔다 온 다음부터는 철저하게 짜인 계획표를 보면 심지어 근무표를 봐도 숨이 턱 하고 막혀 왔고 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기분 따라 결정으로 가득 찬 여행을.
그렇게 예기지 않게 꿈꾸던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자 바로 떠오른 완벽한 여행 메이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엄마는 여행을 갔다 하면 항상 비가 왔다. 그래서 날씨의 요정이라 불렸는데 그래서 여행 계획을 쉽사리 정하지 못했다. 날짜를 정하면 그날은 여지없이 비가 왔기 때문에. 심지어 엄마가 떠날 땐 비가 안 오는 맑은 날이었더라도 갑자기 한반도에 태풍이 상륙했다. 그렇게 계획표만 보면 머리가 아픈 딸과 비가 와서 계획 자체를 세울 수 없는 엄마와의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갑자기 떠나서 하늘을 놀라게 해 주겠다는 엄마와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딸이 KTX역에서 모여 서로의 손을 꼬옥 잡으며 기억에 남는 여행을 만드리라 다짐했다. 다른 의미에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거라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To Be Continued...
나중에 등장할 눈물 젖은 멸치 레시피
먹고 싶은 사람 소리 질러~
엄마 나 배고파~~~
<이건 멸치 아니야 과자라고 불러줘 레시피>
1. 마른 팬에 잔 멸치를 볶아라 아! 멸치는 바구니에 한번 걸러 부스러기를 분리해 줘~
2. 아몬드도 같은 방법으로 볶아!
3. 팬에 기름 두르고 파 다진 마늘 고추를 살짝 볶다가 멸치와 아몬드 넣고 청주, 간장 약간, 올리고당 한 스푼을 넣고 잘 섞어줘라
4. 다 됐다 싶으면 통깨 퐉퐉 뿌리고 탈 수 있으니
불은 약불이로 마무리하렴 그럼 맛있는 반찬 완성!!
다음 편은 고추 무름이다 고추를 맵지 않은 걸로 잘 골라 볶아보자 파이팅!!!
해피 추석 보내시길 바라요~by 야초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