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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은 May 10. 2024

불안한 예감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가득한 화면

오빠에게 큰 빚 없이 마무리된 건 우리 가족에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오빠가 형부에게 돈을 빌릴 때 ‘다시는 투자하지 않기’가 조건이었다. 하지만 빌린 돈으로 한 번 더 투자해 상황을 해결한 건 형부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평소 처가댁에 다정하던 형부는 “처남은 나랑 한 약속이 장난이야? 실망이 크다.”라며 생전 보지 못한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오빠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본인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기적이게도 부모님과 나, 언니는 우선 오빠의 일이 해결된 게 중요했다. 형부의 마음도 이해가 됐지만, 잘 풀린 게 어디냐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했으니 믿어주자고 했다. 형부는 석연치 않아 했지만 장인, 장모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가족이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니 제주도 여행 때 얼굴이 흙빛이었던 오빠는 표정도 밝아지고 일도 다시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전보다 솔직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고, 우리는 어두웠던 오빠 사진을 보며 놀릴 정도로 그 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섯 달 정도 지났을까. 오랜만에 우리 집에 가족들이 다 같이 모였다. 오빠는 그날따라 유독 휴대전화를 자주 확인했다. 직업 특성상 문의 연락이 자주 오기는 하지만, 시선이 가족 아닌 휴대전화에 가 있는 걸 보고 답답함을 느꼈다. 이야기를 해볼까 하다가 문득 지난날이 떠올랐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식탁에서 주방으로 컵을 가지러 가는 척하며 오빠의 휴대전화를 몰래 보았다. 화면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가득했다. 주식 앱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선 침묵했다. 언니네 부부와 오빠가 가고 나서 고민하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엄마와 아빠 옆에 앉았다.


“엄마, 아빠. 오빠가 다시 하는 것 같아.”   

- “뭐를?”

“저번에 한 거. 주식..”


엄마는 매우 난처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봤다. 평소 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는 아빠는 미세하게 찌푸리며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엄마는 어떻게 해서든 본인의 아들을 보호하고자 우선 지켜보자는 말만 반복했다. 당장이라도 전화해서 화를 내는 게 맞을 거로 생각했는데. 엄마는 늘 그렇듯 아들을 감싸기 바빴다.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눠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느끼고 방으로 돌아왔다. 언니에게 카톡을 보냈다. 형부가 알게 되면 다시는 오빠를 보지 않게 될 거라고 했다. 나에게 언니는 직접 확인해 보고 이야기 해 줄테니 막내인 나는 너무 신경 쓰지 말라며 나를 안도시켰다.


하지만 난 그날 밤 오빠가 했던 앱을 찾아보느라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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