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씬디로운 혼영생활
영화 초반 이 대사를 들으며 생각했다. 집에 가는 길에 각본집을 사야겠어.
구매할 결심.
봐야지 봐야지, 미루다 미루다, 상영관을 찾고 찾아서 모처럼 나선 혼영 길. 러닝타임 138분 왕복 운전 140분. 차가 밀려 결국 한 극장 상영 시간을 놓치던 상심.
곧이어 다른 극장을 찾아낸 뚝심.
탕웨이의 한국어 대사는 자막 처리했으면 싶다가, 자막이 없으니 오히려 눈과 귀를 더 열고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처럼 듣는 중국어 발음의 아름다움.
중국어 전공자의 자부심.
'색, 계'에서의 소녀와 요부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었던 탕웨이. '연애의 목적'의 지질한 변명과 '괴물'에서 화염병 던지던 카리스마 눈빛을 볼 수 있었던 박해일. 우리나라는 여러 명품 배우 보유국이라는 자긍심.
생각지 못했던 카메오들과 싱크로율 200%의 찰진 연기들. (ㅈㅅㅈ 변호사님 왜 거기서 나와.)
들른 극장에서는 이제 포스터조차 내려 인증숏 하나 찍을 수 없었다. 조만간 결제로 구매해서 다시 볼 것이다. 각본집을 곁에 두고 넘겨가며 자세 자세. 각본집 대본집이라는 저작물에 대한 호기심.
'아가씨' 이후 두 번째로 좋아하게 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생긴 오늘. 곳곳에 숨겨진 복선 은유 비유.
보고 또 볼 결심.
한산도 앞바다를 호령하던 장군님부터 안개 낀 이포 바닷가 해 질 녘의 모습까지. 올여름 바다는 이 배우가 다 했구나 싶어 문득 찾아본 한자는 바다 해 海 날 일 日이었다. 올여름 영화계의 중심이자 핵심.
p.s.
1) 개인적으로는 영화-각본집-다시 영화의 루틴을 추천.
2) 주말 등산 후 정말 맛있는 초밥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