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똥 만한 용기와 꽈리고추처럼 알싸했던 여행기 2

8. 엄마와 여행기

by 야초툰

무계획이들도 배가 불러도 불쾌하지 않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기 위해 나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를 끌고 컨시어즈 데스크에 향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곳에 오면, 자신만의 맛집 리스트를 수첩에 적어 가슴팍에 숨긴 채 물어봐 줄 손님을 기다리는 직원이 있다는 것을. 맛집 위치와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은 자신만의 기술이자 서비스 점수 그 자체였기 때문에 동료와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마침, 멋지게 회색 정장으로 차려입은 직원이 데스크에 서 있었고, 나는 비밀 접선을 하듯 낮은 자세로 조용히 그에게 다가가 주변 맛집을 물었다. 그 질문에 직원은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집어 넣으며 속삭였다.


"부산은 염소고기가 아주 유명합니다. 염소고기로 유명한 제 인생 맛집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그럼 부탁합니다."

"바로 택시를 불러드리죠"


마치 비밀 업무를 공유하는 007 요원들처럼 그는 자신의 명함을 주며, 나중에 좋은 서비스 평가를 부탁한다는 듯 눈빛을 보냈고, 나는 서로 아는 사람끼리 굳이..라는 손짓을 보내며 그가 쥐어준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스치듯 본 그의 명함의 적힌 그의 성이 황 씨였기에, 친근함에 엄마에게 염소 고기를 추천해 준 직원의 성이 황 씨라고 말하니, 그렇다면 검색도 하지 말고 바로 가자며 황 씨 사위를 둔 황 씨 장모님과 함께 황 씨 직원이 불러준 택시를 타게 되었다.


그렇게 염소고기를 먹기 위한 우리의 여정은 번화가로 보이는 곳을 한참을 지나 점점 나무가 양옆을 가드 하는 언덕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덜컹덜컹 비포장 도로 위를 사막 투어를 하듯이 올라가는 택시. 시간이 갈수록 으슥해지는 산길에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엄마를 위로하기보다는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엄마! 이렇게 먼 걸 보니 부산 사람들만 가는 맛집인가 봐! 엄청 기대되네~하하하"

"그러니까.. 얼마나 맛있길래 벌써 기대되네”

"하하하하 그러니까 “


불안함 감정을 웃음으로 승화하며 어색한 로봇 연기를 하는 모녀에게 택시기사 아저씨가 안심하라는 듯 얼굴에 화색을 띄우며 말을 걸었다.


" 아 손님등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한 15분 뒤면 도착합니다~부산은 처음이신가 봐요"

"아 맞아요, 저희 딸이 2년 넘게 두바이에 있다가 얼마 전에 와서 특급 호텔에 들어갔는데, 무슨 숙박권이 생겨서 이렇게 부산까지 오게 되었지 뭐예요 “


부산은 처음이세요?라는 기사 아저씨의 말이 어째서 내 두바이 이야기로 이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대답에 기사 아저씨도 이에 질세라 자식 자랑을 시작했다.


"아 그러세요? 이런 우연이... 저희 아들도 스위스 호텔 학교에 유학 갔다가 얼마 전에 귀국해서 부산에서 제일로 유명한 호텔에서 일하고 있어요 어릴 때는 속 꽤나 썩이더니 이제는 아주 다 키웠어요 하하하"


"제 딸도 어릴 때는 어휴 말도 마세요. 어릴 때에는.."

"그러니까요 제 아들도 어릴 때에는.."


칭찬과 험담을 넘나드는 대화와 언덕을 넘고 내리다 보니 기사 아저씨는 다 왔다며 간판도 없는 허름한 남색 기와집 앞에 차를 댔다. 딱 봐도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예전에 할머니가 살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기와집의 외관에 엄마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당황하고 있었는데, 기사 아저씨가 먼저 차에서 내려 대문도 없는 기와집을 향해 외쳤다.


"당신~ 나와봐 손님 왔어!!"

