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가지게 토마토
의사 선생님 두 명이 나를 진료실이라는 곳으로 데려갔다. 컴퓨터는 한 대, 앉아 있는 사람은 세 사람.
어색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안경을 쓴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분이 옆에 어리숙해 보이는 남자 의사를 펜으로 꾹꾹 찔렀다.
그 남자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인턴처럼 보였다. 나는 슬의생을 애청한 시청자로서, 그들의 관계를 한눈에 파악했다.
"보호자님, 이제 보호자님이 환자분에 대해서 잘 알려주셔야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네? 네."
남자 인턴과 나는 마치 연극을 하는 사람처럼 주어진 대사에 답을 주고받았다.
"환자분의 키와 몸무게는 어떻게 되시죠?"
"아. 191에 1**킬로요."
"환자분이 큰 수술을 한 적이 있나요?"
"아, 13년 전에 손가락 봉합수술을 한 적이 있어요."
"병원이 어디였죠?"
"병원 이름이요? 그게.. 그때는 여자친구여서, 민성 성민 병원 그런 이름이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나요. 기억나는 건 검은색 거머리를 손에 붙이고 있다는 것뿐."
"아, 네. 그러시군요. 혹시 환자 분 다른 질병을 갖고 계신 게 있나요?"
"저희 남편은 유당불내증이 있고요. 치질도 있는데, 혹시 발에 무좀도..."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모르는 보호자와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는 인턴과의 만담이 이어지고, 이를 지켜보는 여자 선배의 시선이 날카롭게 남자 선생님께 날아와 꽂혔다. 순간 이상했다. 이런 건 남편에게 물어봐도 되는데 굳이 나를 붙잡고 계속 물어보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계속 묻는 질문에 이노무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여자 선생님은 그런 내가 화가 난 줄 알고 다정하게 나에게 말했다.
"중환자실은 의식이 없으신 분이 80프로 이상이라, 보통 저희는 보호자님께 정보를 얻어요."
아, 그렇겠구나. 나에겐 만담처럼 느껴졌던 이 질문이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라니. 그래서 모든 질문에 땀을 삐질 흘리며 대답했다. 다행히 모든 절차가 다 끝났다고 말했다. 그들은 일어나려는 나에게 중환자실 물품이라는 종이를 나에게 건넸다.
"중환자실에서 필요한 환자 물품이에요. 이건 보호자님이 사다 주셔야 해요."
다행이었다. 무엇이라도 남편에게 건넬 수 있어서, 사 오라는 물품을 사서 건네는데 남자 인턴 분이 정해진 대사처럼 나에게 말했다.
"중환자 실은 면회가 11시부터 11시 30분까지 하루에 한 번 가능하세요. 내일 오실 거요?"
"네? 아 네."
하루에 한 번, 그것도 30분 밖에 안 된다고? 몰랐던 사실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병원의 풍경은 보호자가 간이침대에 누워서 환자를 상태를 지켜보고 음료를 까주는 모습이었는데. 역시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시간도 벌써 저녁 7시였다.
아침부터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잘할 수 있다고 다짐해서 기껏 링 위에 올랐더니 어퍼컷을 맞고 쓰러졌다 깨어난 선수처럼 정신이 멍했다. 택시를 탔다. 눈을 감았다. 오늘 나에게 일어난 일을 떠올려 보았다.
아침에 남편이 구급차에 실려갔다고 전화를 받았지. 그리고 병원에서 폐혈전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하루 종일 보호자를 부르는 소리에 혼이 나가있었지. 이러다가 둘이 왔다가 혼자가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고. 그 와중에 남편 회사 팀장이 전화를 했고, 내일 남편이 나올 수 있냐는 다그침에 내일은 어렵고 일주일 정도는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 오 나 결단력 있었어. 그래, 그런 다음에 아. 소변통. 나는 소변통에 담긴 소변을 버리면서 메모장에 뭘 적었는데. 뭘 적었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때는 그 순간 떠오르는 감정을 모두 적어야겠다고 생각하다. 그래서 핸드폰 메모장을 꺼냈다. 급하게 쓴 메모장은 지금 봐도 처량했다.
감상에 좀 젖어 있으면 안 되었던 걸까? 카톡 메시지가 요란하게 울렸다. 남편이었다. 혼자 집에 가는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계속 잘 들어가고 있냐고 물었다. 내가 답장을 쓰고 있는데도 계속 메시지가 도착했다. 여전히 말이 많구나. 보통 때라면 이렇게 말이 많은 게 귀찮았을 텐데. 지금은 고마웠다. 정신을 잃지 않고 버텨줘서. 괜찮다고 나에게 말할 수 있어서. 그 안에서 깊은 슬픔에 잠식되지 않아서 나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내는 게 아닌가 싶어서 답장을 보냈다.
"그만 떠들고 이제 좀 자."
간호사분에게 물어보니, 젊은 사람이 폐혈전증이 걸리는 건 흔한 증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보통은 수술을 받은 환자나 장기간 비행기를 탄 사람에게 발병되는데, 보통은 계속 앉아 있는 (12시간 이상)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연속으로 많이 보기 때문에 무섭기도 하더라고요. 폐혈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서울 아산병원 질병 백과에서 발취한 내용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제가 들은 바에는 다리에서 올라가 폐에 혈전이 올라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옛날에 발을 떠는 게 복 달아나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간단한 운동으로 좋고. 자기 전에 다리를 거꾸로 올려 벽에 두고 있는 것도 폐에 혈전이 생기는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하셨어요.
폐혈전증 : 폐 혈전색전증은 다리에 있는 굵은 정맥에 생긴 핏덩어리(혈전)가 떨어진 후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가느다란 폐동맥 혈관 가지를 막음으로써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폐동맥 가지가 핏덩어리로 막히고 막힌 부위에 공기가 들어와도 기체 교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핏속의 산소가 부족해집니다. 그리고 폐순환 중 오른쪽 심장에서 피를 보낼 때의 저항이 높아져 심장에도 부담이 가해집니다.
증상
폐 혈전색전증의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편은 폐에 혈류가 안 통하니 가슴이 싸한 느낌과 함께 걷기만 해도 숨이 차고 호흡이 가빠졌다고 합니다. 빈혈도 동반했데요.
① 흉통, 호흡 곤란이 있습니다. 객혈은 환자의 20%에서 관찰됩니다.
② 폐색전증 환자에서 객혈은 폐경색을 의미합니다. 이는 발열의 원인이 됩니다.
③ 흉골하 혹은 명치끝 통증은 우심실의 심장내막하경색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④ 심한 곤란 상태일 때는 수축기 혈압이 100mmHg 미만이며, 맥박 수가 혈압을 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