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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화
매일 글 쓰는 사람의 글이네요
#4 씬디로운 쓰기생활
by
씬디북클럽
Jul 15. 2022
말과 글은 다르다.
글은 말보다 훨씬 강하다.
연핑크 수채물감 같은 좋은 말을 글로 옮겼더니
사르르 예쁜 색깔로 번져간다.
뾰족한 바늘 같은 나쁜 말을 글로 옮겼더니
날카로운 칼이 되어 심장에 박힌다.
"너 관종이야."
"그 사람들이랑 평생 갈 것 같니?"
"네가 쓰는 글 아무도 관심 없어."
첫 번째 문장. 단어의 어감 상 긍정적이지는 않으나, 좋아요를 비롯한 좋은 말들에 기분 좋은 나. 힘들지만 어느 정도는 인정.
두 번째 문장. 평생을 함께 하자 아무리 약속하고 맹세해도 그러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 누구와도 평생 가자고 안 한다. 평생 갈지 안 갈지 그들도 나도 시간을 두고 지내봐야 아는 거니 큰 공격력은 없다. 문제는 세 번째 문장.
세 개의 문장을 뱉던 순간의 마음이 지금도 유효한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나 역시 뱉어 놓았던 말들로 여전히 괴롭고 힘들고 죄스러운 때가 있으니. 그런데 세 번째 문장이 계속 맴돈다. 머릿속을 헝클어뜨린다. 그리고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만든다.
쓰는 일이 늘 두렵고 겁이 난다. 자판을 두드리다가 지우고 쓰다가 지우고 올릴까 말까 계속 망설인다. 그냥 쓰자라고 마음먹기까지가 참 힘들었었는데. 쌓아온 마음이 한 번에 무너져 내린다.
그러던 중 은유 작가님의 책에서 문장 하나를 찾았다.
"매일 글 쓰는 사람의 글이네요."
매일 sns에 올리며 글을 쓰지만, 매일 주저하고 망설인다. 쑥스럽고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쓰기로 한다. 저 문장으로 다시 용기를 내 본다. 안 쓰고 안 부끄러운 것보다 쓰고 부끄럽기를 택한다.
매일 쓰는 글 특유의 맛. 비 오는 날 후루룩 부드럽게 넘어가는 멸치육수로 우려낸 국수의 맛이면 좋겠다. 누군가가 면치기를 하며 맛있게 먹고 내게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씬디 님의 글은 매일 글 쓰는 사람의 글이네요."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한껏 헝클어진 실타래의 끝이 보인다. 나는 그 끝을 잡고 살살 풀어보려 한다. 그 한 가닥을 잡는 손끝에 용기를 더해 본다.
쓰기의 말들, 은유, 유유,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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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엄마가 아닌 시간이 나를 만든다
저자
책 원서 꽃 커피에서 행복을 찾는 4시 44분의 그녀 <사랑이라는 시절> 에세이 출간 <엄마가 아닌 시간이 나는 만든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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