"아 네~"

당신이라니.. 그럼 부부? 염소고기 맛집이 여기?? 그 순간 갑자기 카드 단말기 옆에 쓰여 있는 택시기사 자격증에 적힌 기사님 성함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황 XX. ”


마지막 퍼즐이 맞혀지듯이 의심스럽게 흩어져있던 퍼즐조각들은 사방에서 내 머릿속으로 모여 들어왔다.


그러니까... 택시 기사 아저씨의 아들이 우리를 안내한 특급호텔 컨시어즈 직원이고, 엄마가 염소고기 맛집 사장? 그래서 인생 맛집이라는..? 혼돈의 상황을 뒤로한 채 나는 택시 아저씨는 빨리 내리시라며 채근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택시에서 엄마와 내리게 되었다


식당이라기보다는 허름한 시골집 심지어 창호 문에 구멍이 뚫려 양쪽의 나무 문이 닫히지 않은 채 삐걱삐걱 대는 소리를 내는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마침 해질 무렵이라서 그런지 그 방에 안내되는 우리가 마치 자신의 무덤에 자기 발로 들어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엄마도 스산한 내 얼굴을 보고 불안한지 연신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들어선 황톳방에는 한자가 잔뜩 적힌 6쪽 나무 병풍과 우리가 첫 번째 손님인 듯 새하얀 비닐이 쓰인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정신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나부끼는 풍선인형처럼 흔들리며 간신히 자리에 앉는데, 다짜고짜 주인아주머니가 병풍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아니!! 삼촌 빨리 나와요! 손님 왔어요! “


그 소리에 병풍이 살짝 흔들리더니 누워있었던 삼촌의 그림자가 부스럭 거리며 일어나 머리를 긁으며 어기적 거리며 병풍 사이로 빠져나갔다. 그의 모습에 놀란 나와 엄마는 온몸이 잔뜩 굳은 채 삼촌이라는 분이 나간 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문은 닫히지도 않는지 바람에 끼익 끼익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다. 마치 우리의 지금의 상태처럼. 그 옆에 방금 전 소리를 지른 뒤 어색하게 서 있던 주인아주머니가 새 하얀 테이블에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는 듯 황급히 나가면서 수줍게 말했다.


"제가 장사는 오늘이 처음이라.."


이해해 달라며 말이다. 응? 유명한 맛집이라며 오늘이 처음일 수가 있나? 순식간에 폭풍이 몰아치는 당황스러움과 전설의 고향에서 나올 것 같은 집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저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을 때 엄마는 나를 툭툭 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튀자! “

"응?"

"튀자고! 아무래도 여기서 먹다간 체할 것 같아!"

“어.. 어? 그.. 그래!"

그러니까 음식점에 들어가면 무조건 주문해야 하고 옷가게에 들어가면 반드시 옷을 사고 나와야 하는 엄마와 나였지만, 무엇을 먹어도 급체할 비상상황이 되자 소심했던 몸짓이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문을 거칠게 밀고 뒤를 돌아보지 못 한채 신발을 들고 미친 사람처럼 뛰쳐나왔다. 다행히 아직 눈치채지 못한 주인아주머니와 삼촌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삼촌 제가 메뉴판부터 만들라고 했잖아요 손님들한테 메뉴판을 줘야 할 것 아니에요! 이게 무슨 창피예요"


그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몇 분이나 더 뛰었을까? 엄마와 나는 나오자마자 들고 있던 신발을 신고 그냥 앞만 보고 뛰었다. 누군가가 무섭게 쫓아와 우리의 목덜미를 잡을 것 같은 느낌에 앞만 보고 뛰었던 것 같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아무 버스나 타고 숨죽인 듯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제발 우리를 이곳에서 탈출하게 해달라고 빌면서... 그렇게 시내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을 때, 시내 택시를 겨우 잡고 묵었던 호텔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호텔 방문을 열고 나서야 엄마와 나는 숨을 크게 뱉을 수가 있었다. 마치 쇼생크의 탈출을 방불케 한 우리의 탈출기에 황당하기도 하면서 긴장이 풀려서 인지, 배가 밥 달라고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하하하 엄마 부산 와서 우리 같은 이런 경험 한 사람이 있을까?"

