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이나 수련회를 가면 꼭 있었던 장기 자랑. 무대 위에 올라와 다양한 끼를 발산하던 친구들. 나는 그 가운데서도 춤 잘 추는 친구들에게 눈을 떼지 못했었다. 평소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던 아이, 매일 선생님께 혼나던 아이가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모습이란. 너무나 멋지고 매력 있어서 반할 정도였다.
나는 할 수 없는 것.
나는 감히 시도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것.
춤이란 것은 내게 그랬었다.
"운동화 사이즈 몇 신어요? 230?"
아파트 단지 관리동의 체육시설. 구경만 하고 갈까 하고 쭈뼛거리던 내게 운동화 한 켤레를 툭 건네신 분. 그분과 어느새 6년째 매일 저녁 만나고 있다.
그분은 그동안 자신만의 공간을 새로 구축하셨다. 나는 그동안 천천히 나만의 바디라인을 새로 구축해갔다. 배와 팔뚝을 용기 내어 드러냈다. 거울에 비친 내 몸 선을 살폈다. 음악에 맞추어 내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틀리면 어때. 창피하면 어때. 그냥 하는 거지.
연말 파티에 무대에 올라가고 (와~)
댄스 배틀도 하고 (정말?)
2개월 무료 수강권의 절반도 획득했다. (꺄아악~)
채널을 돌리다가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또는 플라이 투 더 댄스 재방을 하면 멈춘다. 음악에 맞춰 당당하고 자신 있게 몸으로 말하고 표현하는 그들. 멋지다.
춤은 또 하나의 언어. 그 언어 생활자가 되려 한다.
쭈뼛쭈뼛 처음 시작할 때의 긴장감. 음악이 시작될 때의 기대감. 마음에 드는 춤 선을 만들 때의 뿌듯함. 살짝 마음에 드는 몸 선을 만들 때의 성취감.
그 모든 감정들을 모아 오래오래 꾸준히 계속 몸을 움직이고 싶다. 내 몸을 관찰하고 말을 걸고 사랑해주고 싶다. 더우면 귀찮고 추우면 움츠러들지만, 오늘도 다시 으쌰 하며 운동화 끈을 동여맨다. 나만의 언어를 표현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