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처럼 커다란 챙이 달린 양면 모자가 맘에 꼭 들었다. 좋아하는 색깔로 구매하고 어울릴만한 색깔의 옷을 찾았다. 연핑크 여름 원피스가 무려 다섯 벌이나 있을 줄이야. 나도 참.
좌르르 옷걸이에 걸어보니 정말 비슷비슷하다. 딸아이가 입을 가릴 만하다.
두꺼운 허벅지와 두툼한 뱃살을 가려주는 긴 길이감의 원피스, 살이 조금 빠졌을 때 날씬해 보여서 무리해 구입한 라인이 예쁜 원피스, 까슬까슬한 카디건과 같이 입으면 에어컨 추운 카페에서 딱 좋은 민소매 원피스, 너무 편해서 동네에서 막 입으려고 네이비색을 샀다가 핑크도 마음에 들어 같이 산 원피스, 그리고 몇 년 전 동기 결혼식을 위해 구매한 여성스러움의 최대치 레이스 원피스. 완벽하게 완전히 다른 옷들이다.
핑크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연분홍 색, 인디 핑크 컬러를 좋아한다.
아주 어렸을 때는 파랑 초록을 좋아했다. 치마보다는 바지를 주로 입었다. 대학 가면 살 빠진다, 스무 살은 다 예쁘다는 말은 내게 해당되지는 않았다. 나는 평생 날씬한 적이 없었다. 뚱뚱한 적도 없었다. 여성스러운 핑크는 나의 색깔이 아닌 것 같았다. 분홍색은 포동포동 돼지 같아 보일 것 같았다.
내가 못 입는 핑크색을 딸아이에게 입혔다. 원피스 바지 모자 카디건 구두 운동화 레깅스 머리핀으로 핑크 공주로 만들었다. 핑크 엄마는 못 되더라도 핑크 공주의 엄마는 될 수 있겠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여름 연핑크 여름 원피스들
"핑크색이 잘 어울리세요."
작정하고 핑크색을 좋아하기로 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옷 립스틱 귀걸이 다이어리 텀블러 등 핑크색 아이템들에 눈이 가고 손이 간다. 연한 핑크는 선명하고 확실한 느낌은 아니다. 찐한 핑크보다는 새들새들한 느낌이다. 뭔가 다소곳해지고 조심스럽다. 핑크 아이템을 착장 하면 말도 행동거지도 조신해진다.
예쁜 핑크가 어울리는 사람. 핑크색 아이템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 말도 행동도 핑크 같은 사람. 그리고 순하고 부드러운 딸기우유 같은 분홍빛 마음을 가진 사람. 오래오래 핑크레이디로 남고 싶다.
나를 예쁘게 바라봐 주던 너.그 언젠가 여름날의 우리.
핑크공주, 빅토리아 칸 엘리자베스 칸 지음, 정준형 옯김. 딸아이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공주 책들 중 한 권. 이 책을 보더니 꺄아악 좋다며 두손으로 입을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