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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와 사십춘기

#6 씬디로운 모녀생활

by 씬디북클럽

Q : 중2는 어떤가요? 사춘기의 정점을 찍고 있나요?

A : 글쎄요. 주로 방문을 닫고 들어가 얼굴 보기가 힘들지요. 하지만 거실로 나와 재잘재잘 얘기도 잘하고, 한 번씩 이쁜 짓도 합니다. 오르락내리락 딱 그때의 제 모습이 보입니다... 아, 지금의 제 모습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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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얘길 나눈 적이 있다. 딸은 3-4학년 때가 자신의 사춘기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땐 모든 것들이 다 마음에 안 들고 짜증 나고 그랬다고 했다.

그때의 딸은 아디다스 삼선만 입고 신고 걸쳤었다. 양갈래 묶음 머리가 조금이라도 한쪽으로 치우치면 바로 풀어버린 기억은 있다. 그래도 그냥 언제까지나 나의 작은 아기로만 기억되었었는데. 그때 그 작은 마음 안에 사춘기라는 것이 시작되고 있었구나. 봉오리가 피어나고 있었구나.


엄마는 그때 사십춘기가 시작되었었지. 결혼 10년 차 부부들이 그러하듯 이런저런 크고 작은 투탁 거림이 있었지. 그런 엄마에 힘이 되는 다른 곳에 온통 정신이 나갔었고, 그런 엄마 때문에 아빠는 화가 더욱 많이 났었고. 그때 엄마 아빠 다투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텐데. 그때 우리 딸은 얼마나 속상했을까. 힘들었을까. 아팠을까. 아픈 중에도 피어나고 있는 꽃봉오리는 얼마나 위태위태했을까.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오래간다고들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아직도 남매는 가끔씩 엄마 아빠 싸우던 얘길 꺼낸다. 쥐구멍 찾고 싶게끔 부끄럽다. 나쁜 기억을 싹 지울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의 좋은 기억들로 조금씩이나마 옅어지게 해주고 싶다. 그럴게. 엄마도 아빠도 그럴게.


Memory는 기억. Memories는 추억. 기억들이 추억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그럴게.




첫 학교 시험을 마치고 첫 성적표를 받아 든 딸과의 대화 끝에, 이번 방학에도 역시 학원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밀리기만 하는 온라인 학습도 그만 두기로 했다. 딸은 본인 스스로에게 정신을 차린 기회라고 생각한단다. 약했다고 생각한 세 과목의 문제집을 직접 골랐다. 엄마는 영어문제집 한 권을 골라 주었다. 얇은 문제집을 짧은 방학 동안 같이 끝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엄마는 이번 여름 방학에 <완경 선언> 책을 시작하기로 했다. 어서 와 기다렸어 반기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왔구나 잘 지내보자 해야겠다.

사춘기도 사십춘기도. 우리 함께 지나가자.

오르락내리락 웃었다가 울고, 싸웠다가 풀어보자.

그렇게 뭐든 다 함께 해 보자.




완경 선언, 제니퍼 건터, 김희정 외 옮김, 생각의 힘,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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