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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LONDON #1

by 이 은

내 생애 첫 유럽 도시라 그럴까, 아니면 24시간 만에 도착해서일까.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건물들. 가끔 한국에서 매력적인 카페를 가면 사람들이 유럽풍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영국의 건물은 느낌 자체가 달랐다. 건물만 달랐냐고? 아니, 나무도 달랐다. 모든 게 다 달라 보이는 이 도시가 나의 마음을 잔뜩 흥분시켰다.

런던의 풍경

도착한 첫날, 지하철을 타고 첫 숙소로 향했다. 이 숙소는 공용 공간이 있고 방을 각각 나눠서 쓰는 형태였다. 런던 도시에 한눈을 파느라 숙소에 관해서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웬일. 생각보다 공간이 좁고 허름했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하지만 이틀 정도 머물고 카디프로 넘어갈 계획이었기에 금방 적응했다. 캐리어를 펼 공간이 있고, 편히 잘 침대가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런던에서 첫 끼는 쌀국수와 분짜였다

우리는 바로 옷을 갈아입고 시내로 향했다. 혹시 영국 음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국 음식은 맛있는 음식이 거의 없는 걸로 유명하다.(맛없다고 표현하기에는 영국인들에게 조금 눈치가 보인다.) 그리고 오랜 비행시간 끝에 속이 니글거렸던 나와 주디언니는 근처 쌀국수 가게에서 속을 풀기로 했다. 아시아인들이 상당히 많았다. 메뉴판을 보고 신나게 메뉴를 고르려는데, 상당히 높은 물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영국에서의 첫 끼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메뉴를 시켜 나름 맛있게 먹었다.

눈부셨던 야경과 당장 사고 싶었던 영국 키링

이후에는 뚜벅이 여행이 시작됐다. 우리는 걸어서 타워브리지로 향했다. 가는 길에 상점도 구경하고, 밝게 빛나는 런던 아이도 구경했다. 내일 보게 될 세인트 폴 대성당 야경도 볼 수 있었다. 런던의 밤은 생각보다는 안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껏 돌아다닐 만큼은 아닌 것 같았다. 중간중간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도 마주하고, 험상궂게 생긴 사람도 만났다. 그럴 땐 아무렇지 않은 척, 주디언니와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그렇게 런던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초콜렛 뿌려진 딸기가 정말 맛있었다

다음 날은 런던에서 유명한 버로우 마켓을 구경하러 갔다. 마켓엔 사람이 꽤 많았다. 구경하는 재미가 넘쳤다. 이곳의 사람들을 보면 여유와 친절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부터였을까. 이들의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게 된 게. 어제는 풍경에, 오늘은 사람에게 감탄을 느끼는 날이었다. 하지만 음식에는 여전히 감탄을 느낄 수 없었다. 영국에서 제일 맛있게 먹은 건 버로우 마켓에서 파는 초콜릿이 잔뜩 뿌려진 딸기였다.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모든 게 다 아름다워 보이는 나라

가는 길에 마주한 풍경 역시 나의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 환경미화원의 모습조차 아름다워 보이는 나라. 말을 타고 순찰도는 경찰관의 모습. 끌려가듯 들어가고 싶게 만든 서점까지. 나의 감성을 최대치로 끌어버렸다.

감자튀김도 싱거웠다고 한다

한참을 걸어 다니며 구경하다가 우리는 영국의 대표 음식 피시앤칩스에 도전하기로 했다. 우리가 들린 가게는 피시앤칩스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었다. 기대 반, 불안 반으로 메뉴를 시켰다. 비주얼은 좋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에 넣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너무 싱거웠다. 오히려 사이드로 시킨 코울슬로가 더 맛있을 정도. 주디언니와 나는 당황한 채로 깨작깨작 음식을 먹고 나왔다. “이 또한 추억이겠거니..”라는 말을 내뱉었다. 우린 그마저도 웃음이 나는 상황이었다. 첫 여행지니 그만큼 좋았나 보다.

마지막 코스는 레전트 파크였다. 나는 Bruno Major라는 가수를 정말 애정한다. 그의 곡 중 실제로 <Regent’s Park>라는 곡이 있다. 나에게는 너무 설레는 경험이었다. 표지판만 보고도 ‘꺄악!’ 소리를 질렀다. 주디언니와 거닌 그곳에는 러닝하는 사람들, 돗자리 없이 언덕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맥주를 마시며 노을을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사이에 있다는 자체가 진정한 휴가를 떠나온 기분이 들었다. 천천히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우리는 각자 그 감정에 잠겼다. 그렇게 런던에서의 두 번째 날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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