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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나 Nov 25. 2023

이게 내 천성이었다니

과거의 흔적에서 찾은 충격적인 사실


며칠 전, 예전에 쓰던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충격적인 글을 발견했다. 그건 거의 10년 전의 내가 쓴 글이었는데 그 당시 나의 고민과 내적 갈등에 대해 토로하고 있었다. 그 글이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그 고민과 내적갈등이 지금과 전혀 다를 것 없이 완전히 똑같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때의 글이 지금 내 마음을 더 면밀하게 표현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뭘 충격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시절이라고 하지 않나. 심지어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이 10년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은 성장과 변화가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런 추상적인 고민이 아예 똑같을 수가 있는지. 그때와 지금은 상황도 너무 많이 다르고 일단 내가 겪은 경험과 마음가짐 자체도 다른데 말이다.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이 지금의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내 천성이었다고 생각하니 놀랍고 한편으로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나는 그럼 1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그런 선천적인 걱정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그 글을 보고, 나는 지금의 이 고민과 불안이 참 부질없다고 느끼는 동시에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후자의 감정은 허탈해질 정도로 막막한 것이었지만 내가 이전에 에세이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하여>에 쓴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차라리 미련을 놓기가 수월해졌다. 어쩌면 나는 10년 뒤에도 똑같은 고민과 갈등에 시달릴 수도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나는 그것들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하나의 근거를 찾게 되었으니 너무 그 걱정에 매이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내가 취향도 사고방식도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안의 근본적 구조는 그런 대대적인 리모델링에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허무한 마음도 들었지만 곱씹어 생각하다 보니 내심 약간 기특하기도 하다. 나로서의 뭔가를 잃지 않고 갖고 있다는 게 은근히 소중한 느낌도 있으니까. 그게 긍정적인 부분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걱정과 고민도 어쨌거나 나를 이루는 요소니까 그냥 그 한결같음에 초점을 맞춰보는 것이다.


이렇게, 의외로 나는 꽤 한결같은 사람이었다는 결론으로 이 충격을 정리하면서 나의 선천적 고민들도 함께 넣어둔다. 익숙함에 길들여져 무심코 지나치지만 사실은 아주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나의 일부분들이 더 있지 않을까? 다음에는 고민과 걱정이 아닌 마치 추억과도 같은 애틋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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