"딸아 다른 걸 다 떠나서 엄마는 비가 안 와서 좋아했더니 땀이 비처럼 쏟아졌구나"


흥건히 젖은 양쪽 겨드랑이를 보여주며 엄마는 이를 들어내며 웃었고, 나는 계획 없이 시작한 여행에서 계획 없이 당했다며 깔깔깔 대며 웃기 시작했다.


얼마나 웃었을까? 나는 풀린 다리로 겨우 터덜터덜 일어나 미니바에 있는 컵라면 두 개를 뜯어 성난 배들을 달래기 위해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리도 문뜩 분명 방금 전까지 해도 저녁메뉴로 진수성찬을 꿈꿨지만, 결국 컵라면인 이 상황에 갑자기 뜨거운 것 가슴에 욱하고 끓어올랐고, 상황을 이렇게 만든 그 직원이 원망스러워졌다. 내일 가만 안 두겠다고 화를 내는 내게 엄마는 괜찮다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돌돌 감싼 검은색 봉지를 꺼냈다.


"아서라! 그 직원이 틀린 말 한건 없지 않아? 엄마의 집밥이 인생 맛집이라는데 맞잖아 얼마나 엄마를 응원하고 싶었으면 그랬겠니? 너라도 그랬을 거야"

"그래도... 엄마 이건..."

"됐다 하나의 추억 만들었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자"


엄마는 괜찮다고 말하며 검은색 봉지에서 하늘색 뚜껑이 덮인 두 개의 반찬통을 꺼냈다. 멸치 볶음과 고추 무름이었다. 딸과 같이 맥주 안주 하려고 만든 반찬을 컵라면과 먹게 될 줄 몰랐다면서 엄마는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반찬 뚜껑을 열자, 땀을 식히기 위해 킨 에어컨 바람을 타고 엄마의 음식 냄새가 내 코를 달큼하게 찔렀다. 그 음식 냄새에 나는 이미 허공에 라면에 과자처럼 바싹한 멸치 한 숟가락, 라면을 국물에 흠뻑 적신 뒤 고추 무름 몇 개를 얹어 한 숟가락을 먹고 있었다.


그 순간 직원에 대한 원망이 씻은 듯 사라졌다. 어쩌면 나 역시 남들이 보면 라면과 멸치 볶음 고추 무름이 무슨 맛집이냐고 따져 묻는다 해도 뭐니 뭐니 해도 내 인생에는 최고의 맛집이라며 내 양손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할 것이었기 분명했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도 엄마와 나는 여행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멸치똥만 한 용기로 떠났던 여행이 고추처럼 알싸하게 변했던 부산 여행을 떠올리며 겁에 질린 서로의 모습을 흉내 내곤 한다.


"사실 엄마가 나보다 더 심하게 다리 떤 거 알지?"

멸치볶음과 함께하는 고추 무름!

먹고 싶은 사람 소리 질러!!

엄마 나 배고파!!

1. 어린 고추 크게 두 줌 집어서 흐르는 물에 씻어 버려


2. 멸치액젓 진간장과 매실액을 한 큰 술씩 양파 1/4 쪽, 마늘 세 쪽을 슬라이스 하고 고추에서 물이 나오니까 물은 세 스푼 넣고 냄비에 쪄줘라


3. 골고루 익도록 중간 불에 약 6분 정도 저어주다가 불 끄고 2분 뜸 들여줘라.


4. 어느 정도 미지근 해졌을 때 고춧가루 반 스푼, 참기름 반스푼 추가하고 마지막에 깨소금은 약간 으깨듯이 버무려줘 그럼 끝 맛난 고추 무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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